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특강
동해안 농어루어 마스터하기
야간낚시에 집중하고 강제집행 삼가면 누구나 낚는다
이영수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회원
겨울 동해안이 농어의 힘찬 파이팅으로 뜨겁다. 루어낚시의 기초만 되어 있다면 농어루어낚시를 어렵게 생각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필자가 제시하는 다음의 조건만 갖춘다면 누구라도 농어를 낚을 수 있다.
▲ 지난 11월 26일 필자가 포항 구룡포 갯바위에서 낚은 농어를 촬영했다.
동해에서 농어를 낚는 것은 일 년 내내 가능하다. 계절에 따라 낚이는 양에 차이가 있을 뿐 농어는 언제든지 낚을 수 있다. 연중 최고 피크는 11월~1월. 이때 큰 농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 겨울이 농어시즌의 피크인 이유는 농어의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농어는 초겨울부터 산란을 준비하며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어 체구를 불릴 수 있는 만큼 불린다. 이맘때 낚이는 농어의 덩치가 크고 파워가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1~2월에 낚은 농어는 90% 알주머니가 들어 있으며 본격적인 산란은 3월 이후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산란을 준비하는 농어가 연안으로 붙는 지금이 농어를 낚기 가장 쉬운 시즌이라는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다 보니 춥고 파도가 거친 것이 문제이지만 타이밍만 잘 잡으면 원하는 대물을 얻을 수 있다.
12월이 가장 확률 높은 시기
농어루어 장비를 간략히 살펴보자. 필자는 8.6ft 농어루어 전용대에 3000번 섈로우 스풀 릴에 1.5호 원줄을 감아서 쓰고 있다. 목줄은 5~6호를 쓰며 미노우는 140mm 플로팅미노우, 120~140mm 싱킹 펜슬베이트를 즐겨 쓴다. 최근에는 각 조구사별로 농어루어 전용 장비가 잘 구성되어 있으므로 가격대를 잘 따져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입하면 되겠다.
중요한 것은 포인트를 보는 안목을 높이는 것이다. 동해권 농어루어낚시의 핵심은 맑은 물색을 피하고 수심이 얕은 지역을 노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익숙해지면 농어는 낚은 것이나 다름없다. 동해는 조수 간만의 차가 미미하고 조류의 흐름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물때에 맞춰 농어를 잡기보다는 물색이 흐려지는 조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맑은 물색을 피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밤에 출조하는 것이다. 농어는 밤에 경계심을 풀고 연안으로 더 가까이 접근한다. 낚시자리는 조금이라도 더 바다 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콧부리나 간출여 등에 올라가는 것이 농어를 만날 확률이 더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포인트에 도착했으면 먼저 플로팅 미노우로 근거리를 탐색하고 입질이 없다면 싱킹 펜슬베이트를 이용해 먼 곳을 노려보는 것이 순서다.
▲ 포항 구만리의 농어 포인트. 파도가 적당히 치는 밤에 나가면 틀림없이 농어를 만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야간 루어낚시는 정숙이 가장 중요
밤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밤일 수는 없다. 파도 한 점 없는 조용한 밤과 파도가 치는 거친 밤의 낚시방법이 달라진다.
조용한 밤에 낚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숙하는 것이다. 포인트에 진입할 때는 플래시를 끄고 장화 소리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캐스팅은 간결하고 날카롭게 단 한 번에 미노우를 최대한 원투해서 되도록 먼 곳에서 미노우의 착수음이 나도록 해야 한다. 캐스팅을 실수해 미노우가 포인트 가까이에 떨어지면 가까이 접근한 농어들이 놀라서 달아날 수도 있다.
액션은 슬로우 리트리브가 기본이다. 농어는 시력이 그리 좋지 못하므로 밤에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며 수중여가 산재한 거친 바닥을 다니기 때문에 먹잇감을 보더라도 몇 십 미터를 쫓아오다 공격하지 쏜살같이 달려들지는 않는다. 농어는 여밭을 서서히 유영하다 큰 암초 주변에 붙어 매복사냥을 하므로 미노우를 되도록 천천히 감아 들여 농어에게 미노우를 덮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수면이 잔잔하다면 미노우를 아주 천천히 감아 들여 미노우 고유의 워블링 액션을 잘 살려주는 것에 힘쓴다. 미노우의 움직임을 눈치 챈 농어는 미노우의 움직임에 템포를 맞춰 천천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미노우의 액션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처음 속도 그대로 감아 들인다면 농어는 미노우를 쫓다 흥미를 잃고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미노우를 감다가 릴링을 멈춰 미노우를 멈칫 하거나 혹은 떠오르게 하거나(플로팅) 가라앉히면(싱킹) 농어는 그때가 먹이를 덮칠 찬스라고 생각하고 미노우에 달려들게 된다.
