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구들지
부들작업 땀 흘린 보람 있더라!
임연식 서울 대림낚시 대표
▲ 제방 우측 무넘기 쪽에 앉은 이성문 회원의 자리. 뗏장수초가 그림같지만 입질은 받지 못했다.
불황 속의 긴 여름, 갈 곳 없어 낚시점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황 쳐도 좋으니 어디라도 가보자! 답답해서 못 살겠다”는 회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부 잔챙이밖에 안 나온다며 그냥 쉬는 게 정답이란다. 그러던 중 서산에 사는 지인에게서 낭보를 들었다. “태안 소원면 의항리 해안가에 준척과 월척이 제법 낚이는 소류지가 있다” 고 했다.
위치를 확인해보니 문제의 소류지는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구들지로서 송현지 인근에 있었다. 3천평쯤 되어 보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가슴이 설렌다.
▲ 8월 20일 상류 두 자리에서 낚인 밤낚시 조과를 펼쳐놓고. 좌로부터 박기수, 염병호, 서영석씨.
송현지 옆에 이런 소류지가 있었나?
8월 20일 점심 무렵, 대림낚시 회원 4명을 승합차에 태우고 두 시간 가까이 달려 구들지에 도착했다. 상류는 부들이 너무 밀생해 있어 작업을 하지 않으면 낚시가 불가능해 보였는데 박지수와 서영석씨는 상류가 좋아 보인다며 한 시간 가까이 작업한 끝에 4~5대씩 낚싯대를 펼쳤다. 수심은 0.8~1m. 나머지 세 사람은 제방에 앉아 8~10대씩 펼쳤다. 구들지는 만수였고, 제방 수심은 1.5~2m 나왔다. 미끼는 새우와 옥수수를 썼다.
어두워지고 한 시간쯤 지나 상류 부들밭에서 ‘첨벙첨벙’ 붕어 낚는 소리가 들려왔다. 좌우측에서 번갈아가며 붕어를 낚았다.
“또 월척이야! 뭔 놈의 월척이 이렇게 쉽게 나온다냐! 그것도 마릿수로, 허허허~”
상류 왼쪽에 앉아 있던 박지수씨가 연이어 올라오는 붕어 손맛에 자지러진다. 소류지에서 마릿수 입질을 받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내가 저수지는 잘 고른 모양이다. 그러나 제방에선 입질이 없어 우리 세 사람은 그저 부러움에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상류의 입질 향연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날이 밝자 입질은 끊어졌고 참붕어와 잔챙이 붕어가 성화를 부리기 시작해 철수를 준비했다. 제방에서의 조과는 8치 두 마리. 상류 부들밭에서 두 사람이 낚은 조과는 31~33cm 월척 아홉 마리에 준척 20마리였다. 박지수씨가 월척 6마리와 준척 12마리를, 서영석씨가 월척 3마리에 준척 7마리를 낚았다. 월척은 모두 새우에, 준척은 옥수수에 낚였다고 했다.
▲ 필자가 상류 부들밭에 작업 후 낚싯대를 편 모습.
상류 부들밭, 해만 지면 어김없이…
3일 후 또 네 명을 싣고 구들지를 찾았다. 박지수씨가 원래 앉았던 상류 좌측에 자리를 잡았고, 서영석씨 자리에는 이성근씨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나는 무례를 무릅쓰고 이성근씨 위쪽에 자리를 다듬어 총 10대를 폈다.
이날도 밤 9시가 되자 여지없이 찌가 솟기 시작했다. 밤새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월척 여섯 마리에 준척 15마리를 낚는 동안 내 자리에선 무심하게도 월척 한 마리가 올라오는데 그쳤다. 이날도 제방에서는 낱마리였는데, 두 사람이 각각 준척 1마리와 월척 1마리를 낚았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손맛은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는다. 한여름밤 찌의 향연을 즐긴 회원들과 나는 저수지를 돌며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운 뒤 서울로 돌아왔다. 구들지는 새우와 참붕어 채집이 안 돼 인근 낚시점에서 구입해 들어가야 한다.
■ 가는 길 서산과 태안을 지나 만리포 방면으로 계속 진행. 소원면소재지를 지나 송현삼거리까지 간다. 이곳에서 ‘개목항’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 뒤 5분 정도 가면 송현지에 이르고 제방에서 750m 가다 가옥 한 채를 끼고 좌회전하여 오르면 도로 우측에 구들지 제방이 보인다.
■ 취재협조 서울 영등포 대림낚시(02-845-9895, 011-247-7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