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거도 돌돔 폭발
개린여 서쪽에서 민장대로 15마리!
신여·두억여 등 가는 곳마다 입질
ㅣ글 사진 최중길 여수 포인트24시 대표ㅣ
이번에도 느꼈지만 가거도의 돌돔 자원은 정말 엄청나다. 나를 비롯해 서울에서 온 돌돔낚시인들은 한 자리에서 20마리가 넘는 돌돔을 낚고 넋을 잃었다.
▲ 아이스박스에 돌돔을 넘치도록 담았다.
▲ 도경준씨가 돌돔과의 무지막지한 파이팅을 시작했다. 낚시자리는 개린여 서쪽 콧부리로 하선 첫날 15마리의 돌돔을 낚아 올렸다.
나는 돌돔낚시 매니아다. 여름이 되면 가까운 광도, 평도, 역만도로 돌돔 민장대낚시를 다닌다. 그리고 매년 한두 번씩 가거도 원정에 나선다. 올해 여수 고흥권의 돌돔 조항이 부진해 손맛 갈증을 풀지 못하고 있다가 8월 24일 기회가 생겨 도경준씨와 단 둘이 가거도로 들어갔다. 마침 3구에서 돌돔이 잘 나온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를 하고서.
진도 서망에서 낚싯배 파이넥스호를 타고 출항, 오전 5시30분에 가거도에 도착했다. 배에는 약 20명의 낚시인들이 탔는데 절반은 릴찌낚시꾼, 절반은 돌돔낚시꾼이었다. 3구의 경진호로 갈아탄 우리는 개린여 서쪽 콧부리에 내렸다. 선장은 “동풍이 계속 불어 며칠 전에 비해 수온이 조금 내려갔다. 조황이 며칠 전보다 못하지만 돌돔 얼굴 보기는 어렵지 않겠다”고 말했다.
10m, 11m 민장대 두 대를 펴고 미끼는 보라성게를 썼다. 낚시자리는 수심이 10m 내외로 민장대 채비가 딱 알맞게 들어갔다. 오전은 들물. 얄궂게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데다 수온이 내려갔다는 말에 동이 트고 시간이 지나야 입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동이 트자마자 입질을 시작했다. 발 앞으로 바짝 붙인 10m 민장대에 먼저 입질이 왔다. 초리가 고꾸라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 후 챘더니 45cm 돌돔이 올라왔다.
▲ 개린여에서 5짜 돌돔을 낚은 필자.
개린여 동쪽에선 원투낚시로 25마리!
그 후 입질은 20~30분마다 계속 들어왔다. 평균 사이즈는 40cm 내외로 작은 것은 35cm 큰 것은 50cm에 달했다. 우리 옆에 내린 릴찌낚시인들도 알고 보니 돌돔을 노리고 출조했다, 그들도 릴찌낚시로 30~35cm 돌돔을 낚아내고 있었다.
함께 출조한 도경준씨는 돌돔 초보라 처음엔 서툰 모습을 보였으나 금방 감을 잡고 돌돔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작전은 확실한 본신이 올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린 후에 챔질, 낚싯대를 붙잡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낚싯대의 탄력을 이기지 못한 돌돔이 제풀에 지쳐 떠올랐다.
오전 9시 중들물이 되자 낚이는 돌돔의 씨알도 커져 나와 도경준씨는 5짜 돌돔도 낚아낼 수 있었다. 돌돔이 어찌나 많았는지 한번은 쌍방울로 달아 놓은 성게에 동시에 두 마리의 돌돔이 올라왔다. 물돌이 후 썰물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입질이 들어왔다. 우리는 첫날 개린여 서쪽 콧부리에서 15마리의 돌돔을 낚았다. 바늘이 벗겨진 놈, 터진 놈을 다 건졌더라면 20마리가 넘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돌돔을 가장 많이 낚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철수했는데, 우리가 내린 자리의 반대편인 개린여 동쪽에 내린 낚시인들이 25마리의 돌돔을 꿰미에 꿰어 나타났다. 40~50cm 돌돔이 꿰미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 첫날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는 도경준씨(위). 5짜 돌돔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두억여에선 원줄이 두 번이나 터져
다음날에도 개린여 서쪽 콧부리에 내렸다. 1구에도 돌돔 포인트가 많지만 기상 여건에 따라 포인트를 고르다보니 동풍이 부는 상황에서는 3구의 개린여, 신여가 가장 좋았다. 그런데 다음 날엔 문제가 생겼다. 첫날에 성게를 너무 많이 써서 미끼의 양도 모자랐고 가져온 성게의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날 대부분 죽어버린 것이다. 여객선편에 주문한 성게가 도착할 때까지 어쨌든 버텨야 했다.
