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소류지 X-file 서산 강당지
미친 듯 달려드는 월척, 월척들!
찌 세 개가 동시에 솟으면 나더러 어쩌라고…
ㅣ장재혁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ㅣ
천수만으로 낚시를 가다가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라 찾아간 소류지에서 월척 소나기를 만났다.
그곳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강당리에 있는 8천평 소류지인데 잔챙이만 낚인다고 꾼들이 지나치던 곳이다.
서산 강당지는 26,200㎡(8천평) 크기의 소류지로서 상류에 부들수초와 뗏장수초가 우거진 평지형지다. 지난 5월 21일 동료 낚시인들과 서산에서 합류해 천수만 부남호로 낚시를 가던 길에 문득 예전에 눈여겨 보아둔 강당지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구경이나 하고 가려고 들러보았는데 거기서 낚시를 하고 있는 꾼들에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요즘 이곳에서 월척 붕어는 물론이고 4짜 붕어도 낚였어요.”
잔챙이 붕어만 낚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저수지였는데 이젠 대물붕어터로 성장한 것인가? 소류지를 둘러보니 배수를 하지 않고 있었고 물색이나 수초도 적당했다. 부남호는 잦은 배수로 조황 기복이 심한 편이라 강당지에서 낚시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풍부한 월척 자원이 드러난 서산 강당지. 사진은 제방 우안 홈통 포인트다.
참붕어에 올라온 첫 고기가 월척!
나도 점심때부터 좌안 최상류 새물 유입구 주변에 낚싯대를 펴고 두어 시간 낚시를 했다. 옥수수에는 입질이 없었고 글루텐떡밥과 지렁이에 붕어가 달려들었다.
포인트를 둘러보았는데 낚시자리를 잡기가 녹록치 않다. 상류 연안은 진입은 가능하나 수초군락이 넓어 낚시가 불가능했다. 제방이나 우안 홈통지역에서 낚시를 할 수 있었지만 먼저 온 낚시꾼들이 앉아 있었다. 어디에 앉을까 망설이다가 토사가 밀려와 쌓인 상류의 모래톱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은 60cm 내외로 얕았지만 뗏장수초가 듬성듬성 있어 붕어가 먹이활동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대편성을 하면서 새우미끼를 달아 놓았는데 입질이 계속 들어왔다. 챔질을 했으나 여러 번 헛챔질로 이어졌다. 미끼를 새우에서 참붕어로 교체했다. 미끼를 교체한 지 얼마 안돼서 찌에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긴장하고 있는데 차를 세운 길가에 트럭이 지나가는 바람에 차를 이동시켜야 했다.
다시 자리로 와보니 그새 입질이 들어 왔는지 찌가 올라와 있거나 뗏장수초 속에 박혀 있었다. 항상 딴청 피울 때 입질이 온다더니! 다시 낚시에 집중하는데 기다렸다는 듯 좌측 3.6칸대의 찌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세 마디쯤 올라 왔을 때 챔질을 하니 붕어가 옆으로 파고든다. 얕은 수심인데도 붕어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연안으로 이끌린 붕어는 31cm 월척붕어였다. 아니 이게 웬 횡재냐!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도 첫수에 월척이라니….
어두워지려면 아직 멀었는데 기대가 점점 커져만 갔다. 잠시 후 좌측 3.8칸대에서 또 입질이다. 이번엔 8치 붕어가 낚여 올라왔다. 입질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정면 4.2칸대에 입질이다. 긴 낚싯대라 손잡이에 팔목을 거치하고 챔질했다. 제법 큰 녀석인 듯한데 뗏장수초 속으로 파고들었다. 낚싯대를 높이 치켜세워 보지만 거의 다 나와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필자가 월척 11마리를 거둔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 내 팔이 서너 개쯤 달렸다면…
수심이 얕아 끌고 가는 입질을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반듯하게 올려 주는 입질이 대부분이었다. 입질이 계속 들어오자 저녁식사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역시나 입질이 있었는지 세 대의 찌가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둘러 참붕어 미끼를 달아 투척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어찌나 힘이 좋던지 바늘털이를 요란스럽게 하며 나온 녀석은 33cm 월척붕어였다.
어둠이 깔리면서 찌불을 밝힌 후로 연이어 33cm, 31cm 붕어를 10~20분 간격으로 낚을 수 있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평산가인 조창식 회원이 내 자리 좌측에 대를 폈다. 대편성을 하면서 바로 입질이 오는지 옆에서 계속 헛챔질을 하던 조창식씨가 좌측 연안 뗏장수초 가까이 붙여 놓았던 4.4칸대에서 새우미끼로 34cm 붕어를 첫수로 낚아냈다. 이건 뭐 첫 고기는 무조건 월척이구먼.
이날 새우미끼에도 입질이 있었으나 씨알이 작았고 대부분 헛챔질로 이어졌다. 조창식씨가 월척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내 찌를 보니 옆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놀라서 채니 80cm 정도 되는 가물치가 포인트를 다 휘젓고는 연안으로 나왔다. 그 탓이었을까? 한동안 입질 없이 소강상태를 보였다.
한 시간 후 다시 찌에 반응이 나타났다. 좌측 4.2칸대의 찌가 정확히 예신과 본신을 구분하듯 솟구치기 시작했다. 바로 챔질하여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데 오른쪽 3.6칸대와 4칸대의 찌가 동시에 솟아오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팔이 세 개나 네 개쯤 있었으면 싶었다. 이미 한 손엔 낚싯대를 거머쥐고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머지 두 대를 챔질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머지 한 손으로 다른 3.6칸대를 챔질했지만 헛챔질로 끝난다.
순간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느니 한 마리라도 제대로 잡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와중에 올라온 붕어도 34cm 씨알이었고 25분 후에 32cm 월척붕어를 추가로 낚을 수가 있었다.
필자가 마릿수 월척 입질을 받은 상류의 모래톱 포인트.
배고픈 줄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제방에서 짧은 대를 이용해 연안 수초 언저리를 공략하던 김종식씨는 34cm, 30.5cm 월척붕어 두 마리를 낚아 놓았고 그 옆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낚시를 한 전경수씨도 32cm 월척 붕어 한 마리를 참붕어미끼로 낚아 놓았다.
자정 전까지 나는 8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야식을 먹은 후 새벽 1시경 35cm 월척붕어를 낚은 뒤 입질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날이 밝고 아침이 되어서도 입질은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총 13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참붕어미끼가 주효했는데 현지에서 참붕어와 새우가 채집되지만 양이 적어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새우와 옥수수에도 붕어가 낚였지만 씨알이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 후 강당지를 다녀온 낚시인의 말에 의하면 필자가 낚시했던 자리는 저수지 위에 있는 농가에서 진입을 못하게 막아 놓았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농심(農心)을 흔드는 일이 있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 본격적인 농번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더위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농민과의 마찰로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당지 상류 모래톱 포인트에서 조창식 회원이 월척 붕어를 낚은 상황을 재연해 보이고 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을 나와 서산, 태안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서산 시내를 지나 예천사거리(전자랜드사거리)에서 태안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다시 부석(안면도, 간월도)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부석면소재지를 지나 4.6km 가다가 칠전삼거리에서 좌측으로 900m 진행하면 좌측에 강당지 제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