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먼바다 탐사낚시    

대한해협 6광구, 150m 심해에서

돌돔 맛 능가하는 띠볼락 만나다!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띠볼락은 우럭(조피볼락)과 비슷한 생김새지만 남해 먼바다에만 사는 귀한 어종이다. 돌돔을 능가하는 육질과 맛 때문에 한번 먹어본 사람은 마니아가 된다는 띠볼락을 낚으러 남해로 향했다.   

띠볼락에 대한 얘기를 어부지리 운영자 민평기씨로부터 들었다. “남해의 깊은 수심에서 낚이는데 우럭보다 힘이 세고 맛은 배 이상입니다. 하남 호반낚시에서 띠볼락 탐사를 간다고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습니까?”
띠볼락? 처음 듣는 이름이다. 민평기씨는 “4년 전에 동해 남해의 먼바다인 6광구에서 띠볼락이 왕창 낚였는데 그때 조황 사진을 보고 출조했던 낚시인들이 있습니다. 낚이면 씨알은 개우럭급이고 맛도 좋으니까 계속 출조했는데 2년 전부터 조과가 급감하면서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어요”하고 말했다.
어류도감을 찾아보니 띠볼락이 있었다. 생김새는 우럭과 비슷했지만 체고가 높고 선명한 가로띠가 있는 물고기라고 쓰여 있었다. 남해 먼바다 출조를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띠볼락을 본 적은 없었다. 호기심 발동! 지난 2월 19일 띠볼락 출조팀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하남으로 향했다.    

남해 먼바다 공해상에서 띠볼락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낚시인들

전동릴 액정화면의 수심계가 131m를  알리고 있다.

단단한 육질 덕분에 돌돔회를 능하가한다는 평을 받는 띠볼락 회.

“4짜 띠볼락이 열기처럼 올라온다오”

호반낚시 앞엔 주말 출조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민평기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행하지 못하고 기자 출조버스에 오르게 됐다. 오늘의 가이드는 호반낚시 가이드 황민호 프로였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7년 전 서울로 올라와 남해 바다낚시 출조를 가이드하고 있다. 황민호씨에게 띠볼락이 낚이는 곳은 어디냐 물었다.
“가스유전으로 유명한 6광구 근처입니다.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43km 떨어져있는 대한해협의 대륙붕이에요. 수심이 150m에 이르는 깊은 수심에서 띠볼락이 낚입니다.”
조황이 확인된 것도 아닌데 17명의 출조 정원이 꽉 찼다. 버스에 오르는 회원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안성에서 온 손명호 회원에게 띠볼락에 대해 물었다.
“아, 참우럭이요? 저도 낚지는 못했는데 하도 대단하다고 해서… 맛은 돌돔보다 더 낫고 힘도 좋다고 하니까 한 번 낚아보러 가는 겁니다.”
동행한 회원들은 띠볼락을 참우럭이라고 불렀다. 배우성 회원은 “낚이면 4짜 이상이고 네댓 마리만 낚으면 쿨러가 가득 차요. 그런 놈이 열기 달리듯 두세 마리씩 걸려 나오면 끌어내기도 힘듭니다”하고 말했다.
밤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4시간을 달려 새벽 2시에 부산 송도에 도착했다. 송도에서 해장국을 먹고 송도선착장 앞의 갤럭시낚시에서 채비와 미끼, 얼음을 챙겼다. 선착장에 갤럭시낚시에서 운항하는 9톤 낚싯배 엘핀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민호 프로는 “엘핀호의 장정완 선장은 6광구의 띠볼락 조황을 처음 낚시인들에게 알린 분입니다. 띠볼락은 낚이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포인트를 아는 선장님은 몇 안돼요”라고 말했다.

이정남 회원이 40cm급 띠볼락을 보여주고 있다.

35cm급 왕열기를 낚은 배우성 회원.

우럭 갑절 힘쓰는 띠볼락, 꼭 잡고 말거야!

송도를 떠난 엘핀호는 4시간여를 운항해서 포인트에 도착했다. 장정완 선장이 말했다. “여기는 수심이 140m 정도 됩니다. 미끼는 미꾸라지를 쓰세요.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40~50cm 정도 띄우십시오.” 6광구 주변이라고 해서 불길이 치솟는 시추선을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장 선장은 “오늘 일기예보에는 날이 좋다고 했는데 북동풍이 불어서 파도가 높아요. 북동쪽으로 더 올라가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아서 이곳 공해상에서 낚시를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입질이 없어 다른 포인트를 찾았다. 옮긴 포인트에서 이길종 회원이 첫 입질을 받았다. 마침내 띠볼락이 올라왔다. 줄무늬가 선명하고 몸통은 역도 선수의 등짝처럼 두껍고 넓었다. 사람들이 참우럭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진을 찍는데 뒤에 있던 이정남 회원도 “걸었다”하고 외친다.
그의 전동릴을 보니 수심은 143m. 한참 동안 수면을 바라본 뒤에야 녀석을 보았다. 40cm급 띠볼락이었는데 이정남 회원은 “두 마리가 걸린 줄 알았다”고 말했다. 띠볼락의 놀라운 힘은 높은 체고 때문인가? 나도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낚싯배는 이미 정원이 꼭 찬 상태. 채비가 서로 엉키자 짜증을 내는 회원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정오 무렵이 가까워오자 간간이 들어오던 입질은 뚝 끊기고 파도는 더 높아졌다. 평소에 하지 않던 배멀미까지 했왔다. 선실에 누워서 창밖만 잠깐잠깐 바라보고 있는데 정 선장의 다급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파도가 너무 심해요. 지금 철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해 우럭과는 생김새가 다르죠?" 오준상 회원이 띠볼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4월부터 피크니까 다시 도전해봅시다”

결국 낚시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배는 부산으로 회항했다. 높은 파도 탓에 띠볼락은 낱마리 조황에 그쳤다. 쿨러 가득 띠볼락을 채울 기대를 하며 6광구까지 왔는데 악천후에 떠밀려 빈손으로 올라오다니. 실망이 컸던 내 심정을 알았는지 황민호 프로가 위로한다. “띠볼락은 연중 낚시를 할 수 있는데 산란기가 끝나는 4~5월이 가장 씨알이 굵습니다. 다시 출조 계획을 짤 테니 그때는 마음껏 낚시도 하고 회도 드시게 해드릴께요.”
띠볼락이 낚이는 6광구는 워낙 먼 바다여서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바다가 잔잔해지는 4~5월이 피크 시즌이다. 7월부터는 조황이 떨어지고 먼바다를 뛰는 배들이 대부분 갈치로 돌아서게 되는데 낚시인들 역시 이때엔 갈치만 찾기 때문에 띠볼락 출조는 끊겨버린다고 한다.
■출조 문의 하남 호반낚시 018-515-1229

띠볼락

“한 마리에 20만원을 호가하는 물고기”

선명한 가로줄 무늬의 띠볼락. 

양볼락과. 붉은 빛을 띤 회색 바탕에 흑갈색 반점이 밀집되어 있고 체측에 3개의 가로띠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해와 남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고 있으며 서해에서 낚이는 우럭보다 체고가 높다. 동해남부의 어부들은 띠볼락이 낚인 6광구 주변을 대구, 가자미, 문어가 잘 잡히는 주요 어장으로 꼽고 있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띠볼락은 우리나라 심해에서 잡혔던 물고기인데 어군을 찾기 힘들다. 시장에선 한 마리에 2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물고기”라고 한다. 크기는 40c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낚시인들이 낚은 띠볼락 중엔 5짜, 6짜 씨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