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호의 어학연수(3)

겨울에 큰 빛 발하는 원도

여수 역만도

마릿수 행진을 계속하던 가을시즌이 지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물 감성돔에 대한 전략을 세울 시기이다. 조과 면에서 연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영등철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지금부터는 한 마리라도 쉽게 낚기 힘든 시기인 만큼 실전에 맞는 이론이 한층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계절적 특성에 맞춰 겨울감성돔 명소 역만도를 다녀왔다.

I 장만호 동양레포츠 필드스탭 팀장·어드바이저 I

▲ 손죽도 방면에서 바라본 역만도 전경. 

역만도는 삼부도, 모기백도(모기섬과 모기여)와 함께 원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직벽과 여밭 등 다양한 포인트 여건을 가지고 있어 감성돔 낚시터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단지 이곳까지 운항하는 배편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가장 사람의 손을 덜 탄 곳 중 하나여서 대박의 행운이 상존하는 곳으로서 출조를 앞두면 뭔지 모를 기대에 마음이 설레는 곳이다.
역만도를 가기 위해서는 손죽열도까지 여객선을 타고 가서 손죽도나 초도의 현지 낚싯배를 이용하거나 여수나 고흥에서 거문도나 삼부도로 가는 낚싯배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야 한다. 아니면 10명 이상의 인원으로 배를 전세내야 진입할 수 있는 등 다소 진입이 까다로운 편이다.
대개 고흥이나 여수에서 출조를 할 경우 삼부·거문도, 또는 초도·장도는 가면서도 늘 역만도를 건너뛰게 된다. 이것은 역만도의 위치가 배가 지나다니는 항로에서 떨어져 있고, 그만큼 조황 확인이 쉽지 않거니와 낯선 곳이라는 막연한 거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역만도의 물속 지형이나 갯바위 여건을 보면 여느 섬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역만도는 바위의 색깔이 노랑색 또는 청록색을 띠고 있는데 이것은 암석의 성분 중 철분과 구리, 망간이 많다는 뜻이다. 철, 구리, 망간(mn) 성분을 많이 함유한 암석이 오랜 세월 동안 해수와 부딪치면 산화(부식)작용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크랙(균열)으로 인해 각종 해조류가 갯바위에 응착하게 되고, 자연 먹이군이 형성되어 각종 물고기들을 불러 들여 감성돔 포인트로서도 최적의 조건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꼭 이곳 말고도 남해안 섬에는 노랑바위란 이름의 갯바위가 많은데, 이곳이 명 포인트가 되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 덜 탄만큼 대박의 확률 높은 섬

역만도는 먼바다에 위치한 특성상 항상 조류가 원활하고 수심이 3~7m권에서부터 12~20m권까지 다양해 명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두루 가지고 있다. 역만도의 최고 물때는  죽는 물때, 즉 10물~13물로 알려져 있다. 역만도 주요 포인트를 도표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역만도의 겨울철은 남서쪽 막밑 일대와 붉은바위 그리고 동편의 칼바위 등 직벽 포인트에서 좋은 조황을 보이는데 채비를 원거리까지 캐스팅하지 말고, 철저히 발밑을 공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북서쪽에 분포해 있는 여밭 포인트의 경우 초겨울 포인트로 좋은데, 수심은 얕지만 먼 거리까지 여가 발달되어 있어 목줄에 봉돌을 떼어 자연스러움을 연출시키면서 멀리 까지 조류를 태워 공략하면 좋은 조과로 연결된다. 겨울철 햇볕 좋은 날이면 때때로 떼고기 조과를 배출시키는 간출여도 좋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너울에도 취약한 형제여나 보찰여는 항상 바람 방향에 유의하여 하선해야 한다.

