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기다렸다!

대풍! 진해 갈치배낚시

‘최고의 횟감’ 2~3지 주종, 하룻밤에 쿨러 조황 어렵지 않아

생선회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갈치회. 그런데 그들이 꼽는 특상품 횟감은 큰 갈치가 아니다. 갈치회 매니아들은 “갈치는 구이용으로는 큰 것이 좋지만 회로 먹기에는 2지나 3지(몸통 너비가 손가락 두세 개 정도 되는 것)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 “올 가을은 갈치 맛 좀 보겠어요.” 울산에서 온 임용석(좌), 이정구씨가 아이스박스에 담은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씨알은 2~3지가 주종으로 횟감으로 딱 좋은 사이즈다.

일 년을 기다렸다. 작년에는 전국적으로 갈치 조황이 부진해 갈치 맛도 못보고 넘어갔지만 올해는 경남 앞바다를 중심으로 8월 초부터 2~3지 사이즈들이 마릿수로 낚이고 있다. 예년에 비하면 2~3주 빨리 시즌을 시작했고 조과도 풍성해 갈치낚시 매니아들은 벌써부터 황홀한 밤을 만끽하고 있다.
현재 갈치배낚시는 남해동부 앞바다인 경남 삼천포, 통영, 진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선 먼바다 왕갈치낚시와는 다르게 가까운 내만에서 갈치를 낚는다. 낚이는 씨알은 2~3지 사이즈로 왕갈치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선비가 저렴하고 낚시하기 편하며 횟감으로 안성맞춤인 2~3지 사이즈가 낚여 인기는 더 높다.
왜 작은 갈치가 횟감으로 좋을까? 그 이유는 뼈에 있다. 큰 갈치는 뼈가 억세기 때문에 포를 떠서 회로 먹는데, 뼈가 없으면 갈치 회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덜하고 살도 금방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작지만 뼈째 먹을 수 있는 작은 갈치가 인기 있는 것이다. 작은 갈치는 통째로 조리거나 튀김을 해도 좋다. 살점이 두툼한 큰 갈치는 도막을 내어 구이와 조림을 한다.

▲ 진해 제덕항에서 출항해 포인트로 나가는 낚싯배.

출조 스타일에 맞는 낚싯배 골라야

지난 8월 28일 경남 진해로 갈치배낚시 취재를 나갔다. 진해는 전남 목포와 더불어 갈치낚시의 원조로 꼽힐 만큼 그 유래가 깊은 출항지다. 지금은 갈치배낚시가 가을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 매년 전국에서 수많은 낚시인들이 진해로 몰리고 있다.
갈치낚시 출조의 첫 관문은 수많은 낚싯배 중 어떤 배를 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아무 배나 타면 모처럼의 출조를 망칠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출조 스타일에 맞는 낚싯배를 선택해야 한다. 갈치낚싯배는 10톤급의 큰 배와 5톤급의 작은 배가 있는데 깨끗한 시설,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면 큰 배가 낫다. 큰 배는 선장 외에 사무장이 따로 있기 때문에 채비나 낚시하는 요령을 빨리 배울 수 있고 서비스도 좋다. 배가 큰 만큼 쉴 공간도 넉넉해서 밤새워 낚시하지 않아도 된다. 단점이라면 배가 큰 만큼 낚시인도 많아 낚시할 공간이 협소하고 이런 저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작은 배는 시설이 좋지 못하지만 사람이 적은 만큼 여유롭게 낚시할 수 있고 포인트 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서비스는 선장의 부지런함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배는 사무장을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선장이 직접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하는데, 부지런한 선장은 간식과 갈치 회를 내오기도 하지만 일부 선장들은 그런 부대서비스 대신 오로지 조과 위주로 낚시에만 매진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선장을 찾아야 한다. 낚시 포인트는 큰 배든 작은 배든 별 차이가 없다.

▲ 부산에서 온 박창선씨가 민장대에 걸려든 갈치를 끌어내고 있다.

▲ 채비에 달아 갈치를 유인하는 소형 집어등.

▲ 갈치용 웜채비. 3/8온스 지그헤드에 5인치 야광 피시웜을 달았다. 작은 볼락루어용 웜은 손가락 하나 굵기의 풀치용이며 큰 갈치에게는 큰 루어가 잘 먹힌다.

