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신생 계곡지 답사
장곡지 붕어의 식탐에 놀라다
보름달? 배수? 우린 그딴 것 몰러유~
이영규 기자
충남 서산의 신생지인 가사리지로 취재를 나섰다가 가사리지의 물색이 너무 탁해 안면도 장곡지로 장소를 바꿨다. 장곡지 역시 2007년 12월에 준공한 신생지다. 담수 3년째부터 월척을 배출해 화제가 된 곳으로 낚시춘추 2009년 8월호에 최초로 소개되었다. 최근 7월 말에도 36, 37cm 붕어가 낚였다.
▲ 좌안 상류 양배추밭에 앉았던 손태성씨는 월척에서 약간 빠지는 붕어를 낚았다.
장맛비가 한창이던 7월 20일, 군계일학 회원들과 함께 서산시 부석면의 가사리지를 찾았다. 가사리지는 지난 겨울에 준공한 신생지다. 그런데 올 봄에 벌써 월척붕어가 낚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사리지에 도착한 우리는 갈등에 빠졌다. 시뻘건 황톳물이 유입되어 낚시가 불가능해보였다. 결국 장고 끝에 가사리지 취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안면도에 있는 장곡지로 장소를 급변경했다. ‘제발 물빛 맑은 곳을 찾아 달라’는 우리의 주문에 안면대물낚시 안종인 사장이 장곡지를 추천한 것이다.
좌) 한상규씨의 낚시 자리 위에서 내려다본 장곡지. 일급 수질을 자랑한다. 우) 장곡지의 명당으로 꼽히는 폐가 앞 묘목 심은 자리 포인트.
준공 3년 만에 월척 배출해낸 곳
장곡지는 안면읍 장곡리에 있는 2만 6천평짜리 계곡지다. 중심부 수심이 10m가 넘어 안면도에서는 가장 깊은 수심을 보유한 곳 중 한 곳이다. 상류도 1.5~2m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인지 낚시터로 큰 인기는 없는 편이다. 수도권 낚시인들은 계곡지는 낚시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안면도에 널린 게 수초 풍성한 낚시터들인데 그런 곳을 놔두고 맨땅 계곡지를 찾으려는 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안면도에서 장곡지만큼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는 곳도 드물다고 한다. 일단 새우나 참붕어가 잘 먹히며, 생미끼를 갉아먹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지 않아 피곤하지 않다. 특히 새우를 꿰어 놓으면 7치만 되어도 월척처럼 중후하게 올려주는 찌맛이 일품이다.
▲ 권주용씨가 옥수수로 낚은 8치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배수 중에도 새우에 왕성한 입질
낚시터에 너무 늦게 도착한 터라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최고의 명당이라는 도로 건너편 상류 폐가 앞 묘목 심은 자리에는 권주영씨, 도로변 최상류에는 한상규씨, 상류 양배추밭 앞에는 손태성씨가 자리 잡았다. 나는 한상규씨 자리에서 30m 정도 하류로 내려온 배추밭 밑에 앉았는데 상류와 중류의 경계쯤 되는 곳이라 좋은 포인트 같았다.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나니 본격적인 낚시는 밤 10시경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컴컴했던 주위가 점차 밝아지기에 뒤를 돌아다보니 야산 뒤에서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 마이 갓! 물 맑은 계곡지에 보름달까지… 이런 날은 피라미, 갈겨니, 밀어, 빠가사리 같은 물고기들이 기승을 부려 낚시를 망친 날이 많지 않았던가.
그런데 새벽 1시부터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 낚시를 포기하고 차에서 자버릴까 하는 순간 3m 수심에 던져 놓은 4칸대 찌가 꾸물꾸물 솟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황급히 채니 오른쪽 5칸대 밑으로 줄행랑친다. 가까스로 당겨내 보니 8치 붕어였다.
