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감성돔 內海를 주목하라
거제도 서이말 10년 만에 대호황
ㅣ이기선 기자 http://blog.naver.com/saebyek7272ㅣ
거제도 감성돔낚시 호황 기운이 파죽지세다. 지난달 해금강, 구조라, 다대 일원에서 시작된 호황은 홍포와 서이말, 지심도까지 확대되었는데 그중 서이말의 조황이 제일 눈에 띈다. 40cm가 넘는 감성돔이 부지기수요 5짜급이 불쑥불쑥 낚이고 있는데 단골꾼들은 "10년 만에 보는 호황"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 연일 감성돔을 배출하고 있는 서이말 넙덕바위에 오른 낚시인들. 취재 이틀 전 현지꾼 김정욱씨가 15마리를 낚은 곳이다.
▲ “서이말로 빨리 오세요.” 문종선씨(아래)와 옥정표씨. ▲ 양산꾼 이형민씨(우측, 거상코리아 근무)가 해거름에 코바위에서 낚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올해는 대풍입니다 대풍! 이곳에서 10년 동안 낚싯배를 하고 있지만 서이말에서 올해처럼 감성돔이 많이 나오는 해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거제 지세포에서 낚싯배 해림호를 운영하는 김귀철 선장은 요즘 대한민국 낚싯배 선장들 중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선장은 “200년 태풍 매미 이후 침체되었던 서이말이 화끈하게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서이말은 거제도 본섬에서 제일가는 명당이다. 거제 동남단 곶부리에 해당하는 서이말은 외해로 쭉 뻗어나가 있어 본섬이지만 원도권 낚시터의 성격을 띤다. 깎아지른 직벽 갯바위, 깊은 수심과 세찬 조류, 그 속에서 연중 다양한 어종이 배출되고, 겨울엔 대형 감성돔이 낚이는 곳이다.
서이말 감성돔은 예년과 비슷한 11월 초순에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막과 동시에 예년에 볼 수 없던 호황이 연출되었다. 꽃바구니, 노랑바위, 물내려오는 곳, 촛대바위, 넓적바위 일원에서 감생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단골꾼과 낚싯배 선장들을 놀라게 했다. “포인트마다 적게는 서너 마리, 많게는 예닐곱 마리씩 거의 안 낚이는 곳이 없었어요. 감성돔을 잡지 못하고 나오면 면박을 받을 정도였어요.” 김귀철 선장의 말이다.
그동안 해금강이나 다대 쪽에서 30~35cm급 감성돔을 낚던 낚시인들은 40cm급이 넘는 씨알이 배출되는 서이말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11월 하순에 5짜 감성돔도 네 마리나 낚였다. 또 11월 25일엔 네이버 카페 거낚사(거제도 낚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매니저인 김정욱씨(거상코리아 필드스탭)가 서이말 넙덕바위 포인트에서 오전낚시 3시간 동안 혼자 15마리를 낚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벌써 세 마리째에요.” 김정욱씨가 감성돔을 뜰채로 떠내고 있다.
▲ ‘거낚사’ 매니저 김정욱씨(거상코리아 필드스탭)가 40cm가 넘는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 “함께 드실래요?” 문종선씨가 감성돔 회를 썰어놓고. ▲ 오전에는 대형 전갱이와 고등어가 마릿수로 낚였다.
대형 고등어와 전갱이 떼가 먼저 마중
나는 11월 25일 통영에서 열린 대구시장기 바다낚시대회 취재를 마치고 사단법인 한국프로낚시연맹의 문종선 프로(렉슈마, 토네이도 필드스탭)와 함께 거제도를 찾았다. 문 프로는 “요즘 서이말 호황소식을 듣고 지세포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내일 5짜 한 마리와 4짜 10마리는 책임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얼마나 감생이가 잘 낚이길래 이런 호언장담을 하는 것일까?
지세포에 도착하자니 성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림호 김귀철 선장이 우리를 위해 갓 잡은 감성돔으로 회를 떠놓은 것이다. 회에 맑은탕으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김 선장 집에서 새벽까지 눈을 붙였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선착장으로 나갔다. 김 선장은 벌써 두 차례나 낚시꾼을 포인트에 실어다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지세포에서 서이말 갯바위가 가깝기 때문에 출조인원이 서너 명만 되면 언제 가도 배를 탈 수 있을 만큼 포인트 진입과 철수가 자유롭다. “어제(일요일)만 해도 200명 정도 왔다 갔다. 월요일인 내일도 예약 전화만 50통 넘게 받았다. 오늘도 새벽 3시부터 손님들을 갯바위로 실어 나르고 있다. 노랑바위를 비워놓았으니 들어가보라”고 했다.
