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부시리 배낚시 원정기

손맛·입맛 원 없이 만끽하고 왔어요!

알부시리 떼의 무한입질! 귀항 후 맛본 회·조림·구이 환상적

ㅣ서성모 기자ㅣ

서울에서 KTX를 타고 1박2일 부산 앞바다 부시리 배낚시를 즐기고 왔다.부산 다대포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자 사나운 부시리들이 팔이 아플 정도로 달려들었다.

‘부산 나무섬과 형제섬에서 선상찌낚시에 부시리가 대호황이라니 취재해오라’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시큰둥했다. 때마침 원도 부시리 지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부산 앞바다로 가라니 마뜩찮았다. 낚시장비를 가져가야 하나? 그러면 내 차를 가져가야 하는데? 그러나 현지 조황을 문의하기 위해 통화한 부산 유람선낚시 노영현 사장의 얘기를 듣고 나자 머릿속이 갑자기 맑아졌다.
“출조점에서 릴과 낚싯대 모두 대여해주니 몸만 내려오십시오. 출조점에 따뜻한 방도 있어 부산에 늦게 도착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낚싯배는 새벽 네 시나 다섯 시 그리고 낮 정오부터 한 시 사이에 하루 두 번 출조하니까 출항시간만 정하면 됩니다.”

부산 유람선낚시 노영현 사장이 형제섬 앞에서 부시리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낚시를 마치고 다대포항으로 돌아와 만끽한 부시리조림과 회.

낚시장비 대여, 몸만 가도 된다

10월 25일 새벽에 출항하기로 하고 24일 오후 4시 30분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 열차를 탔다. 2시간30분만에 도착한 부산역에서 1호선을 타고 다대포역까지 간 후 다대1동 새마을금고 앞의 유람선낚시를 찾아가니 오후 8시.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노영현 사장이 기자를 맞았다. 노 사장은 “9월 말부터 나무섬과 형제섬, 생도 주변에서 사오십센티 부시리가 마릿수로 낚이는데 한 사람당 최하 대여섯 마리는 낚아갈 수 있습니다. 요즘은 삼십센티급 상사리도 함께 올라옵니다”하고 말했다.
풍랑주의보 탓에 며칠 전부터 출항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주의보가 해제된 날을 택해서 내려왔는데 파도가 아직도 거친 상황이어서 새벽 출항은 포기하고 대신 오후 출항을 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유람선낚시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지난 9월 개업한 유람선낚시는 다대포항의 배낚시 전문 출조점으로서 수도권 낚시인들까지 유치하기 위해 사무실에 주방과 샤워실을 갖추고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객실도 마련해 놓았다. 인근 식당에서 술 한 잔 걸치고 유람선낚시의 온돌방에서 잠을 청했다.   
이튿날 오전, 유람선낚시 사무실엔 부시리 배낚시를 떠날 10명의 낚시인들이 모였다. 안영출씨는 “부시리는 너무 크면 가져가기도 쉽지 않고 손질하기도 힘들어요. 요즘 부산에서 낚이는 알부시리 씨알이 맛도 좋고 조림이나 구이로 골고루 요리해 먹을 수 있어서 인기 최고죠”하고 말했다.
10명의 낚시인을 나눠 태운 2톤급 낚싯배 두 척은 오후 1시경 다대포항을 떠났다. 10분 만에 멈춘 곳은 나무섬 앞. 벌써 몇 척의 낚싯배가 떠있었다. 선장이 뱃머리와 선미에 달아놓은 밑밥망에 크릴 두 장을 집어넣는 것으로 낚시가 시작됐다. 장비는 간단했다. 5호 원줄에 4호 목줄 2.5m, 0.8~3호 봉돌(고무내장형)을 원줄에 달고 3B~5B 좁쌀봉돌 2~3개를 목줄에 분납하면 끝. 밑밥용 크릴 중 한 마리를 12호 참돔바늘에 꿰어 흘려주면 된다.     

