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바닷가의 숨은 손맛터

겨우내 손맛에 굶주려 있던 우리는 ‘서산태안권 해안가의 수로들이 녹았다’는 얘기만 듣고 무작정 행장을 꾸렸다.

정삼채 객원기자 

2월 26일 토요일 새벽 서울에서 김상모, 한지웅씨와 함께 출발해 아침 7시경 서산 25시낚시점에 도착했다. 김병진 사장은 가게를 서산시내로 들어가기 전의 음암면 부장리로 옮기느라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낚시 조황을 물어보니 김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황촌수로나 파도리수로가 얼음이 녹기는 했지만 아직 낚시를 한 사람이 없어 조과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난감한 노릇이다.  
일단 황촌수로로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길에 허기진 속을 해장국으로 달랬다. 충북 음성권은 이번 주까지도 얼음낚시를 할 정도로 꽁꽁 얼어 있다고 한다. 그나마 해안가 쪽에서는 물낚시를 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까 우리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점심때 삭선수로에서 나와 주변 둠벙을 탐색하고 있다.

▲한지웅씨가 둠벙에서 낚은 9치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황촌수로로 가다 문득 떠오른 삭선수로

삭선수로는 태안읍에서 원북면으로 4~5㎞ 가다 도로 우측에 있는, 가로림만과 연결되어 있는 간척수로다. 옛날에는 붕어 자원이 많았으나 근래엔 많이 줄었는데 아직도 봄가을엔 가끔 굵은 붕어가 곧잘 낚이던 곳이다. 그런데 수로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약 3㎞ 규모를 자랑하던 수로 전역이 공사를 하느라 물길이 끊겨 있고, 최하류 일부만 물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긴 수로가 3천 평 규모의 둠벙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둠벙의 양수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직공낚싯대 한 대씩을 빼들고 흩어졌다. 그러나 물이 차가워서 그런지 찌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나 햇빛이 나기에 제일 따뜻해 보이는 양수장 건너편으로 돌아가 낚싯대를 담갔더니 기다렸다는 듯 찌가 솟았다. 마수걸이로 일곱치 붕어를 낚았는데 예상보다 찌올림은 시원스런 편이었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물낚시 붕어인지라 나는 너무나도 기뻤다. 연달아 두 마리의 붕어를 더 낚고 난 뒤 건너편의 김상모씨를 황급히 불렀다. 40㎝ 수심을 보이는 연안 수초에 채비를 붙이면 어김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김상모씨도 오자마자 비슷한 씨알을 낚았다. “와, 제법 손맛 좋은데, 얼마 만에 느껴보는 손맛이냐?”
다섯 마리를 더 낚은 뒤 입질이 주춤해졌다. 입질이 없자 우리는 갓낚시 형태로 이동하며 탐색을 해보았지만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
다시 양수장 쪽으로 돌아오자 끊겼던 입질이 살아났다. 이번에는 큰 씨알의 붕어인 듯했으나 번번이 바늘이 빠져버렸다. 이제 얼음이 녹기 시작해 붕어들의 입질이 예민해져 있을 무렵인데 우리가 쓰는 바늘이 큰 것 같았다. 나와 김상모씨는 붕어바늘 12호에서 조금 작은 10호로 교체하여 다시 입질을 기다렸다. 또 다시 올라오는 중후한 입질. 이번에는 정확하게 걸려들었다. 역시나 씨알 좋은 아홉치급 붕어였다. 옆에 있던 김상모씨도 실수 없이 붕어를 걸어낸다. 초봄의 수로는 아침에 반짝하고 끝나는 날이 많아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좋은 조황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둠벙에서도 6~9치 붕어와 해후

더 이상 입질이 없자 우리는 인근의 작은 둠벙으로 발길을 돌렸다. 50~70평 크기의 둠벙들이 옛날에는 열 개가 넘었으나 지금은 다섯 개 정도 남아 있다. 수초직공낚시로 연안의 부들 사이사이를 노렸다. 여름이면 전 수면이 뗏장과 부들, 마름이 뒤덮여 낚시를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지금은 아직 수초가 빽빽하지 않아 낚시가 수월했다.
생각보다 물색이 맑아 걱정을 했는데 수심이 제법 깊어서인지 금방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와 김상모씨는 6~8치만 낚는데 반해 한지웅씨는 아홉치 붕어를 연이어 낚아 올렸다. “수로에서는 맥을 못 추더니 작은 둠벙에 오니 실렬 발휘를 하네 그려.” 김상모씨가 부러운 듯 말했다. 점심때가 지나자 입질이 뜸해졌다. 주변에 있는 작은 둠벙도 둘러보았지만 오후라 그런지 잔챙이만 낚였다.
석산수로를 나와 철수하는 길에 동해리수로를 들러보았다. 이곳은 태안권에서 제일 빨리 해빙이 되는 곳인데 이상하리만치 곳곳에 얼음이 남아 있었다. 이제 곧 완전히 해빙되어 수로, 저수지 할 것 없이 전역에서 반겨줄 봄 붕어를 기대하며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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