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민의 新技法 대공개

대구 지깅에도 피네스피싱이 위력

“조력 8kg 경전동릴에 1호 PE라인이 헤비급 사냥에 오히려 유리하다”

다이와 최석민 프로가 지난 초겨울부터 “대구 배낚시도 경전동릴과 섬세한 채비를 사용하면 훨씬 효율적인
낚시가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기에 과연 그런가 싶어 함께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으로 떠났다. 일본에선 중소형 참돔이나 오징어 등을 낚는 데 주로 쓰는 조력 8kg짜리 경전동릴에 1호 PE라인을 감아 온 최석민 프로. 그는 내가 보는 앞에서 굵은 대구를 너무 쉽게 뽑아냈다.

▲ “오우~ 예! 이 녀석도 힘 좀 쓰는데요!” 68cm짜리 대구를 끌어올리는 최석민 프로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다이와 시보그 300FB 전동릴과 260g짜리 소형 리튬 배터리를 사용했다.

공현진항을 빠져나온 낚싯배는 북쪽으로 10분 정도 달려 대구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미 대여섯 척의 낚싯배가 떠있었는데 아직 대구를 낚아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월 22일, 오늘 그가 취재를 위해 갖고 온 전동릴은 다이와사의 시보그 300FB. 조력은 8kg에 불과했는데, 현재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국산 전동릴의 조력이 평균 20kg대이므로 파워만 놓고 보면 절반 수준이다. 과연 이 미들급 전동릴로 왕대구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나의 표정을 읽은 최석민 프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왜 어렵다고 보는 거죠? 조력 8kg이면 왕대구가 아니라 왕대구 형님도 뽑아낼 수 있어요. 지금 낚시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동릴들은 힘이 남아도는 겁니다.”
힘이 남아돈다고? 하긴 함께 배를 타고 나온 일행들이 사용하는 저 전동릴들은 서해 침선낚시 때 100호 봉돌을 매달아 쓰던 것들이 아닌가. 100호 봉돌과 왕우럭을 몽땅걸이해도 끄떡없는데 고작 300g짜리 메탈지그 쯤이야….
그런데 진짜 마음에 걸리는 건 1호 PE라인이었다. PE라인이 강도가 좋긴 하다지만 미터급에 육박하는 왕대구를 끌어내기엔 벅차지 않을까?
“왕대구가 힘은 우직해도 PE라인 1호를 끊어댈 만큼 괴력은 아니니까 역시 안심하세요. 또 메탈지그낚시는 바늘이 설 걸릴 때가 많아 빠른 강제집행은 금물이지요. 그래서 천천히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므로 1호면 충분합니다.”

▲메탈지그로 씨알 굵은 대구를 낚아낸 최석민 프로. 조력 8kg짜리 경전동릴. PE라인 2호를 사용해 바닥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PE 라인 1호로 140m 深海 속공

이날 최석민 프로가 선보인 테크닉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경전동릴과 1호 PE라인을 사용하는 피네스피싱 장비였고, 또 하나는 메탈지그로 바닥층만 노려서 굵은 대구만 골라 낚는 대물낚시다. 장비와 채비는 경량으로, 그리고 대상어는 헤비급만 노린다? 이 극과 극의 컨셉트가 과연 먹혀들 것인지 궁금했다.
역시 채비부터가 달랐다. 이날 함께 배를 탄 일행들은 맨 아래에 400g짜리 메탈지그를 달고 그 위에 가자미낚시용 외줄채비를 덧달았다. 메탈지그에 외줄채비라? 처음엔 난 대구와 가자미를 함께 노리는 양공작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구를 한 번에 여러 마리씩 낚기 위한 목적이란다. 공현진 앞바다의 대구는 흔히 ‘애구’라 불릴 만큼 씨알이 잔 대신 마릿수로 낚이기 때문에 이런 낚시방법이 유행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최석민 프로는 300g짜리 메탈지그만 달았다. 즉 큰 놈만 골라 낚아보겠다는 거다. 최 프로는 원줄과 리더라인을 비미니트위스트로 직결한 뒤 외줄채비를 달지 않고 메탈지그를 바로 연결했다. 그리고 어시스트훅에 축광웜을 달았다.
공현진 앞바다는 삼척의 임원 앞바다보다 잔챙이 대구가 많이 낚인다. 25~35cm급이 유난히 많이 낚이는데 어떤 때는 7개의 바늘에 모두 ‘애구’가 올라타 가자미낚시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그래서 최근엔 자원의 남획을 우려해 어린 대구는 낚지 말자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무거운 메탈로 바닥 위주로만 노리면 큰 놈만 골라 낚을 확률이 구십 프로나 됩니다. 큰놈을 낚으려면 가자미 외줄채비를 덧달아선 안돼요. 외줄채비를 덧달면 어린 대구들이 먼저 달려들기 때문에 큰 놈을 낚기 어렵죠.”
이처럼 최석민 프로의 왕대구 메탈지그 테크닉의 비밀은 바닥 공략이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 공현진 앞바다는 수심이 140m까지 나오는 곳이 많아 바닥을 마음대로 공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난 왜 최 프로가 1호 PE라인을 사용하는지를 알게 됐다. PE 4호 라인이 감긴 다른 낚시인의 전동릴로 낚시를 해보니 400g짜리 메탈지그를 썼는데도 좀체 바닥이 느껴지질 않았다. 굵은 원줄이 조류에 밀려 제대로 바닥을 찍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1호 원줄이 감긴 최석민 프로의 전동릴로 메탈지그를 내리자 지그가 순식간에 내려가고 바닥도 정확히 느껴졌다.

