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 기자의 갯바위낚시 고민타파

찌낚시 챔질 타이밍, 언제가 가장 좋을까?

늦게 채면 유리한 점 많아도 빠른 챔질은 단점 투성이

찌가 물속에 잠기자마자 바람 소리 쌩쌩 내며 강한 챔질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예 릴을 돌리던 손까지 낚싯대를 붙잡고 사력을 다해 챔질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렇게 강하고 빠른 챔질이 도움이 될까요? 정말 이렇게 채야만 바늘이 고기 입에 ‘콱!’ 박힐까요? 오히려 이렇게 빠르고 강하게 챔질하면 제풀에 걸릴 수 있던 고기도 놓칠 우려가 높습니다.

▲벵에돔의 입 언저리에 박힌 낚싯바늘.

벵에돔낚시 전문가 민병진씨는 독특한 방법으로 챔질을 합니다. 찌가 멀리 흘러가 보이지 않는 본류대낚시나 잠길찌낚시를 구사할 때는 초릿대 감각으로 입질을 감지해 챔질하지만 찌가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는 독특한 방법으로 챔질합니다. 찌가 쑤욱- 잠기는 순간 곧바로 낚싯대를 드는 게 아니라 그는 릴의 핸들을 먼저 돌립니다. 늘어진 낚싯줄을 걷어 들이는 방식으로 챔질한 뒤 벵에돔의 육중한 무게가 느껴지면 그제야 지그시 대를 들어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이 모습을 낚시방송을 통해 본 낚시인들은 ‘저렇게 하면 바늘이 제대로 박힐까?’ ‘릴을 감는 사이에 벵에돔이 수중여로 처박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방송 촬영을 하니까 일부러 독특한 척 하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민병진씨가 ‘느려 터진’ 챔질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느리게 챔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벵에돔이 놀라지 않아 파이팅에 유리해진다고 민병진씨는 얘기합니다.

감성돔, 참돔은 벵에돔보다 늦게 챌수록 유리 

벵에돔낚시에서 여유 있는 챔질이 유리한 이유는 벵에돔이 미끼를 시원스럽게 삼키지 않고 살짝 물었다 뱉거나 씹기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찌가 총알처럼 사라지는 것을 보고 챘는데도 헛챔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미끼의 끝부분만 물었거나 바늘의 일부만 입으로 물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일단 벵에돔이 미끼를 완전히 입에 넣었다면 걸림이 될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입 안에서 걸림이 안 돼도 바늘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입언저리에 걸리기 때문이죠. 미끼를 삼킨 채 도주하는 벵에돔은 입을 굳게 다물기 때문에 바늘이 빠져나오다 입술 부위의 턱진 부분에 꽂히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벵에돔은 찌가 스르르 잠긴 뒤 덜컥- 하는 무게감이 전달될 때 채도 늦지 않습니다.
민병진씨의 독특한 챔질 방법이 효과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그는 이 방식을 일본의 유명 낚시인으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했습니다. 낚싯대를 치켜 올려 챔질하면 그만큼 미끼가 히트존을 크게 벗어나지만 릴링 몇 바퀴만으로는 별 영향을 안 미친다는 겁니다. 히트가 안 됐어도 미끼가 히트존 가까이 계속 머무르게 돼 2차 입질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실 이런 여유 있는 챔질은 감성돔이나 참돔낚시에서 더 중요합니다. 벵에돔은 입 안 살점이 연해 입 언저리뿐 아니라 목구멍, 입천정에도 바늘이 곧잘 박히곤 합니다. 그러나 감성돔과 참돔은 입 안이 온통 각질로 돼 있어 입술이나 입 양쪽 언저리 외에는 바늘이 제대로 박힐만한 곳이 없습니다. 십중팔구 입 안에서 빠져나오다 걸리게 됩니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 바늘이 입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뜰채를 댔는데 고기가 철퍼덕대며 입을 벌리는 순간 바늘이 쏙 빠지는 경우입니다. 바늘이 살점에 박혀있던 게 아니라 고기가 악력으로 바늘을 강하게 물고 있던 경우죠. 감성돔이나 참돔의 악력은 게나 홍합을 부숴 먹을 정도로 강력해 바늘을 입에 꼭 물고 있으면 좀처럼 빠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도 챔질이 빨랐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너무 빠르고 강한 챔질에 고기가 놀라다보니 순간적으로 바늘을 꽉 물고 버티는 겁니다. 

살짝 채면 대상어의 저항도 한풀 약해져

‘찌가 들어가서 채면 거의 다 걸려 나오던데 너무 과민한 대응법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챔질을 여유 있게 하면 여러 면에서 덕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바늘에 걸린 대상어의 강력한 초반 저항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특히 순간적인 돌파력이 대단한 벵에돔은 갑자기 강한 저항이 전해지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도주하는데, 대부분 이 순간 목줄이 끊어지거나 암초에 처박혀 놓치게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되니 평소의 몇 배나 되는 괴력을 발휘하게 되는 겁니다. 사람도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지 않습니까? 고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초반부터 여유 있고 부드러운 챔질로 대응하면 그다지 과격하게 날뛰지 않습니다. 경질대로 고기를 걸면 고기의 저항도 과격하고 스피디하지만 유연한 연질대를 사용하면 꾸역- 꾸역- 무게감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알쏭달쏭할수록 살포시 채보세요

잡어 입질, 밑걸림 여부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어

입질인지 밑걸림인지 불확실할 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채 보자”며 강하게 챔질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지그시 대를 세우면 잡어가 살짝 물고 있는 ‘토도독’ 느낌, 밑걸림 돼 있었다면 ‘틱-’ 하고 바늘 빠지는 느낌이라도 느낄 수 있지만 강하게 챔질하면 어떤 느낌도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물속 상황 파악이 늦어져 대상어를 만날 확률도 떨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