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감성돔 호황 현장

죽도와 용초도 두 달째 순항

통영권 갯바위 출조 라인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①산양면의 연대도-만지도-오곡도 라인, ②한산면의 추봉도-용초도-죽도-비진도 라인, ③욕지면의 연화도-노대도-욕지도 라인이다. 그중 한산면에 속해 있는 용초도와 죽도가 9월 초순부터 마릿수 감성돔을 토해내며 통영권 조황을 주도하고 있다.

ㅣ이기선 기자 http://blog.naver.com/saebyek7272ㅣ

▲ 먼동이 터오는 시각, 취재팀이 죽도 노랑바위에 올라 감성돔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추봉도, 용초도, 죽도 등 한산면 라인은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거제도 동부 해안에서 더 가까운 탓에 낚시인들이 거제도에 있는 낚싯배를 이용해 진입하고 있다. 또 한산도와 추봉도, 죽도, 용초도, 비진도가 하나의 열도처럼 밀집해 있지만 낚시터 성격은 각 섬마다 다르다.
북쪽 내만에 있는 한산도와 추봉도(곡룡포)의 경우 수심이 얕아 내만권낚시터의 성격을 띠는 반면, 용초도와 죽도의 경우 수심이 깊은 외해낚시터의 성격을 띤다. 특히 죽도는 영등철까지 시즌이 이어지며 겨울철에 5짜급 감성돔들이 불쑥 불쑥 낚이기도 한다. 
한편 비진도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통영에서 가자니 멀고, 거제도에서 가자니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죽도, 용초도에 먼저 눈길이 쏠려서 드나드는 낚시인들이 적은 섬으로서 늘 한산한 편이다.
용초도와 죽도도 차이가 있다. 같은 위도선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용초도보다 죽도가 전반적으로 수심이 깊어 늘 용초도에 먼저 감성돔이 붙고 한 달쯤 지나야 죽도에 붙기 시작한다. 용초도의 경우 매년 8월 하순이면 한산도와 함께 감성돔이 붙기 시작하는데 희한한 것은 한산도와 용초도에 붙는 초기 감성돔 씨알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가자피싱랜드 이창욱(렉슈마 필드스탭 팀장) 사장은 “한산도에 붙는 감성돔 씨알이 25~30cm인 반면 용초도에 붙는 첫 감성돔들은 놀랍게도 가을 감성돔보다 훨씬 큰 40~45cm급이 붙는다”고 주장한다. “이 녀석들은 한 달 정도 머물다 빠지는데, 그제야 30cm 전후의 감성돔이 다시 붙는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데 아마도 내만에서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이 바로 빠지지 않고 용초도에 한 달 정도 머물며 몸을 추스른 뒤 깊은 곳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이창욱씨는 말했다.
앞서 말했듯 용초도는 9월부터, 죽도는 10월부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해마다 조황이 들쑥날쑥하는 다른 섬과 달리 시즌이면 매년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용초도의 삼여·호두여·큰논골, 죽도의 철탑 밑·노랑바위·고래여의 경우 허탕 없이 꾸준하게 감성돔을 배출해 내고 있는 대표적 명당이다. 가장 자리다툼이 심한 곳은 용초도 삼여와 죽도 노랑바위다.
지난 10월 18일 나는 죽도 감성돔을 노리고 가수 편승엽씨와 함께 거제도로 향했다. 저녁에 거제 동부면 가배리 함박금에 있는 가자피싱랜드에 도착했고, 다음날 새벽 6시 바다세계호를 타고 죽도로 향했다. 이창욱 사장은 “요즘 평일에 손님이 없어 세워놓는 낚싯배가 많다는데 이 지역은 매일 넘쳐나는 손님들 때문에 잠 잘 시간이 부족하다”며 행복한 엄살을 떨었다.

▲ 용초도에서 겨울철까지 감성돔이 낚이는 고동여 일원.
 

▲ 호두여에서 감성돔을 마릿수로 낚은 원주꾼 문종선씨.

▲ “역시 노랑바위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네요.” 오전 들물에 낚은 조과를 자랑하는 가수 편승엽, 거제도 허영국, 서울꾼 서상원씨(좌측부터).

특급 명당 죽도 노랑바위를 선점하기 위하여

우리가 내린 곳은 죽도 노랑바위. 워낙 명당이다 보니 자리다툼이 심해 전날 오후 거제도의 허영국씨(전 지세포바다낚시 대표)가 서울꾼 서상원씨와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 야영을 했다. 한편 이날 부산의 갯바위신발 제조업체인 (주)글로벌의 렉슈마 필드스탭들이 워크샵을 겸해 이틀 째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용초도와 죽도의 여러 포인트에서 손맛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노랑바위는 이날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하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초들물에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했는데 바깥에서 만 안쪽으로 흐르는 조류에 소나기 입질을 보였다. 14~15m 수심을 노린 허영국씨는 혼자 네 마리의 감성돔을 낚으며 실력을 뽐냈다. 만 안쪽에 내린 부부 조사도 우리가 보는 앞에서 세 마리의 감성돔을 뽑아냈다. 
어느덧 물때가 바뀌고 오후 2시경 낚싯배가 철수를 하기 위해 다가왔다. 이창욱 사장은 “오늘도 포인트마다 서너마리씩 감성돔이 낚였다. 허탕친 곳이 없을 정도로 봇물조황을 이루었다”며 싱글벙글했다. 
과연 도처에서 감성돔이 호황을 보였다. 제일 먼저 죽도 철탑 밑에 배를 갔다댔는데 이곳에 내렸던 렉슈마 필드스탭 김종석씨(창원)가 혼자 일곱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용초도 호두여에선 문종선(원주)씨도 여섯마리의 감성돔을 꿰미에 꿰어 배에 올랐다. 그는 하루 전날에도 노랑바위에서 일곱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문종선씨는 “입질 수심을 9 내지 10미터 주고 고동바위 쪽으로 흐르는 지류에 채비를 태워 입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호두여와 함께 좋은 조황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여에서는 이날 감성돔이 낚이지 않았다. 그러나 첫여와 용초도 철탑 밑에 내렸던 꾼들은 서너마리씩 낚았다. 
철수길에 이창욱 사장은 “작년 가을 조황이 올해보다 더 뛰어났는데, 정작 일이월에는 대물급이 많이 낚이지 않았다. 한 해씩 걸러 대물급이 호황을 보여 왔으므로 올 겨울에는 5짜 감성돔이 많이 낚이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거제 함박금에서 죽도, 용초도까지 1인당 왕복 뱃삯은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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