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낚시 폭발조황
고흥 거군지 붕어 떼에 시달리다
|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드스탭 |
지금 전남 고흥군 최고의 호황터는 고흥호도 내봉지도 아닌 남양면 오도리의 거군저수지다. 다섯 치부터 아홉 치까지
폭발적인 입질을 보여주고 있어 고즈넉이 찌를 바라볼 여유가 없다.
길게 이어진 한파 때문에 이곳 호남도 1월 한 달은 방안에만 있어야 했다. 그러나 2월이 되면서 날씨가 포근해져 물낚시가 가능한 지역이 많아졌다. 설날을 맞아 저수지들이 대부분 해빙되었는데 내심 지난번 답사 때 일부 구간만 얼어 있던 거군지를 출조 후보지 1순위로 정해 놓았다.
답사 떠난 이성균씨, “낮낚시에 8~9치 10마리”
거군지는 3면 제방의 각지형 저수지로서 남양면의 섬 오도를 두 개의 방조제로 육지와 연결하여 간척지로 만들면서 생겨난 저수지다. 15년 전까지 하찮은 둠벙 수준의 수면적이었는데 제방을 쌓고 준설을 하면서 확장되어 이제는 1만여 평의 저수지로 변모해있다. 상류에 있던 산을 깎아 농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서져 내린 바위들이 물속에 잠겨 있고, 준설을 마무리 하지 못해 수심이 얕은 하류 에는 부들밭이 형성되어 있다. 지난해 순천 낚시인이 최고 46cm 붕어를 낚기도 했으나 큰 씨알보다는 자잘한 감잎 붕어부터 준척급까지 마릿수 조황이 앞서는 곳이다.
꾼들에게 더 잘 알려진 곳은 거군지가 아니라 거군수로다. 거군지와 바로 제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데 거군지와는 달리 빵 좋은 굵은 붕어가 낚인다. 그래서 낚시인들은 거군지는 거군수로를 찾았을 때 잠시 들르는 ‘짬낚시터’라 생각했다.
설 연휴 첫날 이성균 회원이 선발대로 거군지로 향했다. 낮에 도착하여 어둠이 내릴 때까지 8~9치 붕어를 10여 수 낚았다는 전화가 왔다. 지난 답사 때 얼음이 얼지 고 물색이 탁해 보여 날씨만 조금 받쳐준다면 좋은 조황이 있을 것이라 예견했는데 그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취재팀이 거군지를 찾은 시기는 2월 5일. 이성균, 김찬승 회원 외에 광주에서 내려온 남문, 홍행랑 회원이 함께했다. 남문씨와 홍행랑씨는 여수 복산지에서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고흥으로 합류했다. 거군지에는 순천꾼들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내림낚시를 하고 있었다.
평산가인 남문 회원이 수초 사이를 노려 9치급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말즘 사이에 채비 안착되면 쭈우욱~
내림낚시를 하고 있는 최한식씨는 거군지에서 닷새째 낚시 중이라 했다. 그간의 조황을 물어 보니 “2월 1일과 3일은 조황이 무 좋아 9치 붕어를 10마리나 낚았는데 어제는 3~4치 붕어만 낚이고 큰 씨알은 도통 보이지 는다”고 답했다. 살림망을 들여다보니 작은 씨알의 붕어가 몇 마리 들어있었다.
산 밑 바위가 굴러 떨어진 포인트에 자리하고 대를 펴는데 조황 소문을 듣고 꾼들이 계속 들어왔다. 아무래도 소란스러울 것 같아 다소 긴 낚싯대로 대편성을 마쳤는데 금세 입질이 들어왔다. 6치짜리 작은 붕어가 찌를 올려주었다. 그 후 입질은 계속되었는데 긴 대보다 짧은 대에서 입질이 잦았다. 바위가 굴러 떨어진 지점에서 입질이 집중되었고 긴 대 채비엔 침수수 인 말즘이 걸려 나왔다.
바닥은 여느 저수지처럼 고른 게 아니고 드문드문 준설을 해서인지 수심 편차가 많이 났다. 채비가 멈칫거리며 제대로 내려가지 은 포인트에서는 입질 자체가 없었고 수중 말즘 사이사이에 채비가 안착되었을 때에 비로소 입질을 해주었는데 작은 붕어는 대체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많았고, 큰 붕어는 찌를 올려 주는 게 특징이었다.
