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성돔 시즌 클라이맥스
완도 내해
10월의 다크호스 생일도를 주목하라
덕우·황제 가는 길목? 오히려 더 확실한 조과!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완도 내만의 생일도가 감성돔을 터트렸다. 생일도는 수도권 낚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일 수 있지만 강진, 장흥의 현지꾼들에겐 초가을 명소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또 왔어요.” 바람을 피해 생일도 남쪽 용출리홈통 포인트에 내렸던 정용선씨(올림픽, 낚시여행, 블루샤크 스탭)가 들물에 연타로 입질을 받고 있다.
생일도는 가을에 보성만과 도암만에서 외해로 빠지는 감성돔이 머무는 중간기착지역으로 주변에 평일도, 조약도, 금당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단골꾼들은 “생일도는 전역이 감성돔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특히 남동편 부속섬인 소룡낭도와 목섬, 낭도가 최고의 감성돔 명당이라고 한다.
강진 마량 블루마린호 우홍남 선장은 “많은 사람들이 생일도 감성돔은 초가을에 잠시 머물다 외해로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먼저 붙고 오래까지 머물기 때문에 겨울에도 주목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을엔 25~30cm급만 낚이지만 11~12월에는 40cm급이 넘는 씨알도 잘 낚인다고.
“낚시인들은 멀리 가야 큰 씨알을 낚는 줄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덕우도나 황제도에서 큰 씨알이 낚일 때면 생일도에서 큰 씨알이 함께 낚여요. 덕우도로 갈 때도 꼭 한두 팀은 생일도에 내려놓고 가는데 확실히 꽝치는 확률이 적어요. 물색도 좋고 주변에 큰 섬들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조황이 안정적입니다.”
우 선장이 이토록 생일도를 격찬하는데도 늘 한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봄철 감성돔의 산란기에는 회진과 마량에서 지척인 약산도 북쪽(초완도 주변, 항에서 5~10분 거리다)에서 잘 낚이기 때문에 굳이 생일도까지 오려 하지 않고, 또 가을에는 외해의 섬들이 감성돔을 토해내기 때문에 이왕 나선 걸음 멀리 가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생일도는 외해에서 감성돔이 낚이지 않는 9월 초순에 잠깐씩 들르는데 그때 낚이는 잔 씨알들만 보고 잔챙이터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 “시월 중순 이후엔 이보다 더 굵은 감성돔이 낚입니다.” 목포꾼 최평관씨가 오전에 낚은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8월 하순부터 12월까지 꾸준히 낚여
올해도 생일도는 9월 초순경 전역에서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했다. 9월 13일 부산에서 40여명의 낚시인들이 단체로 찾아와 5명 빼놓고 모두 손맛을 봐다. 이틀 뒤에는 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 회원들이 이곳에서 랭킹전을 치러 20여 마리를 낚았다.
랭킹전을 치르고 목포로 돌아오던 전서지부의 정용선씨가 내게 생일도 호황소식을 알려왔고 마량 우홍남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임을 확인했다. “생일도 전역에서 감성돔이 낚이고 있다. 혹시나 싶어 어제 덕우도까지 갔다 왔는데 아직 물색이 맑고 상사리와 뺀치만 낚였다. 소덕우도와 형제섬에서 일부 낚이고 있지만 여전히 생일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생일도 취재를 오려면 사리 때 맞춰서 오라”고 우 선장은 말했다.
그래서 사리물때인 9월 28일 목포꾼 정용선, 최평관씨와 함께 마량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우홍남 선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생일도는 강진 마량보다 장흥 회진에서 가까우니 그곳에서 배를 대기시켜놓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새벽 5시경 취재팀은 회진 선착장에서 우 선장의 선외기에 올랐다. 우리 말고도 해남과 강진에서 온 8명의 낚시인이 동행했다. 선외기라고 하지만 정원이 12명일 정도로 넓었다. “가을만 되면 넘치는 손님들 때문에 곧 7톤급으로 바꿀 것”이라고 우 선장은 말했다. 마량과 회진 앞바다는 갯바위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겨울까지 선상원투낚시에 대형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기 때문에 우홍남 선장은 가을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 정용선씨가 감성돔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동풍에 쫓겨간 금곡리, “발밑이 급소였구나!”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생일도에 도착하니 샛바람(남동풍)이 터져 애초 내리려 했던 목섬, 낭도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결국 바람을 피해 서쪽 금곡리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생일도는 전역이 감성돔 포인트라 어떤 바람이 불어도 낚시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취재팀을 안심시키려는 듯 우 선장이 말했다. 취재팀이 맨 먼저 금곡리 해수욕장 옆에 있는 용출리 홈통에 내렸다. 들물, 썰물에 모두 감성돔이 낚이는 명당이다.
강한 샛바람이 불어 너울이 심했다. 이날은 만조가 10시 반으로 초들물이 막 진행되었고 조류가 한 방향으로 흘러줘 낚시를 하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낚시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최평관씨가 입질을 받았다. 그런데 낚싯대가 휘는 게 예사롭지 않다. 4짜 감성돔이 아닐까 기대했으나 올라온 녀석은 35cm짜리 돌돔. 그런데 감성돔 입질은 생각보다 없다. 너울이 높은 탓인 듯하다.
만조가 다 될 무렵 ‘밑밥발’을 받았는지 정용선씨가 <그림> 용출리 홈통 포인트의 ㉠포인트에서 첫 입질을 받더니 30cm 전후의 씨알을 연타로 걸어냈다. 어느덧 썰물로 바뀌었고,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어왔다. 조류를 따라 흘리는 채비는 바람 때문에 발밑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오다시피 했는데 알고 보니 감성돔은 발밑에 오글오글 모여 있었다. 채비를 회수하다 크릴이 그대로 붙어 있어 발밑에 내려 보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빨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연속 히트! 내가 두 마리, 정용선씨가 한 마리, 세 마리를 올리고 나니 배가 다가왔다. “진작 발밑을 공략해볼 걸.”
정용선씨가 뒤늦게 탄식했다. 철수하면서 금곡리 조황을 살펴보니 마릿수는 없었으나 대부분 한두 마리씩 낚았다. 생일도까지는 강진 마량항과 장흥 회진항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뱃삯은 1인 4만원선.
▒ 취재협조 강진 마량 블루마린호 011-622-2294, 장흥 회진 관광레저 061-867-7767
생일도 낚시여건
생일도는 완도군 생일면에 속해 있지만 완도항보다 장흥 회진과 강진 마량, 고흥 녹동에서 가까워 주로 그쪽 낚싯배들이 출항하고 있다. 갯바위 주변 수심은 6~8m로 일정하며 여밭지형이라 감성돔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금곡리방파제도 감성돔터로 유명하다. 생일도에는 다시마와 전복 양식장이 섬을 둘러싸고 있어 감성돔의 먹잇감도 풍부하다. 또 25~30m 수심이 많아 한겨울에는 감성돔이 이곳에 머물다 햇볕이 좋고 바람이 적은 날 얕은 수심의 여밭에서 종종 40~50cm급이 떼로 붙어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내만이라서 사리 전후에 탁수가 형성되곤 하지만 우 선장은 “물색보다 조류만 원활하게 흘려주면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탁한 물색은 이미 감성돔들이 적응한 상태인데 문제는 뻘물이다. 하지만 뻘물에도 간조 전후엔 맑은 물색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때 맑은 물색에서 오히려 떼감성돔이 낚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