첫 붕어라 헤드랜턴을 켜고 신중하게 들어내는데 이게 또 웬일이람? 분명 물이었던 곳에 물이 없었다. 배수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물은 빠지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 미처 확인을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 미끼도 문제였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가사리지에는 대물이 없으리라는 판단에 모두 떡밥과 지렁이만 준비한 것이다. 나만 새우를 샀는데 내가 산 새우들도 씨알이 잘고 양도 많지 않아 나눠 쓸 여유가 못 됐다. 결국 8치 2마리를 더 낚고는 날이 밝고 말았다.
새우만 충분했더라면…
아침에 폐가 앞에 앉은 권주영씨 자리로 가보니 밤새 6~7치급을 6마리 정도 낚았다. 이날 최대어는 좌안 상류 배추밭에 앉은 손태성씨가 낚은 30cm 붕어. 밤새 잔챙이에 시달리다가 옥수수 미끼로 낚아냈다고 한다.
낚은 붕어 중 6치 이하는 죄다 방류하고도 제법 많은 양이다. 보름달과 배수가 겹친 악조건 속 조황치고는 양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새우에 달려드는 장곡지 붕어들의 놀라운 식탐에 혀를 내둘렀다.
“이 기자님, 나중에 배수가 멈추고 달빛이 없는 그믐날 새우를 들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보죠. 새벽에 놓친 그 놈 때문에 지금도 가슴이 벌렁댑니다.”
간밤에 월척을 걸었다 놓친 한상규씨가 말했다.
▲ “배수만 아니었다면 월척 한두 마리 씩은 했을 텐데요” 취재에 동행한 군계일학 회원들의 기념 촬영. 왼쪽부터 손태성, 한상규, 권주용씨.
가는 길 안면대교를 건너 고남 방면으로 약 20km 가면 도로 왼쪽으로 지포지 제방을 지난다. 제방을 지나 시작되는 오르막길에서 장곡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약 1.2km 가면 장곡지 상류에 도착한다.
조황 문의 안면 대물낚시 011-9739-3435
장곡지 대물낚시 키포인트
지금까지 장곡지에서 대물낚시를 한 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초저녁보다 새벽 1~4시 사이에 월척 입질을 받았다는 꾼들이 많았다. 새우뿐 아니라 참붕어에도 월척이 다수 낚였는데 둘 다 장곡지에서 채집 가능하다. 다만 새우는 채집되지 않는 날이 많으므로 가급적 낚시점에서 사서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안면 대물낚시 안종인 사장은 “연안 수심이 너무 깊다보니 밤늦게 입질이 붙는 것 같다. 따라서 초저녁에 얕은 수심을 노리는 갓낚시가 잘 먹힐 가능성이 높다. 두세 대 정도는 1m 미만의 얕은 곳으로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답사후보지로 남겨둔 서산의 신생지, 가사리지
◀ 가시리지의 좌측 골. 뗏장이 잘 자라있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가사리 마을에 7천평짜리 저수지가 작년 12월에 준공됐다. 원래 이곳에는 300평 규모의 소류지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네다섯 치 붕어는 미끼를 넣기가 바쁘게 올라온다. 올해 봄에는 31cm, 32cm 월척도 낚였다. 제방을 포함한 전 연안을 차로 돌 수 있으며 뗏장이 발달한 좌측 골이 명당이다. 아직까지는 소문이 안 나 일부 현지꾼만 찾고 있으나 “내년이나 내후년엔 훌륭한 낚시터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서산 공림낚시 최복림 사장의 얘기다.
가는 길 서산 예천사거리(전자랜드 있는 사거리)에서 태안·만리포 방면으로 1.8km 가다가 ‘가사리·강수리’ 이정표를 따라 우측 내리막길로 빠져 굴다리를 통과한다. 큰 길을 따라 약 4km 가면 우측에 ‘거신정밀기계’가 나오고 바로 나오는 우측 소로를 따라 80m 가량 들어가면 가사리지가 나온다. ☎서산 공림낚시 041-668-6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