혹한기 핫 필드

통영 좌사리도

남해동부 먼바다의 좌사리도가 굵은 감성돔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계속된 궂은 날씨와 주의보 탓에 예년보다 늦은 12월 중순에야 낚시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첫 출조부터 호황으로 환대했다.

ㅣ이기선 기자 http://blog.naver.com/saebyek7272ㅣ

▲ 여명의 좌사리도. 첫섬 남쪽 노랑바위 포인트에 한 팀이 막 내렸다. 멀리 국도 기도원에 불이 켜져 있다.

▲ “저처럼 잘 생겼죠?” 김성진씨가 준수한 씨알의 감성돔을 들어 보이며.

남해동부의 원도라면 욕지도 바깥에 있는 갈도, 좌사리도, 국도 세 섬을 꼽는다. 그중 겨울철 감성돔낚시터는 단연 좌사리도가 손꼽힌다.
“감성돔은 수심이 너무 깊은 곳보다 적당히 얕은 곳, 여가 발달한 곳, 조류 소통이 활발한 곳을 좋아하는데 좌사리도가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창원 낚시인 허무식씨는 매년 겨울이면 좌사리도를 찾는 마니아다.
“좌사리도는 주변 물골이 어느 원도 못지않게 거칠기 때문에 저항하는 감성돔의 힘이 세고, 씨알도 대형급이 많아 나는 20년째 겨울철이면 좌사리도만 줄곧 찾고 있습니다.”  
좌사리도는 5개의 큰 섬과 10여 개의 부속여로 구성된 군도다. 그래서 좌사리군도 또는 좌사리제도라 불린다. 섬과 섬 사이마다 빠른 본류가 흐르기 때문에 이곳에 서식하는 감성돔들은 힘이 좋다. 좌사리도 감성돔 시즌은 11월 초면 시작되지만 지난 초겨울은 잦은 날궂이로 인하여 좌사리도 상륙이 어려웠다. 

▲ 노랑바위에 내린 낚시인이 감성돔을 걸자 동료가 뜰채로 떠내고 있다.

통영 최고의 겨울 감성돔 낚시터

12월 초순 반짝 날씨가 호전된 틈을 타 통영 탑피싱호가 좌사리도로 들어갔는데 대박을 터뜨렸다. 탑피싱호 박철민 선장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5짜 감성돔이 펑펑 쏟아지고 출조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채비를 터트린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이런 게 좌사리도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빨리 내려오라는 말끝에 ‘아예 2호 이하의 목줄은 가져오지도 말 것’을 덧붙였다. 
12월 16일 창원의 허무식씨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토요일 오후 지긋지긋한 주의보가 끝나고 한 삼일 날씨가 좋아질 것 같으니 좌사리도로 들어갑시다. 주의보 뒤끝에 물때도 좌사리도의 황금물때인 조금이라 예감이 좋습니다. 이번 주말이 아마 좌사리도 개막현장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12월 17일 오후 창원에 도착하니 허무식씨가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남지부 김성진씨와 그의 친구 박광원씨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주의보 뒤끝이라 아직 파도가 높아서 아마도 날이 밝아야 다른 배들이 들어올 겁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어서 박 선장에게 배를 빨리 띄우자고 했습니다.” 허무식씨는 유망 포인트로 섬 사이 물골에 있는 칼바위나 기차바위를 꼽았다. “평소에는 조류가 빨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들인데, 오늘은 조금물때라 낚시가 가능할 겁니다. 매년 초반시즌부터 대형급들이 낚이는 곳들이거든요.”
취재팀이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에 있는 탑피싱(선장 박철민)호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10여 명의 단골꾼들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2시, 탑피싱호는 항구를 빠져나와 50분쯤 달려 좌사리도에 도착했다. 아직 파도가 높았고 서풍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역시나 일찍 서두른 덕분에 갯바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칠흑 같은 밤, 본섬과 둘째 섬으로 올라가며 거센 서풍을 피해 동쪽 갯바위에 차례차례 하선해 나갔다. 먼저 김성진, 박광원씨가 등대섬 뒤쪽에 있는 기차바위에 내렸고, 감성돔이 아닌 겨울 참돔을 노려 온 팀이 첫섬과 둘째섬 사이에 있는 사이섬에 내렸다. 사이섬은 발 밑 수심이 무려 18m, 조금 멀리 던지면 20m 이상 나오는 곳인데 겨울 내내 참돔이 낚인다. 지금 낚이는 씨알은 대부분 70~80cm로 대형급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와 허무식씨는 첫섬 남쪽 노랑바위에 내렸다.
허무식씨가 빨리 채비부터 하라며 “일찍 출항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좌사리도는 겨울에도 물이 맑고 잡어가 많기 때문에 낮보다 밤에 대형 감성돔이 잘 낚입니다. 날이 새고 나면 확률은 떨어지지요. 좌사리도에서 감성돔을 낚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밤에는 쉬고 날이 밝은 뒤 낚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감성돔들은 밤이 되면 갯바위 가까이 붙었다가 날이 새고 나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주간에 조황이 살아나려면 파도가 높고 물색이 흐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밤에는 낮과 달리 감성돔들이 벽을 타고 놀기 때문에 채비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면서 낚시를 해야 하고, 갯바위에서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서 낚시하되 플래시 불빛이 수면에 비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조류가 제법 센 편이어서 나는 1.5호, 허무식씨는 2호 전지찌를 사용했다. 채비는 좌사리도 어디엘 내려도 비슷하다. 구멍찌 1.5~3호에 -1.5~-3호 수중봉돌, 목줄 2호에 감성돔바늘 3~4호. 미끼는 크릴을 쓰되 잡어가 많을 경우 깐새우를 쓰기도 한다.
5분쯤 지날 무렵 첫 입질이 왔다. 제법 힘이 좋아 감성돔인 줄 알았는데 30cm에 가까운 떡망상어다. 곧바로 방생. 잠시 후 또 스멀스멀 찌가 들어간다. 힘을 쓰는 게 이번에는 감성돔이 확실했다. 35cm급이었다. 단번에 들어뽕.
“이때쯤이면 이런 씨알은 보기 힘든데 희한하네요.”
10분쯤 지나서 이번에는 허무식씨가 입질을 받았다. 5짜가 아닐까 싶을 만큼 저항이 대단했는데 뜰채에 담겨진 녀석은 45cm급 감성돔. “역시 힘이 좋은 게 좌사리도의 감생이답습니다.” 허무식씨가 재빨리 감성돔 입에서 바늘을 빼낸 뒤 다시 크릴을 꿰어 던졌다.

