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성돔 시즌 클라이맥스

고흥 수락도

감생이는 흔하고 낚시인은 드물더라

감성돔 시즌만 되면 찾아오는 고민. 바로 ‘고기 잘되고 한산한 포인트는 없을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게시판은 잠시 닫고 추억의 명당을 끼고 있는 한적한 포구로 눈을 돌려보자. 가을 감성돔은 의외로 가까운 내해에 있다.

▲ 순천 119피싱 회원들이 고흥 수락도 남쪽의 떨어진 여에 내려 감성돔을 노리고 있다. 왼쪽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손죽도(좌)와 초도(가운데)며 우측에 선명하게 보이는 섬은 고흥 지죽 인근의 섬들이다.

올드스타 감성돔의 인기는 여전히 건재하다. 9월 들어 남해안에서 20~30cm 감성돔이 낚인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벵에돔, 무늬오징어, 돌돔, 참돔, 부시리 낚시가 올 스톱되는 현상을 보였고, 감생이 포인트가 많은 통영, 거제, 남해, 여수, 고흥, 완도엔 갯바위로 나가려는 낚시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당일치기로는 성에 안 차 최근엔 1박2일 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 바다낚시인들의 감성돔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갑지 않는 소식도 있다. 고기가 잘 낚이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런 유명 포인트에는 낚시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출조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더 빨리 출항해 더 멀리 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무리한 출조 경쟁은 심신을 지치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숨은 명당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 명당은 대개 육지에서 가까운 내해에 숨어 있다. 과거엔 뱃길이 먼 난바다에 숨은 갯바위가 많았으나 고속 낚싯배들이 누비는 지금은 오히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격으로 너무 가까워서 지나치는 갯바위 명당들이 많다. 특히 10월은 연중 내만에서 감성돔이 가장 잘 낚이는 시즌이라 내해감성돔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좌) 허찬영, 김양유씨가 내린 강동서. 수심 8~10m로 발밑에서 고기가 입질한다고 했다. 우) 9월 30일 수락도에 재도전한 김양수씨가 4짜급 감성돔을 낚는 데 성공 했다.

3일 전 떼고기가 낚인 그곳으로

나는 순천 119피싱의 강정희(동양레포츠 필드스탭) 사장에게 고흥 수락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흥 도화면과 포두면의 경계인 석수포에서 남쪽으로 2~3km 거리에 있는 수락도는 순천, 고흥꾼들의 안방터로 9월 중순에 감성돔이 가마니 조황을 보였는데 아직 소문이 나지 않아 주말에 현지꾼 몇 명이 찾아올 뿐 평일에 가면 낚시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다고 했다.
9월 28일 순천 119피싱 회원들과 함께 수락도로 나갔다. 출항지는 고흥 도화면의 석수포. 낚싯배라곤 엄일수 선장이 운항하는 선외기 한 척이 전부였다. 옆 마을로 가면 선외기가 한 척 더 있다고 했다. 석수포는 출항지라고 하기에는 아주 작은 곳이었다. 강정희 사장은 “수락도는 나로도와 육지가 연결되기 전에는 감성돔 포인트로 유명했지만 대교가 놓인 후 낚시인들이 점점 더 멀리 나가다보니 이곳은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오전 5시 선외기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니 수락도가 보였다. 선장은 서치라이트로 간출여를 비추며 “여기 고기가 많이 붙었응께 어서 낚시들 하쇼! 삼일 전에 떼고기가 낚인 자리가 여기지라. 수심은 만조 때 육미터고 전부 발앞에서 무니께 자리들 벗어나지 마쇼”라고 말했다. 15년 동안 수락도 가이드를 한 엄일수 선장은 물속 지형을 손바닥 보듯 했다. 나와 강정희, 장만호, 김상엽씨는 수락도 남쪽의 간출여에 내렸고 허찬영, 김양우씨는 더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강동서에 내렸다.

