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갯바위 최전선

북서풍 기다리는 감생이들

모도에서 대기 중!

완도군 모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하순 5짜 포함 17마리를 터트리며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그 후 들쭉날쭉한 조황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아직 남풍의 영향으로 물색이 맑고 잡어 성화가 심하다. 문제는 바람! 물색을 흐리게 만드는 북서풍이 필요하다.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 대모도의 감성돔 명당인 북쪽 철탑 밑. 취재 당일 인천꾼 김영문씨가 이 자리에서 본류를 태워 여섯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 시즌이면 종종 떼고기 조과를 기록하는 북쪽 여밭 홈통. 취재일은 낱마리 조과를 보였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완도권 역시 감성돔의 행로가 심상치 않다. 소안도에서 감성돔이 일찍 배출되었지만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고, 청산도도 별다른 조황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도가 소안도의 바통을 이어받아 간간이 마릿수 조과를 토해내고 있지만 어제 호황이 오늘로 이어지지 않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던 11월 1일 모도에서 5짜를 포함해 17마리가 쏟아졌다는 거짓말 같은 낭보가 들려왔다. 그때 나는 진도 독거군도를 취재하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 목포에 있었다. 서울 가는 걸 잠시 보류하고 독거군도에 동행했던 목포 전남낚시 회원들을 다시 취재팀으로 구성해 완도로 내려갔다.

소모도는 포기하고 너울 피해 대모도로

“비가 계속 올 것 같더니 밤사이에 멎어 다행입니다. 그러나 바람은 좀 센 편이니 천천히 나갑시다.” 취재팀을 맞으며 최문식 사장이 말했다. 최 사장이 직접 모는 바이킹호는 완도항에서 출항한 지 20분 만에 모도에 도착했다. “요즘 소모도 남쪽 잠도 부근에서 계속 감성돔이 낚였는데 어제는 5짜급도 두 마리나 낚였어요. 그런데 오늘은 너울이 심해 대모도로 배를 돌려야겠어요. 모동리 마을 앞과 북쪽 철탑 밑 여밭에서도 나올 때가 됐으니 그쪽으로 가봅시다.” 최문식 사장이 말했다. 

▲ 최문호 사장이 마수걸이로 올린 감성돔을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 "오늘 주인공은 접니다." 인천 서진낚시 회원 김영문씨가 만조 직전 한 시간 동안 낚은 감성돔을 펼쳐놓았다. 

취재팀이 하선한 북쪽 여밭과 철탑 밑은 대모도 최고 포인트로 손꼽히는 곳이다. 시즌에 접어들면 매일같이 자리다툼이 벌어져 내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인데 아직 시즌이 일러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먼저 북쪽 여밭에는 나를 포함해 김건작, 정용선, 그리고 용인 강바다낚시 최문호 사장이 함께 내렸다. 최문호 사장은 최근 일본의 유명 돌돔낚싯대인 ‘올림픽’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데 돌돔낚시인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인천꾼 김영문씨는 철탑 밑 콧부리에 혼자 내렸다. 그리고 나머지 낚시꾼들은 마을 앞쪽에 흩어져 하선했다.
취재팀이 내린 북쪽 여밭은 수심은 얕지만 여가 잘 발달해 있어 감성돔이 한번 붙으면 종종 떼고기 조황을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심이 불과 4~6m로 얕아서 물색이 어느 정도 탁해져야 유리하고, 중들물 이상이 되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오늘은 포인트 이동 없습니다. 옮길 생각하지 마시고 배가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십시오.” 최문식 사장이 말했다. 오늘 만조는 오후 3시경으로 갯바위에 내리니 아직 물이 빠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물이 빠졌다가 어느 정도 차오르는 아침 10시~11시는 되어야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나 생각처럼 오전 내내 잡어만 들끓었고, 감성돔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 낚였다. 최문호 사장이 첫 감성돔을 낚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씨알이었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뒤이어 정용선(올림픽, 낚시여행, 블루샤크 필드스탭)씨의 낚싯대가 고꾸라졌다. “드디어 왔구나, 반갑다 감성돔아!” 30cm를 갓 넘긴 감성돔이 손아귀에 쥐어졌다. 떼고기가 들어온 것 아닌가 잠시 흥분했지만 애석하게도 두 마리를 끝으로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 대모도 철탑 밑에서 낚인 감성돔.                                        ▲ 취재 하루전날 소모도에서 낚인 마릿수 조과.

