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호황현장
영천 구암새못, ‘떡내림’에 마릿수 흠뻑
작년과 재작년 연달아 고갈됐지만 붕어는 더 잘 낚여, 미스터리!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경부고속도로 경산IC를 지나 영천IC 방면으로 가다 보면 사근다리못(대승지)을 지나 도로 왼쪽으로 아담한 저수지 하나가 내려다보인다. 경북 영천시 금호읍 구암리에 있는 구암새못이다. 약 8천평의 평지지인 이곳에서 요즘 떡밥내림낚시에 마릿수 조황이 한창이다.
▲ 마름이 삭아 내린 구암새못 좌안 중류에서 밤을 샌 조만환씨. 밤보다 화창한 날 낮에 입질이 잦았다.
▲ 도로 쪽에서 배출된 붕어를 보여주는 붕어낚시연구소 정홍석 소장(왼쪽·백초찌 전국총판)과 이수훈씨.
경북 영천과 경산권의 저수지들은 잦은 가을비로 인하여 대부분은 만수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이 너무 많고 물색도 맑아 전반적으로 부진한 조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구암새못의 호황이 유독 눈에 띤다. 특히 구암새못은 작년과 재작년 배수기에 연이어 바닥을 드러냈던 곳이어서 이 지역 꾼들은 놀라는 눈치다.
경북지방의 오래된 저수지들의 경우 주민들이 종종 제방 파손을 우려해 수시로 물을 빼는데, 멋모르고 저수지를 찾은 꾼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암새못처럼 바닥을 드러냈던 곳에서의 호황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구암새못의 호황소식을 제보한 경산 붕어낚시연구소 정홍석 소장은 말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구암새못은 ‘바닥을 드러냈었다’는 사실만으로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러던 중 보습조우회 박광석씨가 10월 말경 이곳을 지나다 물색이 좋은 것을 확인하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옥내림 채비를 던져보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붕어들이 달려들었다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동안 7치부터 9치까지 20여 마리의 붕어를 낚은 그는 다음날에는 김도근씨와 동행하여 월척도 세 마리나 낚았다. 그 뒤 소문을 들은 보습조우회 회원들이 꾸준히 구암새못을 찾아 손맛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중상류 전역에서 고른 씨알이 배출되고 있다.
▲ 부들이 발달해 있는 좌안 상류. 수심이 1.5m로 제일 얕은 곳이다.
▲ 밤낚시 조과를 자랑하는 개미낚시 회원들. 좌측부터 정용호 사장, 유성수, 조만환 회원.
▲ 정홍석 소장이 낮에 낚은 조과.
밤낚시보다 낮낚시 조황 더 좋아
지난 11월 21일, 구암새못의 호황 현장을 확인할 겸 경북 영천을 찾았다. 22일 오후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니 영천역에는 오후 6시가 넘어 도착했다. 영천 개미낚시 정용호 사장이 마중 나왔다. 정용호 사장의 차를 타고 대창 방면으로 20여 분을 달려 구암새못에 도착했다. 개미낚시 유성수 회원과 조만환 회원이 일찌감치 도로 건너편 산 밑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고, 도로 쪽에는 보습조우회 이수훈 회원이 혼자 앉아 있었다.
한편 도로 쪽 중류엔 정홍석 소장의 낚싯대만 설치돼 있고 정 소장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삭지 않은 수초 옆으로 옥내림 채비를 해놓은 20, 22, 24, 26대가 펼쳐져 있었다. 정홍석 소장은 조일낚시점을 접고 최근 국수전문식당을 차렸다. 개미낚시 정용호 사장은 “정 소장은 낚싯대를 펴놓고 짬짬이 식당을 오가며 낚시를 즐기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꽤 많은 붕어를 낚아 이미 취재꺼리는 확보해 놓았다. 아마 저녁 장사를 마치고 들어올 것이다. 이곳은 오전 해 뜨고 난 뒤에 낚시가 잘 되기 때문에 굳이 밤낚시를 할 필요는 없지만, 밤에 간혹 큰 씨알이 낚이니 오늘은 밤낚시를 해보자”고 말했다.
나는 따로 대를 펼 것 없이 정홍석 소장의 자리에서 낚시해보기로 했다. 미끼 운용에 대해 묻기 위해 정홍석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비가 계속 내려 수온이 많이 내려간 상태라 붕어 입질이 매우 약해져 있어 옥수수만 꿰어서는 입질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짧은 바늘에는 옥수수를, 입질이 잦은 긴 바늘에는 글루텐을 달아 써보세요.” 정 소장이 말했다.
▲ 붕어가 가장자리에서 물자 정홍석씨가 인기척을 줄이기 위해 뒤로 물러나 공략하고 있다.
