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감성돔 內海를 주목하라
남해도 항촌~가천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감성돔 화수분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다랭이논’으로 잘 알려진 남해도 남면 항촌~가천 해안 갯바위가 연일 호황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의 17년째 단골이라는 조광시씨는 “항촌, 가촌 해안도로는 매년 퍼내고 또 퍼내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샘물 같다. 아마 전국 도보 포인트 중 최고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 남해도 항촌의 대표적 도보포인트인 스파펜션 밑 갯바위에서 받은 입질. 떠오르는 아침해를 배경으로 진주꾼 이해규씨의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 “이 녀석들 낚으러 두 달 동안 매주 왔습니다.” 진주꾼 이해규씨. ▲ 진주꾼들이 채비를 하고 있다.
항촌과 가천은 서로 이웃해 있지만 낚시터 성격은 조금 다르다. 항촌 갯바위는 수심이 5~10m 정도로 얕은 여밭으로 이뤄져 있는 반면 가천 갯바위는 약간 직벽형이어서 수심도 8~15m로 깊다. 현재 호황 포인트는 가천보다 항촌이다. 가천에서도 감성돔이 낚이지만 항촌에 비하면 마릿수가 적다. 낚시인들은 당연히 항촌 갯바위에 몰리고 있다.
항촌 갯바위에 서 있으면 마치 누가 더 멀리 던지나 캐스팅 경연장을 보는 듯하다. 이곳 갯바위는 얕은 여밭이 먼 곳까지 이어져 있는데다 도보 포인트이다 보니 늘 낚시인들로 붐벼 감성돔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원투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이 원투능력만 갖추게 된다면 이미 감성돔을 낚을 확률은 80% 이상이라는 게 단골꾼들의 이구동성이다.
남해도는 9월 하순이면 가을 감성돔이 붙기 시작한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붙기 시작했으며 폭발적인 조황은 10월 말경 시작되었다. 남면의 도보 포인트는 유구 삼여 일원을 시작으로 항촌, 가천, 홍현에 이르기까지 약 12km에 이르는 구간인데, 그중 제일 좋은 조황을 보여주는 곳이 항촌과 가천 구간이다. 거북바위 등 몇몇 건널 수 없는 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보로 진입할 수 있고 떨어져 있는 작은 여는 항촌에 있는 낚싯배를 이용하면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날씨가 좋은 날에만 데려다 준다.
▲ 가천초소에서 바라본 항촌 갯바위 전경. 수십 명이 동시에 낚시를 할 수 있다.
▲ 동이 트기 전부터 해안에는 낚시인들로 붐볐으며 앞바다에는 20여 척의 낚싯배도 떴다.
서부경남의 막대찌 고수들과 합류
11월 27일 통영에서 감성돔 현장을 잡기 위해 이틀을 머물렀는데 아직 수온의 불안정으로 조황기복이 심해 촬영을 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저기 안테나를 돌리다 남해휴게소낚시 하태암 사장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냈다. “진작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항촌과 가천 일대에서 한 달 전부터 감성돔이 쏟아지고 있는데, 잘 낚일 때는 한 포인트에서 하루 50에서 60마리까지 낚기도 했어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초겨울이면 감성돔이 낚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 호황일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거제도 서이말에서 취재를 끝내고 함께 낚시를 했던 문종선씨와 남해도로 내달렸다. 문씨는 서울에 사는 후배 최원용씨를 불러 내렸다. 가는 도중 하태암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내일은 배낚시 손님이 있어 함께 나가지 못할 것 같다”며 “대신 막대찌 고수들을 소개해줄 테니 그들과 함께 취재를 하라”고 말했다. 그 고수란 진주와 산청에 사는 조광시, 박주억씨였는데, 그들은 이미 하루 전날 항촌에 내려와 낚시를 하고 있었고, 한 달 전부터 매주 출조해 화끈한 손맛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밤 11시경 항촌에 도착했고, 낚시점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인사를 나눈 뒤 민박집에 함께 묵었다. 조광시씨는 “이곳은 도보 포인트라 새벽 두세 시면 낚시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더 일찍 나가 자리를 확보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초저녁에 내일 낚시할 포인트에 밑밥과 낚싯대를 가져다 놓았다.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새벽에 다시 갯바위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할 수 없이 우리도 새벽 4시쯤에 일어나야 했다. 항촌 스파펜션 인근 해안도로에 주차를 하고 5분 여 걸어 내려가니 두 분을 포함 네 사람 정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 배를 타지 않는 도보 포인트는 이런 고역이 있구나!” 서울에서 내려온 최원용씨가 한숨을 내뱉었다.
