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호남 최고의 호황! 

고흥 죽암수로가 터졌다    

찌 겨우 서는 수심에서 죽은 새우만 먹고 올라오는 월척들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고흥 죽암수로의 가지수로인 대강수로 하류에서 지금 연안 수초대에 붕어 떼가 붙어 폭발적인 입질을 퍼붓고 있다. 11월 초 현재 호남 전역을 통틀어 최고의 호황이라 할 만하다.

“이번 주는 또 어디로 가야 한대요?”
10월 중순, 늘 함께 다니는 조우 이성균씨가 전화를 걸어 출조지를 물어왔지만 딱 떨어지는 낚시터가 없다. 내가 갖고 있는 데이터를 참고해서 시기적으로 이때쯤 가볼 만한 곳이 어딜까 찾아보다가 고흥 죽암수로를 떠올렸다.
전남 고흥군 동강면 죽암리에 있는 죽암수로는 내대지와 계매지의 퇴수로를 포함해 세 개의 수로가 합류되어 만드는 2km 길이의 중형급 수로다. 상류의 세 가지수로 중 좌측인 계매지 퇴수로를 계매수로, 가운데 수로는 대강수로(대강천), 우측인 내대지 퇴수로는 내대수로라고 부르는데 이 수로들은 수초가 삭는 겨울에 토실한 붕어를 마릿수로 토해내는 곳이어서 겨울 낚시터로 아껴뒀던 곳이다.

 고흥 죽암수로 우안 상류에서 이성균씨가 붕어를 뜰채에 담고 있다.

“대 펴다가 월척 한 마리에 준척 세 마리 낚았어요”

10월 22일 오후, 나보다 이성균, 위봉현씨가 먼저 죽암수로를 찾았다. 그때 나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죽암수로 상류에 있는 내대지에서 대를 펴고 있었다. 나는 수초가 아담해 보였던 대강수로 밑 본수로의 우안 상류를 포인트로 알려줬는데 현장에 도착한 위봉현씨가 “수심이 얕아 찌가 제대로 서질 않는다”고 전화를 했다. 얼마나 나오기에?
“40cm밖에 안 돼요. 이런 곳에서 과연 붕어가 낚일까요?”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졌나보다. 물색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상당히 혼탁하고 수초대가 간간이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 붕어들은 꽤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를 펴라고 얘기했다.
오후 4시나 됐을까? 이번엔 이성균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잠깐 동안 네 마리의 붕어를 낚았는데 세 마리는 아홉 치이고 한 마리는 삼십삼센티 월척이에요.” 그 후 간간이 8치 이상의 붕어만 낚인다고 한다. 내대지에선 입질이 없어 마음은 온통 죽암수로에 가있었다. 다음날 아침 회사 동료들과 헤어지자마자 아침밥도 먹지 않고 죽암수로로 달려갔다.

낮낚시가 본게임!

이성균씨의 살림망을 보니 월척이 2마리 들어있고, 준수한 씨알의 붕어가 10마리 가량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는 못 낚았네?”하고 묻자 그는 밤새 동자개 때문에 낚시를 제대로 못하고 여명이 밝아올 즈음 다시 낚시를 시작했는데 아침엔 입질이 없다고 한다. 대를 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오전까지 해보자고 제안했다.
일단 포인트를 옮겼다. 우리는 상류 쪽으로 올라가 대강수로 합수부 지역에서 수초대가 좋아 보이는 포인트를 찾았다. 그곳은 공사 중인 배수펌프장 근처로서 붕어가 들어와 먹이활동을 하는지 수초대가 울렁이고 붕어가 몸을 뒤집는 모습도 보였다. 수초 위에 대를 올려놓고 펴려고 하는데 수심이 30cm 밖에 나오지 않는다. 찌를 봉돌까지 완전히 내려도 찌톱이 반 이상 보였다.
그러나 새우를 바늘에 꿰어 던지자마자 찌가 살짝 솟는 듯싶더니 45도로 기운 상태로 옆으로 슬슬 끌려가고 있었다. 챔질했더니 32cm 월척이 풍덩거리며 올라왔다. 살펴보니 죽은 새우를 꿰어놓은 낚싯대였다. 나머지 대에도 산 새우 대신 죽은 새우를 골라 꿰었더니 찌가 서기가 무섭게 슬슬 옆으로 끌고 가버렸다. 이번에 올라온 녀석은 29.5cm 준척 붕어였다.

 고흥 죽암수로의 중앙 가지수로인 대강수로 중류 모습

                            “한마디로 대박 조황 맞았습니다!”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성균(좌), 위봉현씨.

죽은 새우에만 입질, 산 새우는 죽여서 미끼로

살아있는 싱싱한 새우에는 반응이 없고 죽은 새우를 꿴 대에서 다시 입질이 들어왔는데 34cm 월척이었다. 이성균씨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서 “거기 입질 있소? 산 새우는 입질이 없으니 죽어서 하얗게 변질된 새우를 써보시오”하고 말했다. 그리고 쿨러에 있는 산 새우를 죽이기 위해 뚜껑을 일부러 열어놓았다. 그렇게 해서 두 시간 낚시에 월척 4마리와 준수한 씨알로 열댓 마리를 꺼냈다.
위봉현 회원 역시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자 죽은 새우에 미친 듯 입질을 해댄다고 했다. 이건 봄 산란기 낚시도 아니고, 얕은 수심의 수초대낚시에서 입질이 쇄도하고 있었다. 오전만 낚시하기로 했는데 폭발적인 조황 덕분에 누구도 철수하자는 이야기 없이 낚시에 몰입했다.
차에 있는 라면을 몽땅 꺼내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낚시를 시작하는데 드세던 입질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6치 이하의 붕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후 4시경 이성균씨가 4짜 중반급 되는 초대형 붕어를 걸었으나 그만 갈대를 감아버렸다. 바지장화를 신고 들어가 뜰채에 담으려다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다. 오후 5시에 우리는 계속되는 입질을 뒤로 하고 철수했다. 조과를 살펴보니 월척이 10마리가 넘었다.

 고흥 죽암수로 좌안 상류. 수심이 얕았지만 사진처럼 수초를 끼고 앉으면 입질이 들어왔다.

필자가 갓 낚은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11월 초 강우로 수심 70cm, 낚시여건 더 좋아져

우리가 낚시한 다음날, 조황 소식을 듣고 광주에서 달려온 배호남씨 일행은 죽암수로 최하류에서 생자리를 개척해 이튿날 오전까지 8마리의 월척과 마릿수 조과를 거뒀다. 일주일 후인 10월 29일, 필자가 평산가인 서부지부 회원 23명과 함께 다시 죽암수로를 찾았으나 수위는 일주일 전보다 10cm 가량 더 줄어 있어서 계매수로 밑 좌안 본수로에서 낚시를 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수심은 30cm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또 붕어 입질이 쏟아졌다. 맨바닥낚시를 한 회원들은 낱마리 조과를 거뒀고 수초를 끼고 낚시한 회원만 월척을 낚았다. 나는 생자리 줄풀·부들 포인트를 개척해 낚시를 했는데 오전 9시부터 집중적으로 입질을 받기 시작해 어둠이 내리기 전까지 3마리의 월척과 7~9치 붕어 20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밤엔 입질이 끊겼지만 새벽 4시경 월척 2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다.
11월 8일 현재 죽암수로는 일주일 전 내린 비로 수심이 70cm 정도로 오른 상태여서 낚시 여건은 더욱 좋아졌다. 11월 5일 밤낚시를 한 위봉현씨는 월척 4마리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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