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소류지 발굴
공주 은룡지
5짜로 착각한 46.5cm 거구에 깜짝
글 사진 김태우 방랑자닷컴 대표
충남 공주시 장기면 은룡리에 있는 은룡지는 3천평 규모의 준계곡형 소류지인데 배스가 유입된 지 오래된 곳으로 터가 세서 잊혀가는 소류지 중 하나다. 내가 이 소류지를 처음 찾은 시기는 10년 전인데 당시만 해도 생미끼낚시로 25cm 전후 붕어를 만났고 간간이 월척 소식도 들렸다.
그런데 지난 10월 30일, 강신원(늘친구) 회원이 보낸 욘룡지 42cm 붕어 사진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엄청난 체고의 우람한 붕어. 은룡지가 이런 곳이었던가? 강신원 회원은 전주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다가 홀로 낚시터를 찾았는데 동틀 무렵 받은 첫 입질이 42cm 붕어였다고 한다. 나는 곧바로 은룡지를 찾았다.
공주 은룡지에서 낚은 우람한 체고의 46.5cm 붕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
첫 출조에 대를 끌고 달아난 녀석의 정체는?
밤 9시에 저수지에 도착해 상류 중앙에 대를 폈다. 밤 11시경에 첫 입질이 왔다. 옥수수를 꿴 방랑자채비의 아랫바늘이었다. 29cm 붕어. 이후에도 간혹 입질이 들어오는데 좀처럼 찌를 올리지 못하고 다시 뱉는 그런 형태의 찌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대체 무얼까? 분명히 붕어의 어신인데 본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2호 원줄에 2호 목줄을 세팅한 방랑자채비면 웬만큼 약한 입질도 읽어낸다. 그러나 긴 대 편성이어서 고부력찌를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인 것 같아 입질이 자주 오던 4.8칸대의 찌를 저부력찌로 바꾸고 목줄은 1.7호, 바늘은 6호로 한 단계 낮췄다. 그리고 채비 상태는 한 바늘을 띄우지 않고 두 바늘 모두 바닥에 늘어뜨리는 슬로프 형태를 만든 뒤 옥수수 중 작은 놈을 골라 바늘에 뀄다.
새벽 3시. 잠시 차에 갔다 왔는데 그 사이 4.8칸대가 사라지고 없다. 동틀 무렵 수몰나무에서 낚싯대를 발견했는데 녀석은 목줄을 끊고 달아나버렸다.
다음날 나는 방랑자닷컴 게시판에 번개출조 공지를 올렸고 그날 오후 회원들과 은룡지를 다시 찾았다. 사각형 형태의 저수지는 제방을 제외한 전역이 준설을 했는지 수심이 2m 전후로 일정했고 최상류 새물 유입구에만 부들이 자라있는데 수심도 1m 정도로 얕았다. 그러나 바닥에 청태가 있고 맑은 새물이 유입되는 자리여서 날이 추워지는 계절에는 포인트로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회원들이 앉지 않은 상류 축사 입구에 자리를 정했다. 그리고 3.8칸대부터 4.8칸대까지 긴 대 위주의 편성으로 저수지 중앙을 향해 찌를 세웠다.
어둠은 깔렸지만 소류지엔 적막만 감돌았다. 약은 입질도 없는 상황. 작은 소류지에 다섯 명이 들어와서 경계심을 유발한 것일까? 밤 11시경 4.6칸대에서 첫 어신이 들어왔다. 찌를 한마디 정도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이러다 마려나 하는 순간 ‘쭈욱’하고 찌를 다시 뽑아 올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챔질. 수면에서 거세게 저항하는 붕어는 생각보다 묵직함이 떨어졌다. 끌어내보니 월척이 조금 못됐다. 그러나 체고는 상당히 커서 얼핏 봐도 월척붕어처럼 보였다.
46.5cm 붕어가 낚인 필자의 낚시 자리.
헉! 5짜 붕어다
새벽까지 나를 포함한 다섯 명 모두 전혀 입질이 없었다. 이제나저제나 찌가 움직일까 하면서 찌를 응시하고 있는데 가운데 4칸대 찌가 예신도 없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손잡이대를 쥐고 챔질할 준비를 했다. 느릿느릿 세 마디 정도 올라서서 멈추는 순간 번쩍 들었다. 챔질과 동시에 느껴지는 묵직함. 마치 바위를 건 듯했고 짧은 순간의 느낌이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쐐액”하고 낚싯대가 울면서 낚싯줄이 “핑핑~” 소리를 냈다. 엄청난 녀석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약한 채비이기에 대만 세우고 이리저리 방향만 제어하고 있기를 한동안. 주변 회원들의 환호성이 터졌고 붕어냐 잉어냐 하는 소리도 들렸다. 수면에 나타난 녀석은 엄청난 거함이었다. 조심스레 뜰채에 담은 녀석을 단번에 거두어 품에 안고 살펴봤는데 헉! 녀석은 4짜가 아니라 5짜 붕어였다. 그동안 내가 낚은 47, 48, 49cm 붕어보다도 훨씬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엄청난 체고와 엄청난 무게감. 한걸음에 달려온 회원들도 생애 처음 보는 5짜 붕어라며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계측자에 놓인 붕어의 체장은 46.5cm를 가리켰다. 5짜 붕어의 체고를 가진 은룡지 4짜 붕어였다.
나보다 더 흥분한 회원들은 붕어를 보면서 ‘이런 대물이 이런 소류지에 서식한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라면서 감탄했다. 밤낚시의 조과는 내가 낚은 29cm 붕어와 46.5cm 붕어 두 마리. 다른 회원들도 한두 차례 입질이 있었으나 그것으로 끝났을 뿐 제대로 된 입질 형태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출조한 다음날 은룡지를 찾은 심찬구(돌고기) 회원은 밤 1시경에 방랑자채비로 42cm 붕어를 낚았다.
46.5cm 붕어 안겨준 슬로프방랑자채비
뜬 바늘용 짧은 목줄을 좁쌀봉돌목줄보다 4~5cm 길게
내가 은룡지에서 사용한 방랑자채비는 좁쌀봉돌이 달린 목줄보다 뜬 바늘용 목줄을 길게 사용해 두 바늘이 모두 바닥에 늘어지게 했다. 좁쌀봉돌이 달린 목줄 길이 15cm, 나머지 목줄 길이를 20cm로 한 것인데 이렇게 하면 뜬 바늘에 주로 나타나는 약한 입질은 사라지지만 한 번 입질을 받으면 찌를 쭉 올리는 분명한 형태로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46.5cm 붕어는 좁쌀봉돌이 달리지 않은 바늘을 물고 올라왔다. 당시 활용한 채비를 보면 3~4호 부력의 찌, 2호 원줄에 2호와 1.75호 나일론 목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