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파시, 배낚시 오딧세이
열전! 우럭낚시 현장
거문도 인근 침선 대왕우럭터 발굴
2년간 탐사의 결실, 최근 70cm까지 배출
이기선 기자 http://blog.naver.com/saebyek7272ㅣ
거문도 인근 해상에 50~60cm 대왕우럭 밭이 있었다. 고흥 나로도에서 출항하는 삼산리조트 낚싯배의 김기태 사장은 최근 거문도 주변에서 침선 포인트를 발굴하고 개우럭 외줄낚시 상품으로 연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 1월 3일 거문도 인근 침선 외줄낚시 현장. 개우럭을 걸어 올리는 낚시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 “아싸, 또 낚았다.” 배대석씨가 원줄을 잡고 우럭을 들어 올리고 있다.
고흥 나로도 삼산리조트 김기태 사장은 “우리가 전문 출조하고 있는 고흥 먼바다는 남해안에서 유일하게 손을 타지 않은 우럭밭이다. 2년 전부터 탐사를 시작해 작년 1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출조하고 있다. 주로 가는 곳이 거문도 인근인데 우럭 자원이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풍부할 줄은 몰랐다. 거문도 외에도 도처에 우럭 밭이 널려 있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김 사장은 원래 고성과 통영에서 20년 동안 낚싯배를 운영해 오다가 작년 봄에 나로도로 이전해 새로운 배낚시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김기태 사장은 갯바위낚시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먼바다 갈치낚시가 붐을 이루자 일찌감치 갈치, 열기, 우럭 선상낚시로 업종을 바꾸었고, 남해동부가 낚싯배들의 과열 경쟁으로 자원이 눈에 띄게 줄자 새 시장을 찾아 고흥 나로도로 왔다. 그리고 2년 전부터 수소문한 결과 거문도 근해에 침선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인망 어부들을 찾아다니며 침선 좌표를 구입할 수 있었고, 작년 봄부터 몇 달 동안 선장과 단둘이 직접 탐사를 한 끝에 개우럭 낚시의 신천지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낚시꾼을 싣고 첫 출항을 시작한 11월 초부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5짜, 6짜 우럭이 무더기로 쏟아지자 낚시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나갔어요. 12월 27일에는 70cm급 우럭도 낚였습니다.” 김기태씨의 말이다.
▲ 포인트에 도착한 낚시인들이 미끼를 꿰느라 부산하다.
나로도 삼산리조트가 개발한 개우럭 신천지
1월 3일 인천 리더낚시 버스를 타고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나로도항에 자리 잡은 삼산리조트를 찾았다. 삼산 1호와 2호 두 척 중 1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산리조트 사무실에는 수도권과 부산, 광주, 진주, 장수, 광양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낚시인들로 붐볐다. 낚시인들은 자리추첨을 한 뒤 배에 올랐다. 20명의 정원을 채운 삼산 1호는 새벽 5시 나로도항을 빠져나갔다.
“포인트까지 두 시간 가까이 가야 하니 좀 주무십시오.” 사무장 김종헌씨(22)는 김기태 사장의 아들로 군 제대 후 곧바로 아버지 일을 도와주고 있다. “자, 다 왔으니 채비를 준비하십시오.” 동틀 무렵 도착한 곳은 거문도 서쪽 해상. 수심은 30~40m다. 낚시인들은 각자 자리로 가서 채비를 하고 미끼를 꿰기 시작했다. 준비한 미끼는 오징어살과 미꾸라지, 냉동 주꾸미였다.
“우럭이 낚이는 곳이 하루하루 달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얕은 곳부터 공략하다 차츰 깊은 곳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깊은 곳은 100m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그날 먹히는 미끼가 다르니 미끼를 다양하게 꿰는 게 유리합니다.” 김종헌씨는 “50에서 60cm급 우럭이 흔하게 올라올 정도로 씨알이 크니 채비도 튼튼하게 써야 합니다. 활성도가 좋은날은 그런 우럭이 4마리, 5마리까지 한꺼번에 올라오기 때문에 애를 먹지요. 따라서 전동릴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원줄은 합사 5~6호, 기둥줄은 20호 전후로 사용했다. 봉돌은 100호로 통일했다.