“갈치는 불빛에 반응한다”

나는 진해 제덕동에 있는 괴정덕성낚시의 낚싯배를 타고 나갔다. 5톤급 낚싯배로 시설은 큰 배에 못하지만 서비스가 좋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괴정덕성낚시 김준수 사장의 요리솜씨다. 그는 일식집을 경영했는데, 그 덕에 갈치 회를 아주 맛있게 만든다. 그 회맛에 반해 그를 찾는 낚시인들이 적지 않다. 낚싯배 운항은 부친이 하고 있으며 김 사장은 손님들에게 서비스하고 직접 갈치를 낚아 요리한다. 또 김 사장이 낚시광이라 루어, 릴낚시, 민장대를 가리지 않고 하는데, 그 덕에 갈치가 입질하는 수심층을 빨리 찾아낼 수 있어 조과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출항 시각은 오후 8시. 4명의 낚시인을 실은 낚싯배는 제덕항에서 출항해 해군전시관이 있는 음지도를 지나 진해 STX 조선소 옆으로 이동했다. 조금 멀리 나갈 줄 알았지만 김 사장은 “지금은 갈치가 점점 내만으로 붙는 시기라 멀리 나가지 않는다. 갈치가 커져서 내만을 빠져 나갈 때쯤이면 거제도 주변으로 나간다. 그때가 10월경이다”라고 말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이미 20여 척의 낚싯배가 그 주변에 집어등을 밝혀놓고 있었다. 낚싯배의 집어등을 켠 후 닻을 내려 낚싯배를 고정하고 곧바로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는 4~5m 민장대 두 대를 기본으로 펴고 추가로 민물용 원투대나 루어대에 릴을 단 것도 펼쳐 놓았다. 민장대는 수심 4~5m 지점을 노리고 릴낚시로는 수심 10m 내외의 깊은 곳을 노렸다. 깊은 곳을 노린다고 해서 채비를 바닥에 닿게 하진 않는다. 갈치는 떠서 입질하기 때문에 바닥을 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채비에는 4~5호 봉돌을 달아 조류에 많이 밀리지 않게 해주고 목줄에 케미컬라이트나 갈치용 집어등을 단 후 미끼로 꽁치살을 달았다. 갈치 채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줄에 케미컬라이트나 갈치용 집어등을 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갈치는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채비에 케미컬라이트나 집어등을 달아주면 그것을 보고 접근한 후 미끼를 먹는다. 간혹 케미컬라이트나 집어등을 물어서 채비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루어도 야광이 되는 것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입질은 금방 들어왔다. 갈치의 씨알은 딱 손가락 두 마디 반 정도 되었다. 낚싯배의 집어등을 켠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깊은 곳을 노린 릴낚시에 먼저 갈치가 물고 나왔다. 김준수 사장은 루어낚시를 했는데, 마찬가지로 깊은 곳에서 갈치가 입질한다고 말했다. 민장대엔 드문드문 입질이 왔고 입질도 약했다. 자정까지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다.

▲ 민장대로 낚고 루어로 낚으며 밤이 새도록 부지런하게 움직인 이정구씨. 열심히 움직인 만큼 가져가는 갈치의 양도 많았다.

▲ 갈치 미끼로 쓰는 꽁치살.

조류 바뀌자 피어 오른 갈치들

드문드문 입질했지만 낚시인들의 쿨러에는 갈치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김 사장도 손님들에게 내놓을 갈치를 다 잡자 낚시를 그만두고 갈치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회와 회무침 그리고 라면까지 끓여 내왔다. 낚시인들은 “바로 이 맛”이라며 게 눈 감추듯 회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먹을 시간이 되니 갈치의 입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조류가 바뀐 것이다. 중하층에서 입질하던 갈치들이 떠올라 민장대에 마구 입질했다. 얼른 젓가락을 놓고 얼른 달려가 루어를 던지니 수면 밑 30cm에서 갈치가 웜을 덮쳤다. 김 사장은 “갈치들이 집어등에 꼬인 고기들을 잡아먹기 위해 수면으로 떴다. 지금이 찬스다”라고 말했다. 갈치가 어찌나 떠오르는지 먹이를 쫓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녀석들도 볼 수 있었다.
입질이 쏟아지기 시작하니 낚싯대는 민장대 한 대면 충분했다. 두 대를 펴 놓으니 우왕좌왕하다가 입질을 놓치는 것이 더 많았다. 속전속결을 하기에는 루어대가 더 좋았다. 루어대로 깊은 곳을 노릴 때는 지루하고 힘이 들었지만 갈치가 상층에서 입질하니 채비가 착수하자마자 입질이 들어왔다. 갈치가 피어오르니 2~3지 사이즈로도 쿨러를 채울 수 있었다. 입질은 그칠 줄 몰랐다. 먼저 지친 것은 낚시인들. 충분히 갈치 손맛을 즐긴 꾼들은 김 사장에게 “그만 낚고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때가 새벽 5시경이다.
진해의 갈치배낚시는 9~10월이 피크며 11월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9~10월에는 갯바위나 방파제에서도 갈치를 낚을 수 있으며 시즌이 무르익은 10월 이후에는 내만에서 갈치가 빠져나가는데, 그때가 되면 거제도 방면으로 나가서 배낚시를 한다. 시즌 후반인 만큼 3지 이상의 큰 갈치가 주종을 이룬다. 11월경에 내만 갈치낚시는 막을 내리고 먼바다 왕갈치 시즌이 열린다.
▒ 출조문의 진해 괴정덕성낚시 010-8758-7944

▲ 큰 갈치를 보여주고 있는 이정구씨.

▲ 김준수 사장이 직접 만든 갈치 회와 무침.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맛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