 배 한쪽에 나란히 앉아 미끼를 꿰면서 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요 정도 사이즈가 먹기 딱 좋아요.” 40cm급 부시리를 들어 보이는 안영출씨.

대여섯 마리 잡고 나면 “더 낚기도 귀찮아”

그런데 나무섬 앞에선 입질을 받지 못했다. 조류가 빠른 7물인데 이상하게 조류가 약해서 낚싯줄이 제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김성룡 선장은 나무섬에서 5분여 더 남쪽으로 내려가 형제섬 앞에 배를 세웠다. 잠시 후 박성완씨가 낚싯대를 세우고는 “왔어!”하고 외쳤다. 뒤이어 노영현 사장 역시 대를 세우고 버티기 시작했다. 물속으로 고꾸라진 낚싯대를 세우며 펌핑하기를 1분여. 뱃전에 올라온 녀석은 40cm급 부시리였다. 그 뒤로 드문드문 입질이 들어왔는데 낚이는 씨알은 40~50cm로서 간간히 30cm급 참돔과 20cm급 열기가 손님 고기로 올라왔다.
나는 그때까지 입질을 받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박성완씨는 “생각보다 물이 잘 가지 않기 때문에 뒷줄 견제를 해야 합니다. 낚싯줄을 잡고 있다가 풀어주고 잡고 있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해야 해요”하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낚싯줄을 잡고 풀어주기를 반복하는데 무언가 잡아 채가는 느낌과 함께 낚싯대가 휘어졌다. 낚싯대를 세우고 펌핑. 생각보다 끌어내기가 어려웠다. 우럭 외줄낚시식으로 들어 올렸다가는 낚싯대가 부러질 듯싶었다. 뱃전에 올라온 부시리는 40cm급. 순간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는 점차 저물어가고 물살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을 흘러가는 채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들물에서 썰물로 바뀌는 상황. 석양의 노을이 얼굴을 노랗게 물들일 무렵 입질이 쏟아졌다. 맞은편 낚싯배에서도 대 휘어지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5마리째 낚아 올린 박성완씨는 조금 치진 모습이었다. “부시리는 대여섯 마리 잡고 나면 솔직히 힘들어요. 더 올라오는 녀석도 귀찮을 정도가 되면 낚시는 다 한 거죠.”

                           다대포항으로 돌아와 물칸의 부시리를 꺼내 정리하고 있다.

부시리 마릿수 조과. 상사리와 열기가 손님고기로 올라왔다.

잊지 못할 맛! 부시리 머리구이

저녁 6시경, 다대포항에 도착한 낚시인들이 향한 곳은 출조점 옆의 해변횟집. 선장이 물칸에 살려놓은 부시리의 피를 빼고 자루에 담아 갖고 왔다. 식당에 고기를 주고 3만원만 내면 회와 조림, 구이를 해준다고 한다. 부시리 6마리를 내놓자 10명의 낚시인이 즐기기에 충분한 성찬이 마련됐다. 갖은 양념과 큼지막한 무로 맛을 낸 부시리 조림과 머리구이를 먹어보니 회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부시리 조림은 양념이 듬뿍 배어나서 씹을 때 얼큰한 맛이 함께 묻어나왔다. 머리구이는 처음 먹어봤는데 머릿살은 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났다. 
노영현 사장은 “부산 앞바다 부시리는 12월 초까지 주로 낚이고 그 뒤로는 마릿수가 줄어들어요. 대신 오늘 본 참돔이 씨알이 굵어지면서 오십에서 팔십센티급이 올라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내려오시죠”하고 말했다.     
다대포항에서 출항하는 부시리 낚싯배는 하루 두 차례 운항하며 새벽 4~5시에 출항해 정오까지, 정오~오후 1시에 출항해 오후 5시까지 낚시하고 돌아온다. 5명 승선 기준 2톤급 낚싯배 한 척을 통째로 빌릴 경우 55만원, 개인 출조할 때엔 6인 이상 승선 시 10만원, 5인 이하 승선 시 11만원을 받는다.   
▒ 현지문의 부산 다대포 유람선낚시 010-8490-5595, 070-8946-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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