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월의 以心傳心

가덕지! 충남 금산의 월척 금맥이로고    

바닥새우 꿰어 말풀구멍 노리자 튼실한 놈들이…   

이종일 객원기자

나는 1년에 한 지역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성향이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전국 여기저기를 중구난방으로 다니는 것보다 한 지역의 대물낚시터 정보나 테크닉을 완전히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내 나름의 낚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에 소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작년에는 군산, 익산 지역을 중점적으로 다녔고 올해는 금산, 보은, 옥천 지역을 샅샅이 훑었다. 그러다가 충남 금산군 부리면 선원리에 있는 가덕지를 발견했다.  

가덕지는 6천평 크기의 준계곡지로서 쉽게 대를 드리우지 못할 정도로 수초가 꽉 들어차있는 곳이다. 가덕지는 대전에 사는 임낙균씨에게 소개 받았다. “금산에 말풀이 가득한 저수지를 하나 봐두었는데 척월님이 좋아하는 저수지일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내가 맨바닥보다는 밀생한 수초지대를 작업해놓고 낚시한다는 사실을 아는 그가 가덕지를 추천한 것이다.
과연 가덕지는 첫눈에 맘에 쏙 드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초에 찾았다가 천둥번개와 폭풍우 탓에 제대로 낚시도 못하고 쫓겨나듯 철수했었다. 그리고 3주 후인 10월 1일, 낚시하는붕어 회원들과 함께 가덕지를 다시 찾았다.

금산 가덕지의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는 필자. 건강미 넘치는 강인한 검은빛 체색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초가 발달한 금산의 숨은 월척터 가덕지.

“이 깨밭 밑에서 낚시해보시오” 농부도 낚시꾼과 이심전심

9월 초엔 말풀이 밀생해 찌를 세울 공간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새 수초가 삭아 듬성듬성 빈자리도 보였다. 나는 우안 중상류 산 밑 깨밭 둔덕에 낚시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남의 밭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른 아침 동네 어르신이 낮을 들고 와 깨 줄기를 베시더니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여기 깨 베어낸 자리에서 낚싯대를 펴시오”하고 말씀하신다.  
물속의 덜 삭은 물수세미를 끌어내는 수초작업을 어느 정도 하자 찌 10개 설 자리가 마련됐다. 수심은 2m. 새로 만든 수초구멍에 겉보리를 투척하는 것으로 낚시 준비를 끝냈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임낙균씨는 1m 수심을 보이는 상류 모래톱 부근에 대를 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건일 회원이 처남 홍기삼씨와 함께 찾아왔다. 이건일씨는 떡밥낚시만 해본 처남을 위해 3m 수심의 좌안 산 밑에 낚시 자리를 잡아주고 수초작업까지 해주었다.    
기다리던 밤낚시. 채집망을 들어보니 미끼로 쓰기 좋은 새우와 참붕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참붕어와 새우를 반반씩 꿰어 달았다. 케미를 꽂다가 갑자기 덜컥 하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니 참붕어를 꿰어놓은 낚싯대의 총알이 뒷고리에 걸려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낚싯대를 들어보니 작은 씨알의 가물치였다.

                                     이건일(우)씨가 처남 홍기삼씨와 함께 가덕지의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금산 붕어의 강인한 체색은 역시 일품이야! 

밤 8시30분경 참붕어 미끼를 꿴 3칸대 찌가 깜박이며 예신을 보내왔다. 이어 올라온 본신에 챔질하니 9치 붕어. 계곡지 붕어답게 힘이 좋았는데 어둠 속에서도 강인한 느낌을 받았다. 인삼의 고장 금산은 밤낚시 때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청정지역으로서 이 지역의 붕어들은 건강미가 넘치고 강인한 빛깔의 체색이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그 뒤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는데 찌를 올리다가 차고 나가는 입질이 많았다. 점점 짙어지는 물안개 때문에 케미 불빛마저 희미하던 새벽 4시경, 새우를 꿴 3.8칸대 찌가 움찔하더니 한마디 수면으로 올라왔다. 새우 미끼다운 예신. 손잡이대에 손을 얹고 다음 동작을 기다렸고 몸통 가까이 오르는 찌올림을 보면서 챔질했더니 묵직한 느낌이 낚싯대를 타고 전해왔다. 연안으로 끌어내보니 32.3cm 월척이었다. 
안개가 서서히 물러갈 즈음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홍기삼씨가 내 뒤에 서 있다가 커피 한 잔을 건넨다. “뭐 좀 나온 게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대충 재보니 35cm하고 33cm던데요. 찌가 잘 서지 않던 자리는 계속해서 물속 수초를 꺼내고 새우를 꿰었는데 새벽에 찌를 옆으로 끌고 가기에 대를 들었어요. 월척 두 마리가 연달아 낚였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어느새 옆에 온 매형 이건일씨가 애매모호한 얼굴을 하고 담배만 피워대더니 퉁명스럽게 “척월님 큰일났습니다. 저 친구 지난번 강화도에서 8치 붕어를 잡고는 하루 종일 자랑하던데 오늘 월척을 두 마리씩이나 잡았으니 아마도 일 년 내내 귀가 따갑겠죠”하고 말해 한바탕 크게 웃었다.
아침에 살펴보니 나와 홍기삼씨가 낚은 월척 3마리 외에 6~8치 붕어가 10여 수 낚였다. 수초작업이 녹녹치 않았던 10월 초의 낚시 여건을 볼 때 수초가 더 삭아 내리는 늦가을 조황이 기대됐다. 가덕지에서 낚시하면 느닷없이 대를 차고 나가는 입질이 종종 있으므로 낚싯대에 꼭 총알을 채워야 한다는 점 기억하기 바란다.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금산I.C를 빠져나와 금산 방면으로 진입해 고속도로 밑을 지나면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창평교를 건넌 뒤 좌회전하면 사거리. 우회전해 3km 가량 가면 도로 좌측으로 가덕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