조용한 밤에는 너무 강한 액션은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릴링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 파도 치는 여밭을 노리는 낚시인. 파도가 높게 치는 날은 마을 어귀라도 포인트가 된다.
파도 높은 곳에서는 싱킹 펜슬베이트
그러나 파도가 치는 날이라면 낚시하는 방법은 다르다. 일단 파도에도 종류가 있는데, 파도가 점점 거세지는 날은 위험해서 낚시할 수 없고 파도가 점점 죽는 날이라야 낚시가 가능하다. 동풍이 불어 파도가 거세졌다가 서풍으로 바람이 바뀌어 파도가 죽는 시점이 최고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파도가 치는 날엔 플래시를 켜고 요란하게 포인트로 진입해도 상관없다. 파도가 만든 굉음과 두터운 포말 때문에 농어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캐스팅은 최대한 멀리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뒤 동작인데, 파도가 높은 곳에서도 미노우의 액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일단 미노우가 수면에 착수하면 저킹을 해서 미노우를 물속으로 집어넣고 감아야 한다. 물속에서 물의 저항을 받지 못하면 미노우는 제대로 된 액션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릴을 감았을 때 미노우의 묵직한 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미노우가 물속으로 제대로 파고들지 않은 것이므로 다시 두어 번 저킹을 한 후 릴을 감아야 한다.
파도가 너무 높게 치는 날에는 물에 뜨는 플로팅 미노우는 액션이 자꾸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 파도가 미노우를 계속 밀어내는데다 플로팅 미노우의 잠행 수심이 얕아 충분히 물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싱킹 펜슬베이트로 바꿔주는 게 좋다. 싱킹 펜슬베이트는 멀리 던져 천천히 감아 들이는 것이 가장 쉬운 운용법이며 좀 더 액션을 업그레이드해주려면 낚싯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감아 들여도 된다. 파도가 치는 날에도 슬로우 액션이 기본이며 특별히 강한 저킹은 필요 없다. 단, 펜슬베이트의 경우 그대로 두면 물에 가라앉아 밑걸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속지형을 잘 모르는 곳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섣불리 던졌다가는 애꿎은 미노우만 날릴 수 있다.
▲ 동해안에서 즐겨 쓰는 농어용 미노우. 위에 립이 없는 것은 싱킹 펜슬베이트, 아래 립이 있는 것은 플로팅 미노우다.
강제집행이 랜딩 실패의 원인
농어 포인트는 한 마디로 얕은 여밭이다. 파도가 치는 얕은 여밭, 브레이크 라인에 가까운 얕은 여밭, 조류 소통이 좋은 얕은 여밭이 포인트가 된다. 깊은 곳에도 농어는 있지만 그런 곳은 루어로 공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얕은 여밭은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바닥이 거친 여밭은 농어가 잘 드나들지만 미노우를 운용하기 힘들고 바닥이 거칠수록 낚싯줄이 끊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지난달 포항 구만리의 여밭에서 스무 차례 이상 농어의 입질을 받았지만 6마리만 낚을 수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닥이 거친 것도 이유가 되었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농어를 강제로 끌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얕은 여밭에서 농어를 강제로 끌어내면 농어는 요동친다. 수심 2~3m에서 농어가 튀어 오르거나 수중여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원줄이나 목줄이 바닥에 쓸려 금방 터지고 만다. 라인이 터지는 것을 피하려면 농어를 풀어주고 당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첫 히트 후 농어가 힘을 쓰면 베일을 열어 원줄을 풀어준다. 아예 베일을 열어둔 상태에서 손으로 스풀을 쥐고 원줄을 풀었다 잡았다 하기도 한다. 드랙을 열어 놓을 수도 있지만 드랙은 마지막 랜딩 과정에서 반드시 잠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처음부터 베일을 열어 원줄을 풀어주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농어전용 릴 중에는 브레이크 레버가 달려 있는 것이 있는데, 농어의 질주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농어는 입언저리가 잘 찢어지고 바늘털이의 명수이기 때문에 강제집행은 랜딩 성공률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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