조광시씨는 벌써 17년째 이곳을 찾아 낚시를 즐기고 있는 단골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 박주억씨와 함께 이틀 동안 20마리 정도 올렸는데 5짜도 한 마리 낚았습니다. 어제는 가천 초소 밑에서 낚시를 했는데 마릿수가 없어 다시 항촌으로 돌아왔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는 항촌·가천에서 쓰기 위해 전용 막대찌를 손수 만들어 쓴다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예민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먼 거리까지 던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조광시씨는 조우 박주억씨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10년 전에 이곳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키가 나보다 훨씬 커서 감성돔을 아주 잘 낚는다”고 추켜세웠다. 키가 크면 감성돔을 잘 낚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씨는 “이곳에서는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 키가 큰 만큼 목줄을 길게 쓸 수 있고, 또 키가 크면 팔도 길어 채비를 날리는 데 아주 유리하다. 내가 이 친구처럼 던지려면 높은 곳에 올라가야 겨우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틀 무렵이 되자 선상찌낚시꾼을 실은 배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 닻을 내리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20여 척이 뜬 것이다.
“이래서야 어디 제대로 낚시를 하겠습니까?”하고 우려를 나타내자 조광시씨는 “걱정할 것 없어요. 지켜보면 알겠지만 배를 탄 낚시꾼들보다 우리가 훨씬 많이 잡을 거예요”하며 안심시켰다. 아직까지 감성돔은 깊은 곳보다 얕은 곳에 머물러 있어서 그렇다는데 12월 하순이 되어야 바깥으로 빠지기 때문에 그때가 되어야 배낚시 조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취재팀 주변으로 20여 명의 낚시인들이 해안선을 따라 깔렸고 채비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너울이 높아졌고 발목을 간혹 적셨다. 조광시씨가 제일 먼저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감성돔이 아닌 숭어다. 그 뒤 박주억씨와 이해규씨가 연달아 감성돔을 낚았다. 씨알은 35cm를 넘지 못했다. 취재팀이 두 마리, 세 마리 늘려나가는 동안 옆에서는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박주억씨는 “이게 바로 밤에 잠 못 자고 고생한 보람인 것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다른 곳보다 많이 튀어 나와 있잖아요. 저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멀리 던져야 감성돔을 낚을 수 있거든요. 아참,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우리보다 더 고수가 나타날 거니까요”하고 말했다.
▲ 현지 고수 박진무씨가 첫 감성돔을 낚은 뒤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홀연히 등장한 강호의 숨은 고수, 박진무
잠시 후 주인공이 부인과 함께 나타났다. 조광시씨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남자는 키가 180cm는 넘을 듯 보였다. 박주억씨는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1년에 250일 정도는 여기서 낚시를 즐긴다. 아마 남해도 최고의 고수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 남자는 채비를 끝내고 빈자리를 찾아 서더니 큰 막대찌를 날렸다. 목줄 길이를 보니 낚싯대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길게 썼는데도 큰 키를 이용한 캐스팅이 시원스럽고 채비가 옆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멀리 날아갔다. 과연 소문대로 남달라보였다. 호쾌하게 던지는 밑밥도 정확하게 막대찌 근처에 떨어졌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감성돔을 걸어냈다. 큰 씨알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은 남면 석교리에 사는 박진무씨로 올해 50세라고 했다. 옆에 있던 부인이 말했다. “저 양반은요 낚시에 미쳐 매일 낚시터에서 살아요. 최근 한 달 동안 매일 감성돔을 낚아와요. 어제도 이 자리에서 8마리를 낚았는걸요”하며 남편 자랑을 했다.
▲ 산청과 진주에서 온 낚시인들이 각자 낚은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잠시 입질이 없어 박진무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에서 감성돔을 낚으려면 남들보다 멀리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먼 거리라 해도 수중여를 찾아 공략하면 더 좋고 아니면 한 지점을 선정한 뒤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아침 동틀 무렵이 좋지만 겨울로 갈수록 오후 물때가 유리해지며 특히 간조에서 들물로 바뀔 때 혹은 만조에서 썰물로 바뀔 때도 잘 낚이는데, 내 경험으로는 초썰물에 많이 낚이는 것 같아요.” 박진무씨가 말했다.
이날 아침에는 너울 때문인지 조황이 썩 좋지 않았다. 서울꾼 최원용씨는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점심 전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버렸는데, 점심때가 되자 너울이 잦아들더니 오후 1시가 지나면서 여기저기에서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했다. 바로 박진무씨가 말하던 만조에서 초썰물로 바뀌는 타임이었다. 한 시간 동안 여기저기서 파이팅 장면이 연출되었고, 아침에 손맛을 보지 못했던 문종선씨도 오후 초썰물에 입질을 받아 그제야 얼굴이 펴졌다. 열 명이 넘는 낚시인들이 한두 마리씩 조과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발길을 돌렸다. 갯바위의 호조황에 비해 낚싯배에 오른 낚시인들은 조광시씨의 말마따나 감성돔을 올리는 장면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항촌, 가천 갯바위는 12월 말까지 피크를 이루며 영등철까지도 꾸준하게 감성돔을 배출해낸다.