▲ 김해 장유의 강동기(우)씨와 창원의 조성현씨가 칼바위에서 낚은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 창원의 박광원씨가 벼락바위여에서 낚은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본류에 태우면 꽝이야!”

그런데 서풍이 더 거세어지며 불길한 징조를 보였다. 채비가 바람에 떠밀려 포인트를 계속해서 벗어났다. 날이 밝아서도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의 소득 없이 아침 8시경 다가온 탑피싱호를 타고 포인트를 이동해야 했다.
서풍을 정면으로 받고 있던  김성진, 박광원씨도 조황이 신통치 않은 듯 배를 갖다 대자 얼른 올라탔다. 김성진씨가 씨익 웃으며 감성돔 두 마리를 보여주었다. 그리 크지 않은 씨알이었고 우리와 비슷한 시각에 낚았다고 했다. 허무식씨는 배에 남아 있기로 하고, 나와 김성진, 박광원씨는 바람을 피해 벼락바위 안통에 있는 작은 여에 내렸다. ‘벼락바위여’라고 불렀다.
허무식씨는 “성진아, 이곳은 본류를 태우면 꽝이다. 여 뒤쪽으로 돌아가 본섬 벽 쪽을 보고 낚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진씨는 동쪽 본섬을 바라보고, 박광원씨는 서쪽 벼락바위를 보고 갯바위에 바짝 붙여 채비를 흘리기 시작했다. 수심은 대략 5~6m. 온통 여밭이다. 본류는 콸콸 흐르는데 비해 홈통 안쪽의 조류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썰물에는 입질이 없었고, 들물로 바뀌었는데도 조류 세기는 비슷했다.
입질이 없자 김성진씨가 채비를 전유동으로 바꿨다. B 구멍찌를 달고 바늘 위 50cm 지점에 B 봉돌을 한 개 물려 바닥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왔어요”하고 외쳤다. 45cm가 넘는 대형 감성돔이다. 벼락바위를 보고 낚시하던 박광원씨가 성진씨 옆으로 옮겨왔다. 본섬 벽에 거의 붙이다시피 채비를 캐스팅한 뒤 채비를 바닥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살살 끌어주었다. 4~5m 수심의 수중여 주변에서 또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40cm급으로 연타. 박광원씨도 반유동 채비에 입질이 없자 전유동 채비로 바꿨다. 그리고 서너 번 캐스팅 뒤에 그도 입질을 받았다. 38cm 씨알이었다. 세 마리가 연타로 올라오자 두 사람은 싱글벙글. 중들물을 넘어서자 입질이 끊어졌다. 

▲ 취재당일 사용한 반유동채비(2호, 좌측)와 전유동채비(B, 우측).

3물~6물이 좌사리도의 황금물때

이날 철수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박철민 선장은 “좌사리도는 대개 아침 10시면 철수하는데 오늘은 욕지도 주변에서 낚시대회가 열려 내가 두 탕을 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좌사리도 철수를 늦췄다.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바람 때문인지 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칼바위에 내렸던 창원의 조성현씨 일행은 5짜 가까운 감성돔을 비롯해 모두 세 마리를 낚았다. 과연 명당은 다르다. 조성현씨는 “입질은 더 많이 받았는데 한 번씩 돌아가며 채비를 터트렸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사이섬에 내린 팀은 참돔을 낚지 못했다.
좌사리도는 통상적으로 만조에서 썰물로 돌아서는 시간에 가장 입질이 잦다. 3~6물때가 좌사리도의 황금물때로 통하는데, 그 이유는 이때 유속이 적당하기도 하지만 3물에서 6물 사이에 아침 무렵이 만조에서 썰물로 돌아서는 시각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 후 강풍 탓에 좌사리도 출조는 뜸하게 이루어졌다. 12월 28일 기차바위와 칼바위에서 54cm가 낚이고, 혼자 5마리를 낚은 사람도 있었다. 박철민 선장은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는 얕은 여밭이 좋은 포인트가 된다. 이때까지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다. 1월 하순으로 넘어가면 감성돔이 깊은 곳으로 이동하므로 그때부터는 13내지 15m 수심을 노려야 한다. 이때부터는 낱마리 조과지만 대형급이 주종을 이룬다”고 말했다. 통영 미륵도에서 좌사리도까지는 45~50분 소요되며 뱃삯은 1인당 4만5천원을 받고 있다.   
▒ 취재협조 통영 탑피싱 017-544-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