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성돔 시즌 클라이맥스
여수 금오열도
돌산도 성두에서 출장낚시로 즐기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돌산도 남쪽 끝에 있는 금성리 성두마을. 테트라포드가 있는 뒤쪽 방파제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건물이 주재영씨가 운영하는 ‘낚시마을’이다.
여수 금오열도 감성돔낚시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인 9월 중순경 개막을 알렸다. 매년 그렇듯 금오도의 얕은 여밭(매봉산 아래, 심포, 직포, 심장리 여밭)에서부터 감성돔이 선보여 단골 낚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9월 하순에는 안도까지 호황전선이 확대되었다. 돌산도 성두항의 그랜드맥스호 주재영 선장은 “안도는 만년 명당 백금만을 시작으로 서고지, 부도, 동고지, 벼락바위 등에서 호조를 보였다. 특히 백금만과 벼락바위의 조황이 제일 좋았는데 벼락바위에서는 최고 12마리까지 낚은 꾼도 있었다”고 말했다.
10월 1~3일 연휴를 맞아 금오열도를 찾았다. 그런데 이번 금오열도 출조는 좀 색다른 방식으로 즐겨보기로 했다. 기자와 동행한 울산 한국프랜지낚시회(회장 손진호) 회원들은 여수 금오열도 감성돔을 낚기 위해 특이하게 돌산도 성두마을에 민박집을 정해놓고 2박3일간 출장낚시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프랜지낚시회 류광근 총무는 “원래 거문도 등 원도에서 2박3일 출장낚시를 하기로 했다가 샛바람이 강하게 불어 원도행은 무산되고 대안으로 찾은 것이 여수 돌산도에서 출장낚시로 금오도와 안도를 드나들며 낚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금오도와 안도엔 민박집은 있으나 낚싯배가 없어서 출장낚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돌산도 성두마을엔 민박집과 낚싯배가 있어서 장박 출장낚시를 즐길 수 있다. 성두에서 금오도까지는 배로 10~15분 거리니까 추자도 민박집에서 직구도나 보름섬 가는 거리밖에 안 된다.
▲ 안도 서고지 입구에서 낚은 감성돔을 류광근(총무), 김영환씨가 보여주고 있다.
돌산도 출장낚시! 당일낚시엔 없는 무한여유
한국프랜지낚시회의 회원 13명은 9월 30일 금요일 저녁 울산을 출발해 여수로 향했다. 동해피싱랜드 박승해 사장도 함께 온다고 했다. 나는 1일 오후에 돌산도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이번 여수 취재에는 오랜만에 집사람도 동행했다.
한국프랜지낚시회 회원들이 머물고 있는 돌산읍 금성리 성두마을은 조용하고 아담한 어촌이었다. 돌산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옆에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 도량 중 하나인 향일암이 있다. 성두마을의 민박집 ‘낚시마을’은 2층 건물로 그랜드맥스라는 갯바위전용선까지 갖추고 있어 낚시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민박집 주인인 주재영 선장(36)은 “14년 전부터 여천에서 낚싯배를 몰았는데, 금오열도와 제일 가까운 성두마을에서 낚싯배와 민박집까지 함께 해야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6년 전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갯바위에서 떨지 말고 성두마을에서 편안하게 출장낚시를 즐기세요”라고 말했다.
민박집에 들어서니 한국프랜지낚시회 회원들이 회를 장만하느라 시끌벅적하다. 류광근 총무에게 조황부터 물었다. 샛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대부분 몰황을 면치 못했고 윤일선, 동성철 회원이 안도 벼락바위에서 두 마리를 낚아 회를 뜨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감생이 두 마리로 누구 코에 붙이나 싶었는데 나중에 차려진 상은 뜻밖에 푸짐했다. 총무가 낚은 무늬오징어에다 주재영 선장이 이럴 때를 대비해 낚아놓았다는 볼락, 감성돔 회까지 썰어서 얹은 것이다.