▲최석민 프로가 연속 입질을 받아낸 채비. 어시스트훅에 SM섀드테일 3.4인치 축광웜을 사용했다.

첫수로 올라온 68cm 대구

낚시를 시작한 지 벌써 1시간이나 지났는데 대구를 낚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선장은 “나흘 전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대구가 줄줄이 올라탔는데 오늘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며 당황해했다. 남획이 우려된다던 애구들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불안해하자 최석민 프로가 또 씨익 웃는다.
“잔챙이가 안 무니 좋구만 뭘 그래요. 기다려 봐요. 한 마리 올릴 테니까.”
우연일까 실력일까.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동릴이 둔탁한 기계음을 내며 원줄을 감아 들인다. 올라오는 도중 ‘툭- 투둑’하며 대 끝을 치는 걸 보니 고기가 분명했다.
“왔어요! 씨알이 좀 되는데요. 60cm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아요.”
수심이 깊다보니 무려 3분 가량이나 걸려 대구가 수면에 떠올랐다. 선장이 “크다! 크다!”를 연발하며 뜰채를 들고 달려왔다. 사실 나는 왕대구라고 하면 적어도 80cm 이상은 되는 줄 알았는데 이곳 공현진에서는 60cm만 넘어도 큰 놈 대접을 받았다. 68cm! 녀석은 메탈지그의 어시스트훅에 끼운 형광색 축광웜을 물고 나왔다. 최석민 프로가 첫수를 올린 직후 여기저기서 대구를 낚기 시작했다. 그런데 씨알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다른 낚시인들의 메탈지그와 외줄채비에는 25~35cm급만 물고 올라오는 게 아닌가.
한 시간 뒤에 또 최석민 프로가 입질을 받았는데 이번엔 55cm가 올라왔다. 두 마리를 쿨러에 담으니 함께 온 일행 6명이 낚은 ‘애구’ 10마리를 합한 것보다 더 풍성해보였다.

“메탈지그 다시 떨어질 때 브레이크를 걸어라”

한편 최석민 프로의 메탈지그 바닥찍기는 그냥 보면 단순 고패질 같았지만 왕대구를 골라 낚는 그만의 필살기가 숨어있었다. 그것은 바로 메탈지그의 낙하 동작 때 살짝 뒷줄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대구는 메탈지그가 떠오를 때는 달려들지 않아요. 달려든다 해도 바닥에서 1m 이상 떠 있는 잔챙이들이죠. 큰 놈들은 1m 이상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메탈지그도 이 수심 안쪽에서만 움직이게 하는 게 유리합니다. 또 메탈지그가 떨어지는 동작에서 잠시 뒷줄을 잡은 뒤 입질을 느껴보는 게 중요하지요. 만약 툭! 하는 느낌 뒤 묵직함이 전달되면 대구가 바늘을 문 것입니다.”
최석민 프로는 1시간 뒤 또 한 번 큰 입질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바늘을 묶은 나일론 7호 목줄이 터지면서 놓치고 말았다. 적어도 80cm는 족히 될 듯한 녀석이었다.
“이제 배낚시도 기법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일본처럼 장소와 대상어에 맞는 장비와 채비를 사용할 시대가 온 거죠. 특히 대구처럼 심해의 물고기를 낚아낼 때는 강력한 장비보다 섬세한 테크닉이 더욱 중요하죠. 오늘 사용한 장비와 채비가 없었더라면 저도 별 재미를 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최석민 프로의 말이다.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 앞바다의 겨울 대구낚시는 11월부터 이루어지며 피크는 2~3월이다. 선비는 5만원. 낚시 후 선창가에서 선장이 대접하는 점심식사값이 포함된 가격인데 주 메뉴는 생대구탕이다. 삼척 임원항의 대구 배낚시가 10만원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며 시원한 생대구탕 점심까지 제공하니 더욱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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