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갑수의 경북붕어 조황 패트롤

의성 신제지&도관지 

얼음 얼기 전까지 준?월척 보장합니다!

한갑수 의성IC낚시 대표. HDF 필드스탭

12월 들어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의성 신제지와 도관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곳 다 수년 전 준설하느라 물을 뺐던 곳이나 고갈과 상관없이 굵은 붕어들을 배출하고 있다.

▲도관지 우측 하류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월척 붕어가 여러 마리 올라왔다

11월 30일 신제지 조행

며칠 심하게 불어댄 비바람이 모처럼 그쳐 낚시가방을 메고 가게를 나섰다. 겨울이 코앞인 터라 낚시터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의성 일대 소류지와 둠벙 중 물색이 좋은 곳은 여러 곳 있었지만 일단 ‘안전 조황’ 위주로 신제지를 택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에 있는 1만평 규모의 신제지는 최상류 수초대가 80cm~1m, 중류 좌측 연안은 1.5m~2m, 중류 우측은 2.5~2.8m의 수심을 보인다(3칸대 기준). 제방과 무넘기 쪽은 2.7~3m를 유지할 정도로 깊은 편이다.
12월 초 현재 만수위를 보이고 있는데 결빙 직전까지 물낚시가 잘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안정된 깊은 수심과 적당히 흐린 물색으로 추측하고 있다. 꾼들이 좋아하는 수초는 거의 없다. 최상류에 약간 있는 뗏장과 갈대가 전부이며 수면에 떠 있는 마름은 이미 삭아 내려 채비 걸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4년 전 바닥을 드러냈을 때 훌치기와 그물질로 많은 붕어가 잡혀나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붕어는 여전히 잘 낚이고 최근 밤낚시에 월척이 한두 마리씩 섞여 올라오고 있다.

▲한승수씨가 밤낚시로 낚아낸 붕어들.

▲장상철씨가 신제지 우안 하류에서 낚은 35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새벽 3시경 움직인 붕어들
낚시점에 들른 손님 몇 분을 먼저 신제지로 보낸 뒤 나는 오후 4시 30분경 저수지에 도착했다. 손님들은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우측 연안으로만 상류부터 제방까지 앉아 있었다. ‘자 그럼 나도 어디 자리를 잡고 하룻밤 쉬어볼까…’
손님들과 음료수를 나눠 마신 뒤 나도 중류 우측 도로 밑에 자리를 잡았다. 대편성은 4~4.8칸, 다소 긴 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새우와 옥수수를 썼는데 낮은 수온 탓에 입질이 미약할 것을 감안, 새우는 껍질을 벗겨 사용했다.
저녁 7시경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첫 입질은 의외로 늦게 들어왔다. 밤 11시경, 우안 상류에 자리한 장상철씨가 3.4칸대로 30.5cm짜리 월척을 낚아냈다. 첫수로 월척을 낚아낸 장상철씨는 “신제지를 선정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자정을 넘기자 금세라도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잔뜩 흐려졌고 여기에 샛바람(동풍)까지 터졌다. 그 순간 나에게 첫 입질이 들어왔다. 우측 4.6칸대의 찌가 중후하게 솟더니 몸통까지 올린 뒤 껄떡거린다. 챔질해보니 25cm 남짓 되는 붕어였다.

▲취재일 월척을 배출한 신제지 우안 하류. 신제지는 수심이 깊고 물색이 적당히 탁해 겨울 물낚시가 잘 된다.