손맛을 보지 못했던 회원들도 술잔이 돌기 시작하자 금세 유쾌해졌고, 저녁 식사 후에도 낚시이야기로 첫날 밤은 무르익어갔다. 너무 일찍 술자리를 시작해서인지 잠자리에 들려고 시계를 보니 아직 9시도 안 되었다.
“성두에서 금오열도로 출장낚시를 하면 밤에 푹 잘 수 있어서 좋고 또 오후 네다섯시에 철수하니 낚시도 실컷 할 수 있어 좋다”고 류광근 총무는 말했다.
좌) “왔어요 왔어!” 서고지에서 한 낚시인이 입질을 받았다. 우) 3일 내내 감성돔을 낚는 실력을 뽐냈던 동성철(왼쪽), 윤일선씨.
감성돔, 깔따구, 전갱이에 무늬오징어까지
다음날 새벽 2시, 이 집 안주인이 방마다 돌아다니며 낚시인들을 깨웠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져 늦게 나가면 자리가 없어요. 빨리 서둘러요.”
우리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배에 올랐다. 주재영 선장은 “오늘은 바람이 많이 약해졌다. 사리 때는 금오도가 좋지만 오늘은 죽는 물때라 안도도 기대할만하다”고 말했다. 선실에 눕자마자 다 왔다며 내릴 준비를 하란다. 나는 제일 먼저 하선하는 윤일선, 동성철 회원을 따라 내렸다. 칠흑 같은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동고지 1번 자리였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 동이 트려면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두 사람은 서둘러 전지찌 채비를 했고, 나는 밤낚시를 하려고 청갯지렁이를 챙겨왔는데 집사람에게 민장대 찌낚시 채비를 만들어주었다.
놀랍게도 집사람이 채비를 담그자마자 찌가 물속으로 잽싸게 빨려들었다. 올려보니 깔따구(농어새끼)였다. 나도 감성돔 릴찌낚시 채비에 수심을 1m만 주어 던졌더니 깔따구에 시장 고등어까지 낚였다. 오랜만에 갯바위를 찾은 아내는 자지러지며 즐거워했다.
감성돔은 동이 틀 무렵 낚였다. 7m 수심을 노리던 윤일선씨가 마수걸이로 35cm급을 낚았다. 물때는 초들물. 5분도 채 안되어 동성철씨도 입질을 받아 응수했다. 기세로 보아 적어도 대여섯 마리는 낚일 듯 보였으나 샛바람 때문인지 두 마리를 끝으로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그러나 집사람의 민장대는 계속해서 고꾸라졌다. 날이 새고도 깔다구와 전갱이가 낚였다. 집 사람은 즐거워하는데 우리 옆에 내렸던 다른 낚시인들은 전갱이가 붙자 낚시를 포기하고 갯바위에 드러누워버렸다.
▲ 안도 동고지의 낚시인들. 앞에 보이는 두라도, 횡간도는 초가을 명당이다.
오전 9시쯤 배가 다가왔고, 나는 촬영을 하기 위해 배에 올랐다. 선장은 “동풍이 계속 분 탓에 흐려졌던 물색이 다시 맑아져 급작스럽게 조황이 나빠졌다. 이야포만 입구에 내려놓은 박승해 사장이 두 마리를 낚아놓고 있으니 그쪽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박승해 사장이 내려 있는 철탑 뒤쪽 이야포만 입구는 다른 곳에 비해 물색이 흐렸다. 박승해 사장은 감성돔 입질이 그치자 루어대를 꺼내들고 에기를 달아 던졌다. 첫 캐스팅에 무늬오징어를 낚였다. 연타로 세 마리를 낚고는 끝. 알고 보니 달랑 하나 가지고 온 에기가 줄이 터져 놓쳤던 것이다. “요즘 어딜 가도 무늬오징어가 잘 낚여 항상 에기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기왕이면 몇 개 더 가지고 다니시지.