노랑바위는 꽃바구니와 물내려오는 곳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포인트에 하선하자 김정욱씨는 “이 자리는 대물이 수시로 받히는 명당입니다. 보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4짜급 감성돔이 낚인 자리”라고 설명했다. 수심을 체크해보니 13~15m 정도 나왔다. 오늘 물때는 10물, 만조가 11시쯤 걸린다. 김정욱씨는 “지금은 초들물에서 중들물로 가고 있습니다. 서이말은 대체적으로 들물에 조황이 좋은 편이예요. 하지만 우리가 내린 노랑바위는 들물, 썰물 상관없이 감성돔이 낚여 좋습니다. 다만 들물이 촛대바위 쪽에서 지심도 방면으로 흘러갈 때 큰 놈들이 잘 물고 썰물에는 씨알이 좀 잔 편이예요”하고 말했다.
과연 들물의 지류가 지심도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1.5호찌를 세팅했다. 먼저 밑밥을 몇 주걱 퍼 넣고, 조류에 태워 채비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찌가 정렬되자마자 쏘옥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벌써 감성돔? 알고 보니 바다의 무법자 고등어였다.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왕고등어다. 밑밥에 반응한 왕고등어와 왕전갱이들이 앞 다투어 걸려들었다. 최고의 반찬거리들이 물속에 널린 것이다. 씨알이 커서 힘이 얼마나 좋은지 걸 때마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잠깐 동안 10여 마리가 낚이고 난 뒤 고등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순간 우리는 동시에 긴장했다. 감성돔이 들어온 것을 직감한 것이다. 제일 먼저 김정욱씨의 낚싯대가 고꾸라졌다. “형님 왔어요 왔어!” 이윽고 올라온 녀석은 40cm급의 준수한 감성돔. 북동풍이 강하게 불어 뒷줄관리를 어렵게 만들었지만 문종선 프로는 그런 악조건에서도 38~42cm 감성돔을 연달아 낚아냈다. 그러나 왜 나에게는 잔 씨알만 낚이는 거야!
▲ 노랑바위 우측에 내린 꾼들. 세 포인트에서 모두 17마리가 쏟아졌다.
▲ 취재팀이 노랑바위에서 낚은 조과. 참돔도 낚였다.
▲ 해림호가 취재팀을 철수시키기 위해 갯바위에 대고 있다.
서이말은 전반적으로 들물에 강세
오전에 여섯 마리가 낚이고 조류가 썰물로 바뀌며 입질이 끊어졌다. 김정욱씨가 오후에 철수하면서 대신 그의 ‘수제자’라며 대학 2년생 옥정표씨를 취재팀에 합류시켜주었다. 김씨는 “썰물에는 2시 방면으로 30에서 40미터 지점에 큰 수중여가 두 개 박혀 있는데 채비를 멀리 던진 다음 수중여가 있는 곳으로 흘려주어야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썰물 조류는 들물과 반대로 지심도 쪽에서 서이말 등대 방향으로 흘렀다. 우리는 40m 정도 멀리 찌를 캐스팅한 뒤 채비를 흘려주었다. 썰물에는 입질이 뜸했는데 문 프로가 오후물때 테이프를 끊었다. 그런데 큰 녀석인지 드랙이 “지익” 소리를 내며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문종선씨는 “드디어 5짜가 온 것 같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녀석을 수면에 띄우는 데 성공, 그러나 5짜 감성돔이 아닌 참돔이었다. “힘이 워낙 좋아 5짜 감생인 줄 알았는데….” 문종선 프로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뒤 새롭게 합류한 옥정표씨도 입질을 받았는데 휨새가 만만치 않은 걸 보니 이번에도 대어인 것 같다. 옥정표씨는 45cm급 감성돔을 낚아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오늘의 최대어다.
해 질 무렵에도 두 마리를 더 낚아 우리는 오후 5시까지 모두 10마리의 감성돔을 낚을 수 있었고, 우리 옆자리에서 낚시하던 최해준씨(해림호 가이드)와 서울꾼 최원용씨는 7마리를 낚아 배에 올랐다. 이날은 노랑바위뿐만 아니라 모든 포인트에서 2~4마리씩 감성돔을 낚았다.