▒ 취재협조 남해 휴게소낚시 055-862-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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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도 고수들의 테크닉 엿보기
2~3호 막대찌, 4m로 긴 목줄, 85cm 밑밥주걱
남해도 현지꾼 박진무씨(50, 남해읍 남면 석교리)는 자리 선점을 위해 동트기 전부터 나오는 다른 낚시인들과 달리 물때에 맞춰 느지막하게 나왔다. 그러나 누구보다 감성돔을 많이 낚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박진무씨 채비의 핵심은 2~3호 대형 자립형 막대찌를 쓰면서 목줄 길이를 4m로 길게 쓰는 데 있다(막대찌를 쓸 경우 대개 2m를 잘 넘기지 않는다. 캐스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 채비로 40~50m거리까지 수월하게 날렸다. 일반 낚시인들보다 1.5배 이상의 먼 곳을 공략했다. 그는 목줄을 길게 쓰는 이유를 “막대찌가 예민성은 탁월하지만 광범위한 포인트를 탐색하는 데는 구멍찌에 비해 떨어진다. 목줄을 길게 쓸 경우 짧은 목줄보다 더 넓은 포인트를 한 번에 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긴 목줄을 달아서 멀리 던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며 경질대의 낚싯대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 “이 막대찌들이 예민하면서도 잘 날아갑니다.” 진주꾼 조광시씨가
손수 만든 찌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남해도 17년 단골꾼 조광시씨는 다른 곳과 같이 밑밥을 쓰면 감성돔을 낚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크릴 4장에 건식 집어제 두 개 반을 섞어 아주 찰지게 만들어 사용했다. 그리고 밑밥 주걱도 대단히 긴 85cm짜리를 사용했다. 그래야 원하는 곳까지 밑밥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중에서 파는 막대찌는 원투 능력에서 떨어진다며 직접 막대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는데, 남해안 특징에 맞춰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었다. 1, 2, 3호 세 종류로 2호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12월 남해도 감성돔 호황전선
●서면 방파제 - 올 가을 서면에 있는 방파제에서 예년에 볼 수 없는 많은 감성돔이 낚여 인기를 끌었다. 9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 마릿수 조과를 선보였는데 씨알은 20~30cm급으로 잔 편이었지만 혼자 20마리 이상 낚은 사람도 있었을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어 12월 초순 현재 낱마리 조과를 보이고 있다. 내년 가을에도 기대가 된다. 대표적인 곳이 유포, 상남, 남상리방파제다.
●상주 삼여 일원 - 항촌, 가천 일원과 함께 감성돔이 붙었고 비슷한 조황을 보이고 있지만 배를 타고 진입해야 하는 핸디캡 때문에 항촌, 가천에 비해 낚시인들의 발길이 드문 편이다. 삼여 일원(수심 9~11m)과 본섬 포인트인 대량 5, 6번 포인트(수심 14~16m)에서 마릿수 조과가 제일 좋은 편으로 30~40cm급 씨알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오전보다 오후 조황이 나은 편이다. 낚싯배는 대량과 상주 선착장에서 타고 진입할 수 있다. 뱃삯은 1인 1만5천원.
●미조 앞바다 - 시즌은 이미 개막했으나 항촌, 가천의 조황이 워낙 좋아서 미조 갯바위는 한산한 편이다. 아직 수온이 높아 잡어가 성화를 부리는 것도 흠이다. 미조에서 감성돔이 먼저 붙는 쑥섬과 뱀섬 일원에서 낱마리로 낚이고 있다. 쑥섬은 남동편, 뱀섬은 북서편에서 낚이고 있다.
한편, 미조방파제에서는 뒤늦게 벵에돔이 붙어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다. 씨알은 25~30cm급으로 35cm까지 낚이고 있다. 잘 낚는 낚시인들의 경우 20~30마리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삼동면 일원 - 지족리는 감성돔 시즌이 마무리되었고 볼락 위주로 출조가 이뤄지고 있다. 물건방파제에서 감성돔이 낚이는데 마릿수는 많지 않다. 하루 중 해질 무렵에 감성돔이 반짝조황을 보이는데 배출되는 씨알은 45cm 이상으로 굵어 채비를 터트리는 낚시인들이 많다고. 빨간 등대가 있는 북방파제 조황이 뛰어나며 외항 쪽 테트라포드 중간에서 등대 사이가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