▲ 순천 119피싱 김상엽씨가 막밑에서 낚은 40cm급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12월 6일 첫 개막 조황 확인

순천 119피싱 회원들과 역만도를 찾은 날은 12월 6일로 주의보가 막 해제된 직후였다. 고흥 나로도 연육교 아래에서 출항해 손죽열도로 가는 에이스호를 이용해 요금을 개인당 1만원씩 더 지불하고 역만도까지 갈 수 있었다. 
주의보가 늦게 해제되는 바람에 해가 중천에 떠서야 갯바위에 내릴 수 있었다. 간헐적인 겨울비와 동풍이 심하게 불어 필자는 순천119피싱 강정희 사장, 김상엽 회원과 함께 바람이 의지되는 서편 막밑에 내렸다. 김용권, 허찬영 회원은 흰여에 하선했는데, 두 사람은 동풍을 맞받으며 낚시를 해야 했다(흰여는 동쪽이 포인트다). 흰여는 본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었지만 이날은 물때가 3물로 적당한 조류가 형성되므로 감성돔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좀 무리하게 진입했던 것이다.  
반대로 막밑 포인트는 조류의 흐름이 너무 약했다. 게다가 일조량이 받쳐주지 않아 수온이 더디게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오후가 되어서야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해 김상엽 회원이 40cm급 두 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철수 무렵엔 때 아닌 벵에돔이 배출되기도 했다.
물때가 맞았던 흰여의 경우 기대에 부응하듯 오전부터 씨알 굵은 감성돔이 붙어 파이팅을 펼쳤다. 김용권씨가 한 마리, 허찬영씨가 두 마리를 낚았는데 모두 45cm 전후로 씨알이 굵었다. 허찬영씨는 이날 “채비를 네 번이나 터트렸다”며 아쉬워했다.
에이스호 노성봉 선장은 이날 우리가 낚은 감성돔이 올 겨울 역만도 개막을 알리는 첫 조황이라며 축하해주었다. 우리가 인터넷에 올린 조황을 보고 녹동항에 있는 태풍호가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역만도 출조를 하기 시작했다. 역만도는 낚싯배들이 거문도를 가면서 내려주기 때문에 포인트 이동은 기대할 수 없다. 배삯은 1인 왕복 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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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포인트 선정에 관한 어드바이스

북서풍 피하고 일조량 좋은 남향이라면

깊은 직벽보다 얕은 여밭이 낫다

출조를 앞둔 조사라면 일기예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바람 방향과 기온의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럼 막연히 내일 날씨가 좋다고 해서 풍성한 조과로 연결이 되는가?
전날 영하의 기온을 보이다 출조 당일에는 영상의 기온으로 회복되었다면, 전날의 조황보다 나아야 하는데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고기들이 수온에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기온이 영상으로 오른 첫날보다는 이틀째에 접어드는 날의 조황이 좋은 법이다. 따라서 당일의 일기예보만 보지 말고 주간일기예보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도 겨울철 낚시의 테크닉이다.
그럼 날씨가 연일 영하의 기온을 유지한다면 출조를 포기해야 하는가? 수온에 적응하는 것도 고기다. 즉 영하의 날씨라도 일정기간 계속된다면, 그만큼 수온에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입질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보다 며칠간 계속 추웠던 날이 나을 수 있다
겨울이란 계절적 특성상 조사들뿐만 아니라 점주 및 가이드도 깊은 수심을 선호하는데 정말 수심이 깊다고 해서 좋은 겨울 포인트인가? 한번쯤은 반문해보길 바란다.
겨울이면 으레 깊은 곳이 수온의 변화가 적어 감성돔이 머물러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정작 그럴까? 그럼 한겨울에 수심 4~5m 여밭에서 대물이 포획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심만큼 중요한 겨울감성돔 포인트 조건은 일조량이다. 바다의 수온을 좌우하는 것은 본류의 직간접인 영향과 바람, 그리고 일조량이라 할 수 있는데, 북쪽에 위치한 포인트와 남쪽에 위치한 포인트의 차이점은 바람과 일조량의 차이라 보면 된다. 남쪽은 북서풍의 영향을 덜 받거나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으며, 아침에 해가 뜨면 철수 전까지 해가 비치는 자리로 일조량이 풍부하여 겨울낚시에 유리한 자리라 할 수 있다. 반면 북쪽에 위치한 포인트는 북풍에 의해 수온이 차고 더욱이 해가 떠도 그늘이 지는 응달지역으로 수온이 빨리 오르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조과는 신통치 않게 된다는 것이다.
즉 겨울 포인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일조량이 풍부한 남향에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지형, 거기다 물속여가 잘 발달된 곳이면서 해초(몰)가 산재한 지형이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겨울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심 깊은 지형만 선호할 것이 아니다. 겨울철 대물 출현이 빈번한 지역을 면밀히 살펴보면 직벽지형보다 햇빛이 잘 드는 여밭지형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