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모기섬 야영기

낮에 농어떼 기습, 밤엔 모기떼 공습

ㅣ이영규 기자ㅣ

6월 2일 오후 3시, 김영남 선장이 모는 자갈밭호는 돌산도 작금포구를 출발해 모기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모기섬(蚊島)은 광도와 백도 사이의 난바다 무인도다. 모기가 많아서 모기섬이란 말도 있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양이 모기처럼 생겨 모기섬이란 말도 있다.

▲조류 소통이 좋은 모기섬 동쪽 끝바리. 썰물에 참돔이 잘 낚인다.

모기섬은 인근 모기여와 한 낚시터로 취급되는데, 여수권 원도 출조코스의 헤드라인인 ‘삼부도-거문도 라인’에서 벗어나 있어 한 배의 승선인원이 모두 모기섬을 희망하지 않는 한 낚싯배가 그쪽으로 가기 힘들다. 그래서 비어 있는 날이 많고 그만큼 어자원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모기섬은 겨울에 감성돔도 제법 낚이지만 여름 야영낚시터로 더 인기 있다. 주요 대상어는 볼락, 농어, 돌돔, 참돔이다. 특히 볼락은 매년 5월에 피크를 맞는데 30리터 쿨러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씨알과 마릿수 모두 탁월하다. 부산의 볼락 매니아들이 특히 모기섬을 좋아하는데 취재일에도 부산 문현동 금용낚시 회원 10여 명이 자갈밭호에 동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6월 초는 이미 밤볼락 조황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을 때였다. 초저녁까지 농어 포인트에서 농어를 낚고, 어둑해질 때 모기섬 북쪽의 이름 모를 홈통으로 옮겨 볼락을 노렸지만 초저녁에 반짝 10마리가 낚이더니 자정까지 입질이 뜸했다. 그러다가 새벽 2시경 다시 반짝 15마리가 올라오고는 또 입질이 끊겼다.

▲모기섬 북쪽 마당바위에서 농어를 타작한 김한민씨(여수 한일낚시 대표·HDF 필드스탭)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모기섬은 농어 자원이 많아 농어 루어낚시터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름이 왜 모기섬이겠는가

밤새 끊임없이 입질한 건 볼락이 아니라 모기였다. 어둠이 내림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모기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바르는 모기약만 챙겼는데 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낚시자리 주변에 여러 개의 모기향을 피워놓으니까 모기가 확실히 덜 달려들었다. 아마도 이곳 모기들은 모기향을 처음 맡아보는지라 모기향의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한편 모기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모기여는 작은 돌섬이라서 모기 성화가 덜하다. 바르는 모기약만 준비해도 충분하다.
나는 여름철 야영이라서 침낭만 달랑 갖고 갔는데 그것이 자살행위(?)란 걸 현장에 가서야 알았다. 텐트를 치지 않고선 모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모기향과 텐트는 모기섬 야영낚시의 필수품이다.
이튿날 아침, 나는 손바닥보다 큰 볼락 25마리로 쿨러의 절반이 차자 사진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영남 선장은 “일주일 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김 선장이 좀 낚인다고 말하는 수준은 ‘쿨러 만땅’을 의미한다. 5월보다야 양이 줄었지만 모기섬의 볼락 조황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취재팀이 다녀간 후에도 볼락이 많이 낚이고 있다. 6월 초 출조에서 김한민씨가 혼자 30마리 넘게 낚았고 부산에서 온 낚시꾼은 30리터짜리 쿨러를 볼락으로 채웠다고 한다. 그 정도면 굵은 볼락으로 80마리쯤 된다)    

▲ “오늘은 간신히 체면치레만 했습니다.” 부산에서 온 박근수씨가 밤볼락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원샷 원킬! 농어터로는 여전히 신천지

모기섬엔 볼락보다 더 매력적인 어종이 있었는데 농어였다. 모기섬 취재가 처음인 나는 모기섬에 그토록 농어가 많은 줄 몰랐다. 김영남 선장이 어두워지기 전에 잠깐 내려준 농어 포인트는 북쪽의 얕고 밋밋한 지형이었다. 그곳에는 연안에서 80m 떨어진 지점에 거대한 수중여 지대가 있는데 길이가 동서 방향으로 500m나 된다. 물론 연안에서 그곳까지 루어가 닿진 않지만 농어들이 연안과 그 수중여 사이의 물골을 회유하기 때문에 연안 루어낚시에 잘 걸려든다. 김한민씨는 “이 포인트에 내려 농어를 못 낚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맞았다. 바이브레이션 루어가 수면에 떨어지자마자 50cm급 농어가 물고 점프를 해댄다. 단 두 번의 캐스팅에 내 미노우플러그에도 농어가 걸려들었다. 55cm다. 원샷 원킬! 1시간 동안 14마리의 농어를 올릴 수 있었다. 바늘이 빠져 놓친 것까지 감안하면 스무 번 넘는 입질을 받았다.
김한민씨는 “이 자리는 야영낚시인들이 잘 안 내린다. 민장대로 볼락을 낚기 좋은 깊은 홈통이나 직벽 같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락루어낚시라면 오히려 이런 곳이 더 좋은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볼락루어를 시도해봤는데 재미가 아주 쏠쏠했어요. 물이 탁할 땐 낮에도 잘 물고 집어등을 켜 놓으니 밤에도 볼락이 붕붕 떠서 물더군요. 내가 낚아도 그 정도인데 루어낚시 전문꾼들이 모기섬을 찾는다면 대박을 맞을 겁니다.”

▲모기섬 북쪽 사각통 맞은편에서 참돔 손맛을 본 여수의 박소진씨.

▲모기섬 북서쪽에 있는 삼각여 일대. 참돔과 볼락이 잘 낚인다.

지금은 볼락, 6월 중순부터 돌돔과 참돔이 메인 

본격적인 여름 시즌으로 돌입하면서 모기섬의 출조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밤볼락이 메인 어종이었을 땐 오후 3시에 여수를 출발해 밤새 볼락을 낚고 이튿날 오전 8시에 철수했으나 참돔과 돌돔 위주로 메인 어종이 교체되면서 밤 12시 출발, 낮 12시 철수로 출조 시간이 바뀐 것이다. 밤 2시경 갯바위에 도착해서 볼락을 노리고 날이 밝은 직후부터 참돔과 돌돔을 노리는 방식이다.
한편 참돔은 취재일에도 마릿수 조황이 확인됐지만 돌돔은 6월 초 현재까지 특별난 조황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작도 간여와 광도, 연도 남쪽 갯바위에서 40cm급들이 올라왔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 조만간 모기섬에도 돌돔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민씨는 “연도와 작도에 돌돔이 비친 후 보름 정도 후면 모기섬에 돌돔이 올라붙는다. 올해는 그때가 아마도 6월 하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기섬까지의 선비는 7만원이며 돌산도 작금포구에서 매일 낮 12시에 출항한다.   
▒ 출조 문의 여수 한일낚시 061-663-1313, 돌산도 자갈밭호 061-644-9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