80m 흘려서 여섯 마리! 감성돔은 먼 곳에 있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철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 2시경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김영문씨에게서 온 기분 좋은 소식.
「본류 태워 30~38cm급으로 현재 네 마리 째 ^^」
오후 2시 30분경 만조가 다 되어서야 바이킹호가 철수하러 왔다. 기대에 못 미친 조과를 보더니 키를 잡고 있는 최문식 사장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다. “빨리 김영문씨 자리로 가봅시다.” 선장에게 재촉해 철탑 밑으로 다가갔다. 멀리서 보니 김영문씨가 감성돔을 또 걸었는지 활처럼 휜 낚싯대를 쥐고 파이팅을 벌이고 있었다. 배를 멈추고 먼발치서 잠시 지켜보았다. 김영문씨가 또 한 번 캐스팅을 하더니 입질이 없는지 서둘러 낚싯대를 접기 시작했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도 두 마리를 더 낚아 모두 6마리를 낚았다. 제일 큰 녀석이 38cm였다.
김영문씨는 “중들물까지 근거리만 노리다 입질이 없어 혹시나 싶어 본류를 태워 흘려보았는데 80m 지점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좀 더 일찍 본류를 노렸더라면 더 많이 낚을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물색은 맑은 편은 아니었지만 감성돔은 가까이에 붙지 않고 먼 거리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내렸던 곳은 들물 조류가 갯바위 연안을 타고 한 방향으로만 흘러 본류를 공략할 수 없었다. 최문식 사장은 “북서풍이 불면 멀리 있는 녀석들이 가까이에 붙을 텐데 언제나 불어줄는지”하며 웃었다. 이날 모동리 마을 앞에도 조황은 없었다.
김영문씨는 취재 후 11월 10일 또 완도를 찾았다. 하지만 사리물때인데도 물색이 맑아 이날 모도를 찾은 전원이 몰황이었다고 말했다. 최문식 사장은 “아직도 남풍만 불어 조황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북서풍이 불어줘야 물색이 탁해지고 감성돔들도 자리를 잡아 안정적으로 낚입니다. 그러나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부터는 북서풍이 분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 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취재협조 완도 국제낚시 011-607-6457, 목포 전남낚시 010-6645-7797

++++++++++++++++++++++++++++++++++++++++++++++++++++++++++++++++++++++++++++++++++++++++++++++++++

모도는 어떤 곳?

모도는 완도항에서 정남쪽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소모도와 대모도가 남북으로 나란히 위치해 있다. 뱃길로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소모도에는 모북리 마을이, 규모가 훨씬 큰 대모도에는 모동리와 모서리 두 개의 마을이 있다. 초반 시즌 잠깐 소모도에 감성돔이 붙었다가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대모도로 옮겨 붙어 12월 말까지 본격 시즌을 맞는다. 
모도는 전반적 수심이 5~7m로 얕다. 하지만 섬 전체가 여밭이나 다름없어 감성돔 낚시터로서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모도의 매력이라면 특별한 포인트가 따로 없고, 어디에 앉아도 몇 마리는 쉽게 낚을 수 있는 마릿수 재미다. 그런 속에서 한번씩 대형급이 덜컥 걸려들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국제낚시 최문식 사장이 겨울이면 청산도, 소안도를 제쳐놓고 모도만 찾는 이유다.
모도 감성돔 시즌은 10월 초순이면 시작되는데 초창기에는 얕은 소모도와 대모도 서쪽에 먼저 붙고, 서서히 북서풍이 불어오면 바람을 피해 수심이 더 깊은 대모도 남동편으로 옮겨 붙게 되는데, 이때부터 겨울까지 안정적인 조과를 보이게 된다. 모도의 대표적인 포인트를 꼽자면 북쪽 철탑 밑과 북쪽 여밭, 모동리 마을 앞, 만원짜리 포인트, 떨어진여, 모서리 마을 앞 등이다. 그 중 최고의 포인트는 북쪽 철탑 밑 여밭과 모동리 마을 앞 만원짜리 포인트 주변이다. 모도까지 왕복뱃삯은 1인 5만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