▲ 김상엽(좌)씨와 장만호씨가 어장줄자리에서 낚은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들물에 발밑, 물때는 13물 이후가 좋다

동이 트기 전부터 선장의 설명대로 낚시를 시작했다. 장만호씨는 3B 구멍찌를 쓰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1호 구멍찌로 반유동채비를 했다. 그런데 사리물때라 물이 너무 빨리 차올랐다. 취재 날은 조고차가 390cm에 달했는데, 동이 트고 얼마 되지 않아 들물에 간출여 콧부리가 잠기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위험할 것 같아 서둘러 선장에게 전화를 해서 포인트를 옮겨 달라고 했다. 옮긴 곳은 수락도 동쪽의 어장줄자리. 엄 선장은 “이곳은 고기가 붙긴 했는데, 들물에 못 낚으면 고기가 없는 자리여. 발앞에서 물고, 안 물면 오늘은 꽝이니께 그렇게들 알드라고”하며 우리를 내려주고는 마을로 돌아갔다.
그러나 들물엔 농어 새끼와 갈치, 복어, 밴댕이가 입질했고 감성돔은 낚이지 않았다. 만조 직전에 장만호씨가 약간 먼 곳을 노려 감성돔을 낚았지만 그 한 마리가 전부였다. 사리물때라 물색이 탁해서 고기가 낚이지 않느냐고 물으니 장만호(동양레포츠 필드스탭 팀장)씨는 “사리물때는 조류가 빠르긴 해도 물색이 갑자기 탁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리물때 다음날부터 이삼일간 물색이 탁하죠. 그래서 사리 때까지는 출조해도 큰 문제가 없으며 사리 이후엔 잠시 쉬었다가 조금 물때 전후로 출조하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 철수 때 촬영한 수락도. 수락도도 좋지만 그 주변의 간출여들이 알짜배기 포인트라고 한다.

먼 곳에서 연속 입질 “밑밥만 더 있었어도”

들물이 끝나고 시간은 정오를 넘어 철수배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복어와 씨름하는 것이 지겨워 채비수심을 내리고 30m 넘게 장타를 날렸는데 채비가 정렬되자마자 찌를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왔다. 설마 감성돔? 올려보니 30cm쯤 되는 감성돔이 올라왔다. “감성돔이 멀리서 뭅니다!”
모두 장타를 날리니 던지는 족족 감성돔이 물었다. 15~20cm 감성돔이 낚이기도 했지만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25cm가 넘었다. 연이은 입질이 기뻤지만 텅 비어버린 밑밥통을 보니 애간장이 타올랐다. 들물에 발밑을 노리라는 선장의 말이 전혀 맞지 않는 이 상황은 무엇인가?
낚시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낚시한 어장줄자리 앞은 발앞에 턱이 진 곳이 두 군데라는 것이었다. 한 곳은 발앞으로 수심 6m 내외며 다른 한 곳은 포인트에서 3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높이 2~3m인 턱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고흥 일대는 바깥은 죄다 뻘밭이라는 생각에 아무도 멀리 노릴 생각을 하지 않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우리는 오전 내내 발앞만 더듬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밑밥이 다 떨어진 상태여서 연이은 감성돔 입질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감성돔 입질은 뜸해지고 다시 잡어가 물기 시작했다. 장만호씨는 “밑밥만 더 있었더라면 떼고기를 낚을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가을 감성돔은 밑밥에 곧잘 반응하기 때문에 밑밥으로 충분히 묶어두고 낚을 수 있는데 밑밥이 없으니 정말 갑갑하군요”라고 말했다. 쓸 만한 감성돔은 8마리였고 나머지는 방생사이즈였다. 강동서에 내린 허찬영씨와 김양우씨는 꽝을 쳤다. 너무 빠른 조류에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정희 사장은 “오늘은 조류가 빨라 조과가 부진한 모양입니다. 조금물때엔 이보다 씨알도 크고 마릿수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3일 전 조황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데, 재도전하시려면 조금물때에 맞춰서 한번 내려오세요”라고 말했다. 더불어 엄 선장은 “수락도는 본섬보다 간출여의 조과가 월등히 뛰어나다. 물때는 13물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 출조문의 순천 119피싱 010-5470-1385, 엄일수 선장 010-3615-3908

▲ 어장줄자리의 조과를 보여주는 강정희 사장.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조황이 들쑥날쑥하지만 수락도는 11월까지 꾸준한 조황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