‘이제 막 붕어가 움직이기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나빠지다니…’
갑자기 몰려든 저기압골이 원망스러웠다. 새벽 3시를 넘기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새벽 4시경 장상철씨 자리에서 또 다시 물소리가 들려왔다.
“와! 빵 좋습니다!”
목소리 톤으로 보아 제법 굵은 붕어를 낚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신제지에서의 입질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날이 밝아오면서 마치 여름 장맛비 같은 폭우가 쏟아지고 돌풍까지 불기 시작했다. 철수길에 둘러보니 장상철씨보다 하류에 앉은 낚시인은 새벽 3시경 목줄이 터져나가는 큰 입질을 받았다고 하며 다른 낚시인들도 한두 수씩의 굵은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이날 신제지 붕어는 새벽 3시경에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제지는 결빙 전까지도 밤낚시 잘돼
낚시인들은 겨울 신제지를 얼음낚시만 잘 되는 곳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초겨울 밤낚시도 매우 잘 되는 곳이다. 낮에도 지렁이와 글루텐을 쓰면 7치 내외 씨알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 씨알은 확실히 밤에 굵게 낚이며 지렁이와 옥수수가 고루 잘 먹힌다. 겨울인 만큼 새우는 껍질을 까서 꿰어야 입질이 시원하다.
취재일에는 날씨가 좋지 못해 입질이 늦게 붙었지만 원래는 초저녁부터 입질이 붙으면 밤새 입질이 들어오는 게 신제지의 특징.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입질이 밤늦게 들어오는 것은 아니므로 초저녁부터 집중적으로 낚시해볼 필요가 있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의성IC를 나와 안동·의성 방면으로 우회전, 약 1.6km 가면 안계·예천 이정표가 나온다. 굴다리 밑에서 좌회전, 20.3km 가다가 안사·쌍호·지장사 방면으로 우회전해 2.5km 가면 신제지 좌안에 도착한다.

12월 3일 도관지 조행

지난 12월 3~4일의 밤낚시에서는 의성군 다인면에 있는 도관지의 조황이 가장 빼어났다. 1만5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인 도관지도 신제지와 마찬가지로 5년 전 농업기반공사에서 준설공사(담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뻘 제거 작업을 벌였다)를 했는데, 뻘이 너무 깊어 굴삭 장비가 빠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결국 하류권은 손도 못 대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덕분에 어자원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작년에는 4짜급 대물 붕어도 여러 마리 올라왔었다. 촬영일엔 대구에서 온 김찬식, 김문식, 손재경씨 등이 월척을 비롯해 1인당 1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는데 대부분 7치 이상의 굵은 씨알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상황에서 올린 대박 조과였다. 올해는 예년보다 입질이 늦어 2주전부터 이런 굵은 씨알들이 올라오고 있다. 붕어가 낚인 곳은 제방과 무넘기 일대로 평균 수심이 1.8m 내외를 보이고 있다. 상류에서는 지금도 마릿수 조과가 우세하지만 씨알은 하류가 앞서는 상황이다.

▲대구 김문식씨의 도관지 밤낚시 조과. 32cm와 30.3cm 월척 2마리를 낚았다.

양수형 저수지라 갈수기에도 만수위 유지
도관지는 마을 옆에 있지만 생활 폐수가 유입되지 않아 항상 맑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전역에 마름이 덮여 수초구멍을 내고 낚시를 해야 한다. 이때는 주로 잔 씨알 위주의 마릿수 낚시가 이루어진다. 대물급 붕어는 봄에 모심기가 시작될 무렵과 가을 추수 이후 마름이 삭아 내릴 때부터다.
도관지는 양쪽 상류 두 곳에서 배수로의 물을 퍼 올리기 때문에 농번기 때도 항상 무넘기로 물이 넘칠 정도로 수량이 풍족하다. 지난봄까지 마을 이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3천원의 청소비를 받아왔는데 요즘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무료로 낚시할 수 있다. 대신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있어 흉물스럽다. 갖고 간 쓰레기는 모두 되가지고 와야 하겠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의성IC를 나와 안동·의성 방면으로 우회전, 25.2km 가면 우측에 삼분리·삼분교회·달제리 이정표를 보인다. 우회전한 뒤 약 1km 가다가 우회전, 200m를 더 가면 도관지 제방에 도착한다.
▒출조 문의 011-811-8601

▲신제지를 찾은 필자가 아침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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