저수지를 둘러보기 위해 중앙 제방 으로 가봤다. 제방 머 거군수로도 얼음이 대부분 녹아 있었고 그곳에서 수 치기를 하는 꾼들이 몇몇 보였는데, 수 사이에서 간간이 8치 이상의 붕어가 낚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로 머는 썰물 때라 광활한 순천만 갯벌이 드러나 있었는데 꼬막 캘 때 쓰는 ‘널배’를 발로 밀면서 나오는 할머니가 있었다. 2시간 동안 캤다는 할머니의 채집망에는 굴과 꼬막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다시 쇄도하는 입질
해질 무렵 그 많던 꾼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밤낚시를 시도하려는 꾼들만 남게 됐다. 밤 10시까지 찌를 응시해보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차에서 눈을 붙이고 새벽 5시에 자리에 앉았는데 밤새 찌가 미동도 없이 그대로였다. 채비를 확인해 보니 지렁이도 그대로 있는 걸로 봐서는 확실히 밤낚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날이 밝아오면서 또다시 꾼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고 햇살이 완전히 퍼진 9시경부터 입질이 시작됐다. 10여명의 꾼들이 앞 다투어 붕어를 낚아냈다. 어디로 시선을 줘도 대가 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바위가 무 진 산 밑 포인트에서는 잔 씨알의 붕어가 연신 낚이고 주로 서 제방 포인트에서 7~9치로 굵게 낚였는데 가장 큰 붕어는 29cm였다.
그때 산밑 포인트에서 대물이 낚였다며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대의 휨새로 봐서 큰 씨알이라 보고 달려가 봤더니 50cm짜리 숭어였다. 숭어를 낚은 주인공은 숨을 헐떡이며 “찌가 빨려 들어가 챔질을 했는데 꿈쩍도 안 해 바위에 걸린 것으로 착각했다. 엄청난 힘으로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고 말했다.
서 제방에 앉은 순천꾼 강명옥씨는 오전에 2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는데 “바닥상태에 따라 대 편성을 다시 해봤더니 깨끗한 바닥에서만 입질이 왔다”고 말했다. 산 밑 포인트에선 짧은 대에만 입질이 들어오더니 이곳 서 제방에서는 주로 긴 대에서 입질이 많고 찌올림 역시 깨끗했다. 한창 강명옥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오른 에서 챔질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있는 게 보였다. 8치 붕어였다. 그야말로 줄줄이 낚여 올라온다.
한파가 주춤한 2월 초 마릿수 호황을 보인 거군지
산밑 포인트에서 대를 뿌리고 있는 내림낚시인들.
예민한 채비 효과적, 봉돌 깎자 입질이
카메라를 들고 남문, 홍행랑 회원의 포인트로 가봤는데 그들 역시 씨알 좋은 붕어를 6~7마리 살림망에 담아놓고 있었다. 남문씨는 “여수 복산지에서 배스만 걸고 낚싯대까지 부러졌는데 여기 와서 손맛다운 손맛을 봤다”고 말했다. 동 제방에 앉은 이성균씨는 가장 많은 3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동 제방이라 북서풍을 그대로 안고 맞바람 속에서 고생을 했을 텐데. 그는 “입질이 약한 듯해 봉돌을 깎아 채비를 가볍게 해주었더니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거군지 붕어 입질은 쉴 새 없이 이어져서 낚싯대를 접는 순간에도 찌를 올려주었다. 이 정도면 시달린다는 표현을 해도 맞을 것 같다. 물낚시만 해도 고마운 요즘 시기에 이렇게 마릿수 호황까지 맛보다니! 어떻게 이런 조황이 가능했을까?
첫째, 어자원이 생각보다 풍부했다. 거군지는 순천이나 광양꾼 이외에는 아는 꾼들이 없었다. 그만큼 많이 들락거리지 아 어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거군지 아래 거군수로에 월척 붕어가 자주 출몰하므로 이왕이면 씨알 위주로 낚시를 하려는 꾼들이 수로만 찾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둘째, 상류에 야산이 있어 겨울 북서풍을 어느 정도 막아주어 수온이 다른 곳보다 높았다. 한파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곳만큼은 일부 지역에만 얼음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모두 호황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예민한 채비와 대물채비를 사용한 꾼들의 격차가 많이 났다. 무거운 봉돌을 사용하는 꾼들은 거의 몰황 수준의 낱마리 조황에 그쳤고 저부력찌를 쓰고 가벼운 맞춤을 한 꾼들은 모두 10수 이상의 붕어를 낚아냈다.
조과를 앞에 두고 만족해하는 취재팀. 좌로부터 이성균, 남문, 홍행랑 회원.
가는 길 벌교에서 고흥 으로 17km를 달리면 남양교차로에 이른다. 좌회전하여 남양면 으로 진입, 약 1.8km를 가다보면 상외삼거리에 이른다. 우회전하여 300m 가량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여 1.5km 가면 거군마을회관이고 마을회관 앞에서 45도 방향의 좁은 농로로 진입해 700m 정도 가면 거군지다.
조황문의 광양낚시갤러리 061-761-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