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답의 강붕어 소굴을 찾았다

영천 금호강 정글섬 탐사

경북 영천 금호강에서 숨어 있던 붕어 정글을 찾았다. 경북 영천은 소류지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 여름에는 금호읍 황정리 앞에 있는 정글섬이 최고의 월척 명당으로 탄생했다. 현지꾼들은 황정수로라 부르고 있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큰사진) 사륜자동차가 높이 자란 육초대를 헤치고 금호강의 ‘정글섬’ 황정수로로 진입하고 있다.

좌) 진흙탕 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물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 정글섬에 도착한 낚시인이 가방을 메고 포인트로 걸어가고 있다. 우) 황정수로에서 낚인 황금색 붕어.

황정수로가 어디냐! 문제의 포인트는 금호읍 황정리 마을 앞에 있는 금호강 안의 섬이었다. 평소엔 차로 들어갈 수 있지만 비가 와서 수량이 불면 섬이 되는 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정글섬’이라 부릅니다. 정말 밀생한 풀들이 사람 키보다 높이 자라있어 누가 어디에 앉아 낚시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정글섬에는  둠벙과 수로가 미로처럼 숨어 있는데, 비만 오면 모두 금호강 붕어들이 유입되는 곳입니다.”
금호강 황정수로 소식은 지난 달 영천 개미낚시 정용호 사장에게 들었다.
“금호강이 여름 폭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금호강 발원지인 영천댐에서 수량 조절을 하긴 하지만 어느 해보다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영천시내 주변부터 금호읍 금호대교에 이르는 전 구간에서 3개월 내내 활황세를 보여 평소 저수지만 찾던 이 지역 대물꾼들이 올 여름에는 금호강에서 뜻밖의 손맛을 즐겼습니다.”
금호강은 원래 붕어가 많은 곳이다. 해빙 직후부터 붕어가 낚여 강치고는 시즌도 빠른 편이다. 그러나 5월까지는 예년과 별다른 조황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첫 장마가 내린 직후부터 한 달 동안 엄청난 고기를 쏟아냈고, 그때 황정수로(정글섬)를 발견한 개미낚시 회원들은 8월까지 관고기 조황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45cm, 47cm를 비롯해 4짜 붕어도 여러 마리 낚았다는 정 사장의 말이었다.

▲ 봉정교 위에서 내려다본 황정수로. 사진 왼쪽이 금호강 본류다. 오른쪽 정글섬에 어른 키만큼 자란 풀 사이로 낚시인과 차량이 살짝 보인다.

“잦은 비로 저수지는 망쳤지만 강낚시는 호황”

8월 21일 일요일 영천을 찾았다. 정용호 사장을 비롯해 개미낚시 회원 4명과 함께 사륜자동차 3대를 끌고 황정리 정글섬으로 향했다. 진입하는 길 곳곳에 강물이 차 있다. 이런 진창길이 많아 사륜차량도 수시로 빠져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 대로는 진입하기가 위험하고 행여 차가 빠지면 빼내주기 위해 꼭 두 대가 함께 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금호대교에서 강변을 따라 내려가다 개울을 건너 섬으로 진입했다. 섬 안에는 복숭아 과수원도 있었다. 과수원 주인도 사륜차를 타야 일을 하러 들어올 수 있었다. 포인트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육초가 많이 자라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길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진흙탕 구간에서는 바퀴가 헛돌아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용호 사장은 여유 있게 핸들을 잡고 포인트까지 들어갔다. 
당연히 취재팀 외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으나 이곳에도 다른 낚시인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세 곳의 둠벙에 각각 한 사람씩 있었는데 모두 살림망을 담가놓고 있었다. 하지만 조황은 신통치 않았다. “나흘 전에는 이곳에서 꽤 많은 붕어를 낚았는데, 오늘은 물색이 너무 맑아서 그런지 조황이 별로 좋지 않네요.” 한 낚시인의 말이다.
취재팀은 물색이 흐린 곳을 찾아 본류와 연결된 수로에 포인트를 정하고 낫으로 풀을 쳐서 자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낚시를 하지 않았더니 그새 육초가 많이 자랐네요.” 
땡볕 아래에서 땀을 억수같이 흘리며 낚시자리를 만들고 나서 이번에는 수초제거기를 이용하여 수초를 걷어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나와 권병오씨는 앉을 자리가 없어 본류에 앉아 낚싯대를 펼쳤다. 우리 자리에서 정용호 사장이 있는 곳까지는 제법 거리가 멀고 오가는 길도 험해 전화로 대화를 해야 했다.

▲ 제방에서 바라본 황정수로. 어리연과 마름이 수면을 덮고 있다.

추석 이후 2차 호황 기대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정용호 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여덟치와 아홉치짜리 붕어 두 마리를 낚았네요. 오늘 밤에 기대를 해도 되겠어요.” 
일찌감치 저녁을 지어먹고 본격적인 밤낚시를 시작했다. 정글 안 수로에 앉은 두 사람은 초저녁부터 다문다문 낚여 올라오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는 연락이 왔으나 그에 반해 본류에 앉아 있는 나와 권병오씨의 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이, 이럴 줄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차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권병오씨가 탄식을 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정용호 사장이 나를 데리러 왔다. 정 사장은 다섯 마리를 낚았다. 자정이 넘어 입질이 없자 잤다고 말했다. 한편 정영삼씨는 혼자 17마리나 낚았는데 거기에는 월척도 두 마리 끼어 있었다. 정씨는 “떡밥과 옥수수를 같이 사용했는데 입질은 떡밥이 빨랐지만 옥수수에 걸려든 놈들이 컸다”고 말했다. 정용호 사장은 “정영삼씨는 수로 폭이 넓은 곳을 공략한 데 반해 나는 수로 폭이 너무 좁아 몇 마리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며 나름대로 분석했다.
정영삼씨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씨알들은 모두 방생 사이즈에 불과했는데, 물색이 많이 맑아지면서 큰 씨알들은 빠졌나 봐요. 그러나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또 한 번 터질 겁니다”하고 말했다. 금호강에선 얼음이 얼기 직전까지 붕어가 낚인다고 했다.   
■ 취재협조  영천 개미낚시 054-333-3037, 011-547-0477

 ▲ “금호강 붕어는 강붕어답지 않게 체고가 높습니다” 정용호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