서이말은 지세포(해림호, 마리너 1호, 2호)와 구조라(벤쿠버호 포세이돈호)에서 출항하는데 20분 정도 소요되며 뱃삯은 1인당 2만원을 받고 있다.
▒ 취재협조 거제도 지세포 해림호 011-547-0477, 거낚사(http://cafe.naver.com/geojefi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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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닉 한 수
빠른 조류에선 1.5호 찌에 찌밑수심 늘려서 대응
서이말은 수심이 깊고 조류도 거세기 때문에 가급적 1.5호 이상의 찌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수중찌 대신 조류를 덜 받는 수중봉돌(-1.5호)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어신찌는 +2B 정도의 여부력을 가진 찌가 좋다. 도래 바로 밑에 2B 봉돌을 하나 더 물려 채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빠른 조류 때문에 채비가 비스듬히 사선을 그리며 흘러가므로 찌밑수심을 바닥수심에만 맞추면 바닥까지 바늘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바닥수심보다 찌밑수심을 2~3m 더 주고 낚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수시로 낚싯대를 들어 지긋이 당겨주면 미끼가 감성돔의 눈에 잘 띄어 빠른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또 겨울엔 거센 바람이 불기 때문에 뒷줄 관리가 필수적이다. 수시로 낚싯대를 들어 바람에 원줄이 늘어진 만큼 다시 감아 팽팽하게 일직선을 만들어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줄이 바람과 조류에 밀려 미끼가 바닥에서 떠올라버리게 된다.
낚싯대는 0.8호 또는 1호 대를 사용하고 원줄 2.5호에 목줄 1.5~1.75호가 무난하다. 목줄 길이는 물속에서 자연스런 액션을 위해 4m 정도로 길게 주고 바늘에서 3m 위 지점에 B나 2B 봉돌을 하나 물려준다. 이 봉돌은 어신찌의 부력을 상쇄시켜주기도 하지만 빠른 물속에서 채비를 안정시키는 두 가지 역할을 해준다.
12월 거제도 감성돔 호황전선
●지심도 - 서이말과 함께 현재 거제도에서 제일 굵은 감성돔이 낚인다. 낱마리지만 낚였다하면 45~50cm급으로 굵게 낚이는 게 특징. 자리에 따라 다소 기복이 있다. 맞끝, 높은자리, 수심바위 등 4곳 정도에 한정되어 낚이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12월 6일에는 거제도 몽돌피싱클럽 이외춘씨가 지심도 남쪽 맞끝에서 아침 10시경 51.5cm를 낚았다.
●해금강 - 10월 초부터 두 달여 호황세를 보였던 해금강은 잠시 주춤한 상태다. 지네여, 삼각여, 새바위, 호텔자리에서 한두 마리 꼴로 낚이고 있는데 곧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해금강을 가을 포인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도 영등철까지 꾸준하게 낚인다. 평균 씨알은 30~40cm급.
●다대&여차 - 초가을부터 해금강과 함께 거제도 조황을 주도했던 곳으로 지금도 천장산 밑에 있는 소두방여와 농여, 형제섬에서는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씨알은 30~35cm 전후로 1인당 1~4수 가능하다. 다대의 경우 방파제에서 가까운 마당바위의 조황이 좋은 편이다. 마릿수가 탁월한 반면 씨알은 25~35cm로 잔 편이다.
●홍포 일원 - 홍포는 밤낚시에 감성돔이 잘 낚인다. 특히 초소 밑 13번 자리와 까막개, 넓적바위에 오르면 4~7마리씩 낚을 수 있다. 이곳도 다대처럼 씨알은 고만고만한 편이다.
●구망 본섬 갯바위 - 해금강과 학동마을 중간에 위치한 구망 갯바위는 해안도로변에 주차를 한 뒤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곳으로 대략 여섯 자리에서 감성돔이 낚인다. 씨알은 30~40cm 사이로 미끄럼바위의 조황이 제일 돋보인다. 걸어서 진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12월 7일 현재 기온은 많이 떨어졌지만 수온은 아직도 따뜻한 편으로 잡어 성화가 심하고 돌돔새끼와 벵에돔이 낚인다. 따라서 깊은 곳보다는 가을 포인트처럼 얕은 수심대에서 감성돔이 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