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씨알 호황

매물도 벵에돔 전대미문의 대물 러시

5월 말부터 4짜 행진, 6월 초엔 5짜까지!

ㅣ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ㅣ

통영 매물도에서 큰 벵에돔들이 무더기로 낚이고 있다. 그간 남해안에선 보기 힘들었던 4짜 벵에돔이 도처에서 낚이고 있다. 원도에서도 귀한 5짜도 출현했다. 그런 조황이 한 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 6월 5일 진해에서 온 김진우씨가 소매물도 등대섬에 내려 5짜에 육박하는 벵에돔을 낚았다. 고기를 낚은 장소는 촛대바위 옆에 있는 이름도 없는 생자리로 수심이 깊고 조류가 잘 가는 자리라고 한다.

매물도의 벵에돔 소식은 5월 초에 들었다. ‘30cm 내외의 벵에돔이 십여 마리씩 낚인다’는, 예년과 별다를 것 없는 조황이었다. 그런데 5월 중순이 되자 ‘4짜 벵에돔이 낚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매물도로 출조하는 통영 매물도피싱랜드의 주호규 선장에게 상황을 문의하니 “평균 씨알은 35cm 정도이며 4짜도 간간이 나온다. 특별히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벵에돔이 잘 낚이고 있으며 활성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매물도에서는 예전에도 4짜 벵에돔이 장마 전후에 종종 출현했다. 그러나 대물은 항상 낱마리 반짝 조황에 그치고 말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 예상하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은 점점 커져갔다. 5월 말에는 4짜 벵에돔이 여기저기서 마릿수로 출현했다. 주호규 선장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4짜에 육박하는 벵에돔이 꽤 많이 나오고 있고 벵에돔의 활성도 굉장하다. 수심 15m인 곳에서도 목줄찌에 낚일 만큼 부상력이 강하다. 매물도와 소매물도 전역에서 낚이고 있으며 마릿수도 일인당 이삼십 마리로 이런 호황은 근래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혹시 과장된 말이 아닐까 싶어 통영으로 출조하는 부산, 울산의 낚시점에 문의해보니 모두 사실이었다. 그들은 이미 매물도로 출조해 손맛을 보았고 2차전을 준비 중이었다.

▲ 큰 벵에돔이 낚인 소매물도 등대섬 일대. 우측의 여가 촛대바위다.

설풍자리에서 40마리! 하지만 다른 곳은…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 6월 3일 벵에돔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순천 119피싱 회원들과 매물도 취재에 나섰다. 매물도피싱랜드의 낚싯배는 새벽 1시에 출항했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꾼들로 낚싯배는 순식간에 만원이 되었다.
취재팀은 최근 가장 호황을 보인 소매물도 서쪽에 있는 첫여 홈통에 하선했다. 새벽 4시30분쯤 되니 여명이 밝아 낚시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무가 너무 짙게 끼었다. 해무는 따뜻한 기류와 바다의 냉수가 만나서 생기는데, 냉수가 들어왔다면 조황이 나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해무는 철수 때까지 걷히지 않았고 취재팀은 단 한 마리의 벵에돔도 낚지 못했다.
이날은 포인트에 따라 조황의 기복이 심했다. 취재일에는 십여 군데 낚시인들이 하선했지만 불과 서너 팀만 벵에돔을 낚았다. 취재팀 맞은편에서 낚시한 울산의 최재영씨 일행이 30cm급으로 열 마리를 낚았고, 매물도 남서쪽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설풍자리에 내린 통영의 김태준씨가 25~38cm 벵에돔을 40마리 정도 낚았다. 그리고 소매물도 등대섬 촛대바위에 내린 구미의 장선익씨가 35cm 긴꼬리벵에돔 한 마리와 잔챙이 벵에돔 몇 마리를 낚아왔다. 기대한 4짜 벵에돔은 볼 수 없었다.

▲ 마릿수 조황을 보인 벵에돔. 씨알은 평균 30cm가 넘었다.

다음날 한 번 더 도전할까 생각했지만 한번 낀 해무는 잘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철수를 결정했다. 예상대로 다음날 조황도 좋지 않았다. 소매물도 등대섬에 내린 창원의 김성진씨가 5짜 벵에돔을 낚았지만 나머지 수십 명의 낚시인들은 꽝을 쳤다.
매물도의 호황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해무가 걷힌 6월 5일, 6일에는 연속으로 5짜 벵에돔과 4짜 벵에돔이 터져 나왔다. 등대섬 일대에서는 4짜 벵에돔이 서너 마리씩 낚였고 다른 포인트에 내린 낚시인들도 35cm가 넘는 벵에돔을 마릿수로 낚아냈다.

▲ 김진우씨의 조과. 모두 바닥에서 입질 받았다.

대물 벵에돔은 깊고 조류소통 좋은 곳에 서식

매물도의 벵에돔 조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6월 이후에도 대물 벵에돔이 출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매물도 벵에돔은 보통 7월부터 10월 말까지 조황을 이어갔는데, 올해는 유달리 빠른 스타트를 보인 것뿐이다. 
낚시하는 방법은 대물 벵에돔을 노릴 것인지 30cm 내외를 마릿수로 노릴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대물 벵에돔을 노릴 때는 수심이 10m 이상인 곳, 조류가 잘 가는 곳을 포인트로 골라야 한다. 소매물도와 매물도를 가르는 물골 주변과 소매물도 남쪽에 있는 두룩여, 촛대바위, 남단여 등이 대물 포인트로 꼽힌다. 이곳은 수심이 15m 내외로 깊다. 수심이 깊기 때문에 채비는 B 전유동으로 목줄에 봉돌을 물려 바닥을 노린다. 큰 벵에돔은 바닥에서 많이 뜨지 않으므로 채비를 깊이 내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직벽 포인트라면 채비를 직벽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게 내리고 깊은 홈통이라면 발 앞부터 천천히 공략해나가면서 입질이 없다면 조금 먼 곳까지 노려본다.

한편 마릿수를 노린다면 수심 5~8m인 여밭이나 홈통이 좋다. 제로찌 채비를 기본으로 벵에돔이 부상하면 목줄찌를 사용해 상층을 노리며 크릴에 빵가루를 많이 섞어 밑밥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좋은 조과를 거두는 요령이다. 매물도의 당금방파제, 설풍자리, 물통여와 소매물도의 첫여, 상어굴, 긴여가 마릿수 포인트로 꼽힌다.
미끼는 주로 크릴을 쓰지만 잡어가 있을 경우 깐새우나 갯지렁이도 효과적이다. 현지꾼들은 홍갯지렁이를 많이 쓰며, 최근에는 청갯지렁이도 인기를 얻고 있다. 청갯지렁이는 새벽에 하선한 후 밤낚시를 할 때 특히 잘 먹히며 동이 튼 직후에도 좋고 자리돔과 같은 잡어에도 견디는 장점이 있다. 목줄은 대물을 노린다면 1.5~1.7호를 쓰고 30cm급은 1~1.2호를 쓴다. 현지꾼들은 “목줄이 굵으면 입질이 약해지거나 입질 받을 확률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1.7호 이상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출조문의 통영 매물도피싱랜드 010-3836-8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