12시 30분, 물때가 바뀌어 박승해 사장과 함께 포인트를 옮겼다. 이번에 간 곳은 서고지방파제 옆 갯바위. 언제나 물색이 좋고 꽝이 없는 자리라 자리다툼이 심한 곳인데 이날도 두 팀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내릴 무렵 한 팀이 철수했는데 살림망에는 다섯 마리의 감성돔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야속하게도 입질을 받지 못했다. 이곳은 들물 포인트였던 것이다. 오후 4시경 철수했다.
철수하는 도중 안도 벼락바위에 내렸던 엄태응씨가 낚싯배에 오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만조 직전에 낚았다며 살림망에서 48cm짜리 감성돔을 내어보였다. 이맘때면 보기 드문 큰 씨알이다. 이날 밤에도 감성돔 회와 오징어 등으로 민박집의 식탁은 풍성했다.
▲ 울산 피싱랜드 박승해 사장이 굵은 무늬오징어를 낚고 즐거워하고 있다.
“북서풍만 불기를 기다립니다”
금오도 안도로 출조하는 낚싯배는 십여 척에 이른다. 여수항과 돌산도 각 항구에서 출항하는데, 배마다 주로 가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다. 다른 배의 단골 포인트에서 조황이 잘 나와도 관례상 침범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개 여수 국동항에서 출항하는 배들은 개도, 금오도 용머리~직포~심포 라인으로 가고, 돌산도에서 출항하는 배들은 두라도, 횡간도, 안도, 연도 라인으로 간다.
일정 마지막 날은 늦게 기상한 탓에 오전 5시가 넘어서야 갯바위로 향했다. 어제 호황을 보였던 안도와 금오도 심장리 갯바위는 선점한 꾼들로 앉을 자리가 없어 연도까지 내려가게 되었는데 연도는 아직 맑은 여름 물색이어서 감성돔을 낚는 데 실패했다. 이날은 오전 10시에 철수했다.
유일하게 안도에 내렸던 윤일선, 동성철씨는 세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다. 성두항으로 돌아온 뒤 2박3일 동안 함께 지냈던 한국프랜지낚시회 회원들과 작별했다. 여수까지 왔는데 그냥 올 수 있나? 나오는 길에 봉산동 게장골목에 들러 잘 차린 돌게 게장백반(1인 7천원)으로 아내와 함께한 여수 여행을 마무리했다.
10월 10일 주재영 선장과 통화를 했다. “여전히 동풍이 불고 얕은 곳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 하루 한 두 마리 낚는 정도로 불황을 보이고 있다. 북서풍이 불어주어야 물색이 돌아오리라 보고 바람이 바뀌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둘째 날 안도에서 낚인 조과.
금오열도와 가장 가까운 마을
성두마을에서 편안한 출장낚시를
패키지 이용하면 가격 저렴
그랜드맥스호 주재영 선장이 운영하는 ‘낚시마을’ 민박은 2층 건물에 TV와 욕실이 딸린 여섯 개의 방이 있으며 동시에 30명이 숙식 가능하다. 올 가을에는 밑밥+도시락+낚싯배요금을 한데 묶어 주중 4만5천원, 주말 5만원에 판매하는 패키지상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12시, 오후 2시30분, 오후 4시 등 세 차례 철수를 하고 있어 여유 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평일에는 오후 1시 철수).
낚시 후 민박집으로 돌아오면 낚은 고기로 회도 썰어준다. 선장이 틈틈이 낚은 볼락이나 농어, 감성돔으로 회나 매운탕을 끊여 술안주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1인 숙식비는 2만5천원. 내비게이션에 성두마을을 치면 마을까지 갈 수 있다.
▒ 돌산 성두 낚시마을 그랜드맥스호 011-608-2308, 061-644-2505
한국프랜지낚시회는?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기계를 생산해오고 있는 (주)한국프랜지공업(울산시 동구 동부동)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낚시모임으로 37년 전 만들어져 지금까지 낚시를 취미로 결속을 다져오고 있다. 한국프랜지공업(주)은 현재 근로자 수만 600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낚시회에는 7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민물과 바다낚시를 번갈아가며 매달 정기출조하고 있다. 회장 손진호, 총무 류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