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교 감성돔 전성시대 도래
엄나무섬과 떼섬 올해도 화약고로 등장
6월 초순부터 씨알 마릿수 압권, 평일에도 빈자리 찾기 힘들어
ㅣ박성인 한국바다낚시연맹 섭외부회장·진주바다낚시 동호회 카페지기ㅣ
올해는 바다낚시 시즌이 한 달 가량 늦다고 한다. 남해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월 초면 미조 외섬과 상주 소치도 등의 참돔낚시가 호황을 보일 때이나 올해는 6월 중순까지도 낱마리 수준이다. 하지만 남해대교 일원 섬들의 감성돔낚시만큼은 어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포인트 경쟁이 가장 심한 고현면 앞바다의 엄나무섬과 떼섬은 평일에도 비어있는 날이 없을 정도다.
▲엄나무섬을 찾은 필자가 남해도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남해의 최강식씨가 엄나무섬 철수 후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진주바다낚시 회원들과 갈화포구에서 10분 거리의 엄나무섬으로 출조했다. 원래는 5월 초순까지만 감성돔낚시를 하고 참돔낚시에 매진할 생각이었는데 ‘5월 중순부터 엄나무섬에서 감성돔이 쏟아진다’는 얘기에 작심삼주가 되어버렸다.
오전 10시경 후배 최강식씨와 함께 엄나무섬의 최고 명당인 비석자리 포인트에 내렸다. 밑밥을 준 뒤 채비를 준비하는데 미리 채비를 해온 최강식씨가 바로 40cm짜리를 끌어낸다. 갑자기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려 바늘이 묶이질 않았다.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파이팅, 그 장면이 왜 이리 낯설고 신기한지…
부랴부랴 묶은 채비를 최강식씨가 입질 받은 지점으로 날리자 곧바로 찌가 사라졌다. 1호대를 허리까지 휘어지게 만드는 녀석의 파이팅에 놀라 강제집행하고 보니 방금 전 최강식씨가 낚아낸 녀석과 비슷한 씨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최강식씨가 “형님 너무 오랜만에 손맛을 보니까 감각마저 없어진 것 아닙니까” 하며 웃는다.
이후 나는 비슷한 씨알을 2마리 더 끌어냈다. ‘배를 타고 10분만 나가면 이처럼 좋은 낚시터가 있는데 왜 그 먼 소치도까지 가서 고생했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같은 시간 떼섬 평바위에 내렸던 광양꾼 김종호씨의 부인도 45cm를 낚았다. 남해대교 일원의 감성돔낚시가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필자와 함께 엄나무섬 비석자리에 내린 최강식씨도 굵은 감성돔을 낚았다.
감성돔의 90%가 산란 끝난 개체들
고현면 갈화포구에서 배를 타고 나가는 엄나무섬과 떼섬 일원에서는 지난 5월 중순부터 많은 양의 감성돔이 올라왔고 한국바다낚시연맹의 정기출조일이었던 5월 22일에는 행기섬 계단자리에 내렸던 통영의 송귀열씨가 52cm와 47cm를 낚아 1등을 차지했다. 6월 5일에는 광양의 (주)유성티엔에스 은빛 동호회 소속 하상영씨가 56cm를 낚는 등 씨알이 점점 굵어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6월의 남해도 감성돔낚시는 남해대교 서쪽의 작은 섬들이 주요 낚시터다. 거세고 빠른 조류가 직접 와 닿는 노량 큰모자섬과 작은모자섬, 고현에 있는 엄나무섬, 난초섬, 행기섬, 떼섬, 돌섬 등이 대표 명소인데 시즌 초반에는 가장 내만에 있는 엄나무섬과 떼섬이 조황을 주도하다가 수온이 상승하면 점차 바깥 바다에 있는 난초섬, 행기섬, 모자섬 등이 주도권을 빼앗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한편 이맘때 남해대교 일원에서 낚이는 감성돔을 알감성돔이라고 해서 터부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낚은 감성돔의 90%는 배가 홀쭉한, 산란을 마친 놈들인다. 내 생각엔 남해대교 인근인 하동군 금남면 일원과 고현 앞바다의 낚시터들은 타 지역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 지역 섬들은 4월에는 감성돔낚시가 잘 되지 않다가 5월 중순에 접어들어야만 조황이 살아나는데 아마도 이것은 사천만과 광양만에서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이 남해대교 부근으로 이동해 몸을 추스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 시기에 포란감성돔이 대다수인 타 지역 내만과는 다른 양상이다.
▲진주바다낚시동호회 정출에서 마릿수 감성돔을 낚아낸 성대원씨.
▲엄나무섬에서 낚은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는 필자.
채비는 강하지만 예민하게 써라
산란을 마친 감성돔이지만 의외로 약은 입질이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저부력 위주의 채비를 쓸 필요는 없다. 겨울보다 한 단계 낮은, 0.8호나 0.5호 찌를 쓰되 잔존부력을 최대한 줄여 이물감을 없애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지리적으로는 내만이지만 남해대교 일원의 섬들은 항상 빠른 조류가 흐르므로 저부력 채비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파이팅에도 요령이 있다. 6월 초 현재도 녹지 않은 몰들이 물속에 자라있어 히트 직후 강제집행하면 십중팔구는 몰을 감고 만다. 따라서 히트 직후 드랙을 여유 있게 풀어 감성돔이 몰에서 멀어지게 만든 뒤 먼 곳에서 힘을 빼 끌어내면 쉽게 제압할 수 있다. 목줄도 2호 정도로 강하게 써줘야 몰을 감았을 때 자신 있게 당겨낼 수 있다.
고현 갈화포구와 하동 금남의 노량포구에서 아침 5시부터 낚싯배가 운항한다. 뱃삯은 2명 이상이 함께 탈 때는 1인 1만5천원, 혼자 타고 나갈 경우에는 3만원을 받는다.
▒ 조황 문의 남해휴게소낚시 055-862-4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