배가 침선 포인트에 다다르자 김영환 선장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채비를 내릴 준비를 하세요. 자, 침선 포인트에 들어갑니다. 들어갑니다.” 부저 소리와 함께 낚시인들은 일제히 채비를 내렸다.
▲ “소문 듣고 왔는데 사실이었군요.” 대형 우럭을 자랑하는 광주꾼 배대석씨.
귀하디귀한 5짜 우럭이 줄줄이
입질은 바로 왔다. 그러나 30여 분 동안 30~40cm급 우럭이 낱마리로 낚이자 선장은 지체 없이 뱃머리를 돌렸다. “좀 더 깊은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한 20분 가야 하니 선실에 들어가십시오.”
고속항해한 배는 곧 새 포인트에 닿았고 선장의 지시와 함께 낚시인들은 또 일제히 채비를 내렸다. “이곳은 밑걸림이 심하니 바닥에서 1m만 올려주십시오.” 전동릴 액정화면을 확인해보니 50~60m 수심. 채비를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투둑투둑’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고물에 있던 인천꾼 강성길씨를 시작으로 서너 명이 동시에 입질을 받았다. “지잉” 전동릴을 감자 마수걸이부터 5짜 우럭이 낚였다.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재형씨는 4짜 열기를 낚았다.
포인트를 지나쳤는지 입질이 끊어지자 선장은 다시 배를 돌려 재차 침선 포인트 진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앞쪽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광주에서 온 배대진, 배대석 형제가 동시에 걸었다. 배대진씨는 4짜와 5짜 우럭을 쌍으로 걸고 환하게 웃었다. 외줄낚시가 처음이라는 김재일씨(광주)도 50cm가 넘는 우럭을 낚아들고 기뻐했다. 줄자를 놓고 재보니 56cm였다.
40리터 쿨러를 가지고 온 이태일씨(안산)는 오전에 5짜 우럭을 세 마리 낚자 “더 담을 곳이 없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대장쿨러를 가지고 오는 건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점심 전에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쿨러가 수북해졌다. 점심을 먹고 나니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심상치 않다. 그래서 그럴까? 잘 물어주던 우럭이 오후에는 입질이 뜸해졌다. 그러나 김영환 선장은 개의치 않고 오후 3시까지 키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찾아온 낚시인들이 고루 잡아가야지 몇 사람이라도 적게 낚아 가면 우리도 기분이 좋지 않아요.”
▲ “이렇게 큰 우럭 보셨습니까?” 55cm급 우럭을 낚은 장수꾼 배영현씨.
◀ 자리 추첨용 번호가 적힌 구슬을 보여주는 낚시인들.
▲ 굵은 열기를 낚은 진주의 배진만씨. ▲ 맛있는 점심식사.
“수십 톤부터 수만 톤급 침선까지 수백 개가 있다”
개우럭 포인트에 대해 자세히 묻자 사무장과 선장은 말을 아꼈다. 사무장은 “포인트 좌표를 찾아내는데 엄청난 경비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따라서 삼산리조트의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침선도 몇십 톤짜리부터 수만 톤급까지 다양합니다. 우리가 찾아낸 것만 해도 수백 개인데, 아직 손을 타지 않은 곳들이 많아 자원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장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좌표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헌 사무장의 말이다.
서해의 전유물로만 알려졌던 우럭 선상낚시가 5~6년 전부터 남해안의 통영, 여수, 완도, 진도 등지에서 침선과 어초 위주로 탐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활발한 출조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치낚시 어한기인 겨울~봄 위주로 낚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갈수록 우럭낚시가 갈치낚시의 인기를 능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흥 삼산리조트에는 전동릴, 낚싯대, 채비, 미끼를 완벽하게 갖춰놓고 쿨러도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어 빈 몸으로 가도 우럭낚시를 즐길 수 있다. 전동릴과 낚싯대는 각각 1만원씩에 대여하고 있다. 1인당 뱃삯은 거리에 따라 11만~13만원을 받는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리더낚시 본점에서 주중과 주말 수시로 출조하고 있다.
▒ 취재협조 인천 리더낚시 032-464-6161
▒ 출항문의 고흥 나로도 삼산리조트 010-4848-2000, 홈페이지 http://cafe.daum.net/ssfishing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