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 기자의 바다낚시 고민타파
가을 감성돔낚시엔 저부력찌가 유리할까?
투박한 고부력찌가 예민한 저부력찌보다 유리할 때 많다
가을 감성돔낚시에서 흔히 듣는 얘기 중 하나가 “가을 감성돔은 활성이 좋아 잘 떠오르므로 저부력 채비로 낚는 게 좋다”는 것이죠. 그래서 3B~0.5호 같은, 겨울철엔 거의 쓰지 않던 호수들을 언급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런 저부력 채비를 사용해보면 유리할 때보다 불리할 때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 13m 수심의 하사량도 먹방촬영자리에서 가을 감성돔을 걸어내고 있다.
찌의 호수는 수심과 비례해 쓸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0m 전후 수심에서는 0.8~1호, 15m 전후 수심에선 1.5~2호를 많이 씁니다. 흔히 쓰는 3호 원줄 대신 2호나 2.5호 원줄을 쓰면 더 저부력의 찌로도 미끼를 깊은 수심까지 내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원줄을 가늘게 쓴다고 해서 채비 하강속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일단 수심으로 볼 때 3B~0.5호는 5~8m 수심을 노릴 때 가장 무난한 부력입니다. 목줄 길이만 3.5m에 달하므로 수중찌를 2~5m 가라앉히면 감성돔이 머물고 있는 바닥층 가까이 미끼가 놓이게 되니까요. 하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첫째, 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는 채비가 사선으로 늘어지므로 실제보다 더 깊게 찌밑수심을 줘야만 목적한 수심에 미끼가 놓이게 됩니다. 실제 수심이 5m라면 채비 수심은 7~8m를 줘야 되는 것이죠.
둘째, 캐스팅 거리가 문제입니다. 10m 안쪽을 노린다면 몰라도 25~30m까지 채비를 날릴 경우 입수 속도가 두 배 이상 늦어집니다. 늘어진 원줄이 갖고 있는 수면과의 마찰 저항이 거리만큼 커지기 때문이죠. 만약 10m 지점을 노릴 때 0.5호 채비를 썼다면 25~30m 지점을 노릴 땐 최소 0.8~1호 찌는 써줘야 비슷한 입수 속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람까지 불어 수면에 늘어진 원줄의 입수를 방해한다면? 더욱 부력 센 구멍찌를 써줘야 합니다.
수심 깊다면 가을에도 고부력, 속공낚시 구사해야
좋은 예로 최근에 취재한 사량도의 ‘먹방촬영자리’라는 포인트를 들어보겠습니다. 이곳은 전방 20m 거리의 수심이 13m나 나오는 깊은 곳입니다. 가을 감성돔 하면 으레 5~6m의 얕은 여밭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일반론일 뿐 실제로는 먹방촬영자리처럼 깊은 수심에 몰려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곳에서 취재팀이 호황을 거둘 수 있었던 제일 비결은 고부력찌를 이용한 속공낚시였습니다. 그림에서 보듯 조류가 좌측에서 우측으로 흘러드는 상황에서 입질은 우측의 인공어초 앞쪽에서 집중됐는데, 빠른 조류 속에서 13m 물속에 채비를 빨리 입수시키기 위해서는 1.5호 이상의 고부력 채비가 필요했습니다.
고부력 채비는 단순히 흘리는 과정뿐 아니라 어초 앞에서 채비를 잡아줄 때도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고부력 채비는 뒷줄을 잡아도 무거운 수중찌가 여전히 바닥층 가까이 머무르며 감성돔을 유혹했지만 저부력 채비를 썼다면 너무 높이 떠올라 감성돔의 입질 범위를 벗어났을 테니까요.
▲1.5호 구멍찌 채비. 15m 이상의 깊은 수심을 노릴 때 유리하다.
조류만 잘 흐르면 채비 예민성은 큰 문제 못 돼
물론 이 포인트에서 1호찌로도 낚시는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1.5호 찌보다 채비 입수 속도가 30% 이상 늦고, 찌가 작고 가벼워 밑채비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앞쪽으로 빨리 끌려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럼 좀 더 멀리 던지면 되지 않을까요? 멀리서부터 천천히 가라앉힌 뒤 입질 구간으로 끌어들이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1.5호찌나 2호찌로 열 번 포인트를 훑는다면 1호찌로는 대여섯 번밖에 훑지 못하게 돼 불리합니다. 또 1.5호나 2호찌로 열 번 훑어 서너 번 입질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호찌로는 절반 밖에 훑지 못해 입질 확률이 훨씬 떨어질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낚시한 먹방촬영자리는 채비 착수 지점과 입질 지점 간 거리가 25m 정도로 짧아 예민성보다 빠른 속공 능력에 중점을 둔 채비가 유리했습니다.
너무 부력이 센 채비를 사용하면 감성돔에게 이물감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조류가 왕성하게 흐르는 상황에서는 별 문제가 못 됩니다. 조류가 멈춰 미끼가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의 감성돔은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지만 빠른 조류를 타고 미끼가 흘러갈 때는 ‘지금 먹지 않으면 놓친다’는 본능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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