◀ 마름이 삭아 내린 구암새못의 아침 풍경.
두 대는 옥수수만 달고, 두 대는 글루텐과 옥수수를 함께 달아 입질을 기다렸다. 역시나 붕어들은 글루텐 미끼에 먼저 반응을 보였다. 입질은 시원스럽지 않아 깔짝깔짝대다 겨우 두세 마디 올려주었는데 다행히 챔질이 되었다.
정 소장이 야식을 가지고 나타난 11시까지 나는 일곱 마리를 낚았다. 개미낚시 유성수, 조만환씨도 옥내림 채비로 비슷한 조과를 올렸는데 아직 월척은 낚지 못했다고 했다. 다 함께 모여 야식을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보에는 내일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벌써….
비가 내리면 수온이 더 떨어져 붕어들의 입질은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예상대로 비속에서 낚시는 소강상태를 보였고, 취재팀은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휴식을 취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아침이 밝아 있었고 다행히 비는 멈춰 있었다.
조황 확인차 건너편에 가보았다. 혼자 밤을 꼬박 샌 조만환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잠이나 자둘 걸 그랬습니다. 새벽이 되어서야 비가 멈췄는데 밤새통 입질을 보지 못했습니다”하며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아침에는 다시 붕어가 낚여주었고, 11시쯤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취재팀은 서둘러 철수길에 올랐다.
12월 6일 현재 경산, 영천권에선 평지지에서만 조황을 보이고 있다. 계곡지나 준계곡지들은 대부분 물색이 맑은 편이어서 탁한 물색을 가진 평지지를 찾는 게 좋다. 경산 신지, 자인 기리지(연밭), 경산 압량 당음지, 진량 입지(연밭) 등에서 붕어가 잘 낚이고 있다.
▒ 가는 길 영천시내를 기점으로 한다. 금노동 영천고등학교가 있는 금노사거리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도동교차로가 있는 남쪽으로 진행한다. 도동교차로 못 미처 도동네거리에서 북안면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1km정도 가다 대창 방면으로 우회전 한다. 이곳에서 곧장 3.3km정도 가면 구암리에 이르고 도로 왼쪽으로 구암새못이 보인다.
▒ 취재협조 영천 개미낚시 054-333-3037 경산 붕어낚시연구소 011-812-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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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새못은?
지도책에는 ‘상곡2지’ 혹은 ‘가암새못’로 표기되어 있으나 현지낚시인들은 ‘구암새못’으로 부르고 있다. 평지지지만 수심은 깊은 편이다. 5~6월이면 마름이 자라 전역을 뒤덮고, 연안을 따라서는 어리연과 부들이 자란다. 붕어낚시가 일찍 시작되고 늦게까지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4짜급은 귀한 편이지만 6~9치급이 마릿수로 낚여 인근 진량, 영천, 대창, 금호읍에서 사철 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블루길이 서식하지만 아직 개체수가 많지 않고 배스도 아직 잔 씨알만 낚인다. 붕어 외에 잉어, 가물치 등이 서식한다.
제방과 우안 하류쪽 일부 직벽지대를 제외하고는 자동차로 진입할 수 있다. 차량이 많은 도로쪽보다 인적이 드문 산쪽 조황이 좋은 편이다. 최상류 부들밭 주변이 1.5m 수심으로 제일 얕고 그 외 중상류 구간은 2~3m, 중하류는 3~4m 수심을 보인다.
겨울철 옥내림낚시 요령
글루텐떡밥과 지렁이를 주 미끼로
정홍석 경산 붕어낚시연구소 소장
▲ 겨울철 입질이 예민할 때 좋은 옥내림 변형 채비.
옥내림 채비가 등장하고부터 겨울에도 마릿수 조과를 올리는 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용 미끼는 글루텐과 떡밥, 옥수수 등이다. 물색이 흐린 평지지를 찾으면 낮낚시가 잘 되고 밤낚시를 하면 굵은 씨알을 기대할 수 있다. 전역을 마름수초가 덮고 있다가 삭아 내린 저수지가 특히 겨울낚시터로 유망하다.
수온이 떨어진 겨울에는 두 바늘에 옥수수와 글루텐을 각각 달아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래도 먹히지 않는다면 글루텐과 지렁이를 달면 효과가 있다. 짧은 바늘에는 글루텐을 달아 밑밥 효과를 노리고, 긴 바늘에는 지렁이를 달면 미약한 입질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닥낚시에도 간간이 붕어가 낚이지만 옥내림 채비와는 조과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겨울엔 밤보다 아침 햇살이 비친 뒤부터 입질이 살아나는데 오후 서너 시까지 꾸준히 낚시를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