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구정연휴 호남 방랑기
완도호-약산호-용산지로 헤매다
마침내 철수길 함평 석창둠벙에서 웃다
장재혁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1,500평 규모의 석창둠벙. 둠벙 중앙으로 갈대가 발달해있는 손 안탄 낚시터였다.
구정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영상의 기온을 되찾으면서 남녘의 일부 대형 간척지와 수로가 해빙이 시작되었다. 예년 같으면 호남지방에선 이미 물낚시를 시작했을 텐데 지난 한파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저수지와 수로가 결빙된 상태로 있어 물낚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출조지 선정에 고민을 하고 있던 중 무안의 박경희씨에게서 완도호의 호황 소식을 들었다. 큰 붕어를 낚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물낚시로 붕어를 낚을 수 있다는 게 그저 반갑기만 했다.
설날인 2월 3일 망설임 없이 완도를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7시간여를 달려 완도군 완도읍에 있는 완도호에 도착했다. 완도호는 수면적이 1,566,942㎡(47만평)에 달하는 담수호다. 좌측 연안에 갈대와 부들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 주변엔 아직 살얼음이 남아 있었다. 평산가인 서부조우회 회원 5명과 함께 낚시를 했는데 제방 우측 펌프장 주변으로 가보니 흐린 물색을 띠고 있어 이곳에서 밤낚시를 하기로 하였다. 밤 기온이 약간 쌀쌀했지만 춥지 않은 날씨여서 밤낚시가 은근히 기대되었다. 며칠 전 이곳에서 월척 붕어를 비롯해 마릿수 조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밤 조과는 잔챙이 서너 마리에 불과했다. 그 날 낮에 완도호 제방 쪽 중앙부의 깊은 수심에서 보트낚시를 한 본지 필진 박현철씨가 월척 붕어를 7마리 낚았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완도호에선 보트에서만 월척이
해가 뜨면서 낮낚시에 기대를 걸어봤지만 잡어 성화만 더욱 심해지자 우리 일행은 낚시를 접고 완도호를 나와 완도군 약산면 우두리에 있는 약산호를 찾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수면 한가운데 떠있는 보트 1척 외에는 낚시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배수가 많이 이뤄져 석축이 드러나는 등 조금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수면의 절반 정도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다행히 따스한 햇살에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조량이 많은 석축지역에 대편성을 하고 낚시를 시작하였다. 석축지역은 수온 상승이 빨라 붕어가 빨리 붙지 않던가.
배수로 인해 60~70cm로 얕은 수심이었지만 물색도 탁하고 간혹 바늘에 말풀이나 삭은 수초 줄기가 걸려 나왔다. 오후가 되자 따스한 기온에 수온이 올랐는지 몇몇 회원에게 간간이 입질이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나 헛챔질로 이어졌다. 낮에 한두 마리 채집되던 참붕어가 해질녘에는 엄청난 양이 들어왔고 밤엔 새우도 채집할 수 있어서 밤낚시가 더욱 기대됐다. 찌불을 밝히고 참붕어와 새우를 사용하였지만 새우미끼엔 잡어 성화가 심했고 참붕어에도 변변한 입질을 볼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엔 함인철씨가 슬그머니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을 챘는데 대를 세우지 못해 놓치는 아쉬운 상황도 있었다. 아침 조황을 기대해봤지만 더 이상 입질은 없는 상황.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완도 약산호에서 다시 강진 용산지로
약산호를 나와 결빙되지 않은 저수지를 찾던 중 강진읍에 사는 김현주씨가 “며칠 전 강진 용산지에서 붕어가 낚였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강진군 도암면 용흥리에 있는 용산지로 향했다. 지나는 길에 강진 만덕호를 볼 수 있었는데 이곳 역시 수면의 절반이 얼어 있었고 낚시꾼들은 볼 수 없었다.
용산지는 22,160㎡(6,700평)의 계곡형 저수지로서 물색이 맑은 편이었지만 물속엔 말풀이 자라 오르고 있었다. 상류에서 중류까지 연안을 따라 자라있는 부들수초는 최고의 포인트로 보였다. 우리는 상류에서 중류까지 부들수초 언저리와 중심부의 말풀대를 공략하였다. 낚싯대를 던지자마자 말풀 사이 공간에서 찌를 쭉쭉 올려주며 잔 씨알의 붕어가 연신 낚여 올라왔다. 붕어의 활성도는 꽤 좋아 보였다. 이곳은 참붕어, 새우, 지렁이, 옥수수 가리지 않고 먹는다. 찌불을 밝히고 미끼를 지렁이에서 참붕어와 새우로 교체하였다. 얼마 후 우측 부들수초 가까이 붙여 놓았던 찌가 꿈틀댔고 서서히 올라설 때 챔질을 하니 7치 붕어가 걸려 나왔다.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밤새 잔 씨알의 붕어만 올라왔다.
새벽에 이르자 사흘간 낚시를 하면서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졸아선 안 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순간 오른쪽에 앉은 함인철씨 자리에서 소류지의 정적을 깨는 힘찬 챔질 소리가 들려 왔다. 거센 물보라 속에서 올라온 녀석은 31cm 월척붕어. 이제 낚시가 되나보다 싶어 내가 낚은 것처럼 기뻤다. 어느새 주변이 밝아 오고 있었다. 오전낚시까지 해보았지만 더 이상의 월척붕어는 만날 수 없었다.
"또 낚았다." 배호남 회원이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찌맛 실컷 봤습니다." 평산가인 이병근(좌), 배호남 회원이 석창둠벙의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함평의 석창둠벙에서 원 없이 찌맛
3박4일 일정의 낚시를 마치고 아쉬움 속에 철수를 준비하는데 광주에 사는 배호남씨가 함평의 무명둠벙 얘기를 해주었다. 이대로 올라가기엔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아 철수길에 함평을 들르기로 했다.
전남 함평군 손불면 석창리에 있는 그 둠벙은 이름이 없어 석창둠벙이라 부르기로 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5,200㎡(1,500평) 규모의 둠벙으로서 2/3 정도가 갈대와 부들로 덮여 있었는데 수초대 주변은 대부분 빙판이었다. 수초대가 결빙된 것이 아쉽지만 어떻게 하랴. 탁한 물색만 보고 낚시를 시작했다.
일부 얼지 않은 1m 수심의 갈대수초에서 5~8치 붕어가 연신 낚여 올라왔다. 씨알은 크지 않지만 지렁이를 넣으면 얼마 안 있어 찌를 쭉쭉 밀어 올려주었다. 겨우내 보지 못했던 물낚시의 찌올림.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흘간 그렇게 고생을 했건만 정작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철수 중 만난 이름 모를 둠벙이었다.
지나가던 주민이 우리를 보고는 “여기는 낚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물도 마른 적이 없어서 붕어가 많을 거에요”하고 말했다. 둠벙 주변에 유입수는 없었다. 그런데 갈대수초 사이에 무넘기가 있었고 그곳으로 물이 넘쳐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지하수에 의해 수위가 유지 되는 듯 보였다. 오후까지 입질이 이어져 4~8치 붕어를 30여수 낚았다.
▒ 석창둠벙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나들목을 빠져나와 함평, 영암 방면으로 600m 진행하다가 양림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주포(돌머리해변) 방면으로 약 3.6km 가면 주포삼거리가 나온다. 손불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해수찜마을을 지나 2km 가다가 좌측 농로로 진입하면 해안가 옆에 갈대가 무성한 석창둠벙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