죽은 성게는 잘 먹히지 않았다. 여객선이 도착한 후 싱싱한 성게를 받은 후 다시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오전 물때를 놓치는 바람에 둘째 날의 조과는 7마리에 그쳤지만 이번에도 50cm가 넘는 돌돔을 낚을 수 있었다. 전날 개린여 동쪽에서 25마리를 낚은 낚시인들은 다음 날에도 그곳에 내렸는데 19마리의 돌돔을 또 낚아냈다. 신여에 내린 원투낚시인들의 조황도 좋았다. 그들은 개린여를 마주보는 자리에서 20마리를 낚아냈다. 철수 때 낚시인들의 돌돔을 모아보니 정말 엄청난 양이었다.
셋째 날에는 개린여 가기 전의 두억여에 내렸다. 동쪽에 째진 자리가 한 곳 있는데 그곳에서 민장대로 돌돔을 노렸다. 잘한 선택이었을까? 엄청난 입질을 수차례 받았지만 원줄이 두 번이나 날아가고 목줄도 한 번 터지는 사고 끝에 5마리를 낚았다. 동풍이 강하게 불어 너울이 치고 올라와 낚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 낚인 씨알은 모두 40cm를 웃돌았다.
▲ 개린여에서 촬영한 신여. 서울에서 온 돌돔꾼들이 원투로 20마리가 넘는 돌돔을 낚았다.
가거도는 전체가 여밭, 돌돔 포인트는 무궁무진
2박3일 동안 도경준씨와 나는 30마리에 가까운 돌돔을 낚아왔다. 가거도의 돌돔낚시 시즌은 7월 중순부터 시작해 10월 말까지 간다. 8~9월엔 민장대와 원투낚시가 모두 잘 된다. 민장대낚시 시즌도 아직 많이 남았다.
돌돔 포인트는 1구에 많다 3구에 많다라는 식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내가 출조한 날은 동풍이 부는 데다 3구의 조황이 꾸준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나간 것이지 다른 곳에 돌돔 포인트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가거도는 섬 전체의 수심이 10m 내외로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돌돔이 많이 붙을 때는 전체적으로 호황을 보인다. 필자는 1구의 6~7m 수심에서 돌돔을 마릿수로 낚은 적이 있다. 10m 민장대가 다 들어가지 않는 곳으로도 많은 양의 돌돔이 올라붙는다. 구멍이나 크랙이 아닌 수중여 위에 미끼가 얹혀 있어도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가거도엔 돌돔의 자원이 많고 포인트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얕은 곳 주변에는 돌돔낚시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자리가 많다.
더불어 가거도는 민장대 마릿수 포인트라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필자는 거의 민장대낚시를 하지만 원투낚시에 더 많은 조과가 나오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그러므로 모험심을 가지고 다양한 포인트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가거도는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집과 마을방파제 등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 목재 건물이나 슬레이트로 지은 건물들은 다 주저앉고 시멘트로 지은 집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경진호의 민박집도 이번 태풍에 날아가버렸지만 집을 빌려 계속 영업 중이다. 피해복구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 문의 여수 포인트24시 010-8624-0049, 3구 경진호 010-4662-4534
▲ 여수로 철수한 후 손님들에게 돌돔 회를 대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