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월척 소류지

문경 연화지

마름·줄풀 사그라지자 대물 붕어 불쑥

박일 객원기자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이즈음이면 여름에 마름으로 뒤덮여 낚시가 불가능했던 저수지들이 마름이 삭으면서 호황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경북 문경의 연화지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 상류 도로변에서 바라본 연화지. 연안을 따라 빼곡한 줄풀 사이에서 붕어가 낚인다.
 

▲ 마릿수 재미를 즐긴 분당의 홍준교씨 자리.

▲ “나도 좀 들어봅시다.” 이상규씨(좌)가 낚은 붕어를 동행한 곽무근씨가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 홍준교씨가 지렁이와 옥수수로 낚은 밤낚시 조과.

10월 30일 일요일, 경상북도 예천읍 주변 저수지에서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예천읍의 한 낚시가게에서 미끼를 사러 온 중년의 낚시꾼을 만났다. 분당에서 왔다는 홍준교씨였는데, “지난밤 4짜에 가까운 붕어와 토종붕어를 많이 낚았는데 미끼가 모자라 또 사러 왔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귀가 솔깃해 우리는 서울로 가는 것을 일단 보류하고 그분을 따라 나서기로 했다. 이철에는 낮에도 붕어가 잘 낚이기 때문에 입질이 잦으면 좀 늦게까지라도 낚시를 해볼 생각이었다.
예천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문경 방면으로 가다 용궁면을 지나자 홍준교씨가 낚시했다는 소류지가 나타났다. 약 4천평 규모의 평지지로 저수지 이름은 연화지였다. 문경시 산양면 연소리가 행정구역으로 줄풀과 마름이 수면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밀생해 있었는데 여름철에는 거의 낚시를 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였다.
저수지에는 5명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홍준교씨의 살림망을 보고 깜짝 놀랐다. 4짜급 대물 붕어와 준월척 붕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차에서 낚시도구를 꺼내 들고 발 빠르게 낚시 포인트로 향했다.
홍준교씨는 “한 달 전인 10월 초에 막 삭기 시작한 수초를 제거한 뒤 4박5일 동안 80킬로그램을 낚았다. 4일 전에 또 와서 3일 동안 낚은 붕어는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주었고, 살림망에 있는 조과는 어젯밤에 낚은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낚싯대를 펴는데 줄풀 사이의 수면에서 라이징하는 붕어의 모습도 보여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낚싯대를 꺼내들지 않는다면 낚시꾼이 아닐 터. 한 단골꾼은 “이곳은 주변에 우사가 있어서 현지꾼들은 수질이 나쁘다고 인식하여 잘 찾지 않는다. 평지지인데다 수심이 별로 깊지 않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에 조심해서 낚시해야 한다. 밀생해 있는 수초에 채비를 붙이고 조용히 낚시를 한다면 낮에도 붕어가 낚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문경 현지꾼들도 잘 찾지 않는 곳

나는 정성희, 손문산과 함께 제방 쪽에, 이상규씨는 곽무근씨와 함께 좌안 중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미 수초 작업이 되어 있는 곳을 골라 앉았기 때문에 따로 작업은 할 필요가 없었다. 제방은 1m 내외, 중상류는 60~70cm의 수심을 보였다. 물색이 맑았다면 낚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심이었지만 다행히 이날 물색은 아주 흐린 편이어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스윙낚시뿐만 아니라 수초직공낚시를 할 곳도 많았지만 우리는 수초채비를 갖고 오지 않아 스윙낚시만 시도했다. 짧은 대 위주로 3~4대씩 편성했는데 가지고 온 미끼(옥수수, 새우, 지렁이, 떡밥)를 고루 꿰어 입질을 기다렸다.
제방에 앉은 우리 세 사람은 떡밥으로 4~6치 붕어들을 잇달아 낚아 올렸고, 중류에 떨어져 낚시하던 이상규씨는 큰 녀석을 걸었는지 낚싯대를 들고 쩔쩔매는 모습이 보였다. 달려가보니 놀랍게도 지렁이 미끼에 34cm 토종붕어를 낚은 것이었다. 이후로 해질 무렵까지 낚시를 더 해보았지만 월척은 낚이지 않았다. 7~8치로 4~5마리씩 낚은 취재팀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아쉽게도 낚싯대를 접고 철수해야만 했다.
여러 해 이곳을 찾고 있다는 홍준교씨는 “붕어는 물론 가물치 자원도 많다. 매년 4짜 붕어도 여러 마리 배출되며 여름철을 제외한 사철 내내 고른 조황을 보이는 곳이다. 뻘이 깊어 지렁이가 효과적인데 채집되는 참붕어에도 곧잘 대물급이 낚인다”고 말했다.
연화지는 기온이 내려갈수록 굵은 붕어가 낚인다는데 12월 얼음이 얼기 전까지 조황이 꾸준한 편이며 얼음낚시도 잘 된다고. 수초가 빽빽한 곳이기 때문에 2칸 전후의 비교적 짧은 대가 효과적이며, 수초용 짧은 찌를 사용하는 게 좋다. 지렁이는 여러 마리 꿰기를 하면 대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낚싯대를 접고 떠나는 우리에게 홍준교씨는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더라도 저수지 이름만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거듭 부탁했으나, 낚시춘추 객원기자로서 저수지명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기에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IC에서 내린 다음 문경시내를 관통해 문경소방서를 지나면 예천 방면 34번 국도를 탄다. 산양산업단지를 지나 불암사거리에서 산양면으로 진입한다. 산양치안센터 앞을 지나면 나오는 산양교를 건너 좌회전, 개운선원을 지나면 우측에 연화지 수면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  문경시 산양면 연소리 158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