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도산면&삼덕항

평범한 해안도로가

4짜 감성돔 포인트라고?

김진현 기자

통영 도산면 가오치여객선터미널 옆 감성돔 포인트.

양식장 구조물이 끝나는 주변이 포인트며, 양식장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노려도 좋다.

가오치여객선터미널 옆 포인트에서 35cm 감성돔 두 마리를 낚은 김영규 씨.

취재 당일 오전에 찾아간 통영 풍화리 갯바위. 큰 망상어가 너무 많이 입질해 철수했다.

매년 10월이 오면 고민에 빠진다. 동서남해 연안에서 다양한 어종이 쏟아지니 어떤 걸 취재할지 심사숙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감성돔은 항상 골칫거리(?)다. 서해 감성돔만 해도 군산에서 나오면 격포에서 나오고, 태안에서 나오면 곧 영흥도에서 나온다. 남해안도 역시 여수, 거제, 통영권 내만에서 감성돔 소식이 들리면 이내 다른 곳까지 호황이 확산되어 어디로 갈지 난감하다. 그럴 때는 취재의 기준이 있다. 항상 새로운 곳, 소개되지 않는 곳을 찾기 마련인데 이번에도 어렵사리 그런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풍화리에선 망상어 잔치

지난 10월 14일 낚시춘추 11월호 마감을 끝낸 후 부산 낚시인 김영규 씨에게 “통영 풍화리 함박마을에 걸어서 갈 수 있는 숨은 감성돔 포인트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걸어서 가는 포인트는 으레 힘들기에 “산악등반을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풍화리 함박마을에서 낚싯배를 타고 5분 정도 가도 되고 마을에 차를 대고 언덕을 넘어 15분 정도 걸어도 됩니다.” 기자도 처음 듣는 곳이라 취재요청을 하고 16일 아침 7시에 김영

규 씨와, 마산 낚시인 최병주 씨를 풍화리 함박마을에서 만났다. 풍화리에 있는 민박에 요청해 낚싯배를 타면 선비는 1인 1만5천원(1인일 경우 3만원). 마을에서 출항해 마을 뒤편 갯바위에 내리니 낚시자리가 편해 보였다. 그런데 낚시를 해보니 망상어 천국. 25cm가 넘는 ‘떡망상어’가 줄줄이 낚여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오전 10시에 걸어서 철수해 다른 포인트를 물색했다. 김영규 씨는 풍화리에서 가까운 도산면을, 최병주 씨는 통영 삼덕항 옆에 있는 해안도로 포인트를 추천했다. 어차피 거리가 20km 정도로 멀지 않으니 먼저 감성돔을 낚으면 연락하기로 하고 김영규 씨와 나는 도산면으로 최병주 씨는 삼덕항 옆 해안도로로 이동했다.

해 진 후 만조 전후가 골든타임

점심을 먹은 후 오후 2시쯤 도착한 곳은 통영 도산면의 가오치여객선터미널 옆 연안. 가오치여객선터미널은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해서 운영하고 있었고, 낚시할 자리는 선착장 앞에 있는 주차장 아래 연안이었다. 연안에는 양식장 구조물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과연 낚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김영규 씨는 “예전에는 가오치여객선터미널 주변에서도 낚시했지만 지금은 도선이 자주 드나들어 안전문제로 낚시할 수 없고 선착장 주차장 아래나 주차장 옆 수산공장 주변 연안에서 낚시합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조용하게 낚시하면 4짜 감성돔이 낚입니다”라고 말했다.

주차장 아래로 내려가 수산공장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만조가 되면 물이 차기 때문에 주차장 위로 올라가야 한다. 1호 막대찌에 수심을 8m에 맞춰 낚시를 하니 전혀 입질이 없었다. 복어와 작은 보리멸이 낚여 허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김영규 씨는 “요즘 감성돔이 입질하긴 하는데 주로 밤에 입질이 많습니다. 최병주 씨가 간 삼덕항 주변 역시 밤에 큰 감성돔이 입질합니다”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슬렁슬렁 낚시하다가 어둑하게 해가 진 후 전자찌를 밝히고 낚시를 시작했다. 낮에는 꿈적도 않던 조류가 슬슬 흐르기 시작했는데, 찌가 딱 보기 좋게 천천히 흘러갔다. 오후 5시에 가오치항에서 사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멈췄고 오후 6시가 되자 완전히 주변이 어둑해졌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밑밥을 뿌리기 시작했다. 조류가 흐르기 전에 밑밥을 미리 뿌려두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지만 조류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적은 양을 자주 뿌리면 물때에 맞춰 들어오는 감성돔의 경계심이 덜하다고 한다.

첫 입질은 오후 8시가 되어서 왔다. 거의 만조 무렵이었는데 만조 전에 입질이 가장 활발하다고 했다. 올려보니 35cm 감성돔이 올라왔고 가을 감성돔답게 살이 제법 차올라 체고도 높았다.

삼덕항 옆 도로에서는 47cm 감성돔!

두 번째 입질은 오후 9시에 왔다. 첫 입질 후 만조(오후 8시30분)가 되어 조류가 멈추니 입질이 오지 않았다가 다시 초썰물이 흐르자 입질이 온 것이다. 수심이 깊은 내만이라 조류가 흐르지 않으면 입질이 와도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나마 조류가 흘러야 입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채비는 구멍찌를 쓴다면 부력이 작은 B~3B를 쓰고 현지인들은 대부분 0.5호~1호 막대찌를 쓴다고 한다.

두 번째 올린 감성돔도 씨알이 거의 비슷한 35cm급. 큰 녀석을 기대했지만 이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김영규 씨는 “조류가 멈춘 시기에 빈 바늘만 올라오는 약한 입질이 몇 번 있었습니다. 구멍찌를 사용하면 찌 주변에 파문이 살짝 생기는 그런 약한 입질이 오는데, 그런 것도 감성돔 입질입니다. 이 주변은 수산공장 작업 차량과 여객선터미널 승객들이 항상 지나는 곳이라 감성돔의 입질이 특히 예민한 편이니 그 점에 신경 써서 채비하면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밤 10시가 지나 철수를 준비했다. 삼덕으로 간 최병주 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철수할 무렵에 47cm 감성돔을 낚아 늦게 합류한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사진을 받아보니 한 눈에도 4짜가 넘는 큰 씨알임을 알 수 있었다.

최병주 씨가 낚시한 삼덕항 해안도로 자리는 삼덕항을 지나면 나오는 가로등이 있는 평범한 곳이다. 바로 맞은편에 삼덕항 뜬방파제가 보이는데, 지난 2022년에 삼덕항 뜬방파제에서 40cm 감성돔이 무더기로 낚이며 인산인해를 이루자 이듬해부터 주변 연안에서도 감성돔낚시를 해 조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도산면과 삼덕항 일대의 감성돔 시즌은 12월 초까지다. 11월 중하순에 큰 감성돔이 입질하다가 완전히 입질이 끊어져버리는데, 그 이후에는 통영과 거제도 사이에 있는 한산도 일대로 감성돔이 몰리며 사량도, 두미도, 거제 남부에서도 큰 감성돔을 만날 수 있다.

내비 입력 도산면 오륜리 1061(도산면 포인트), 삼덕리 872-1(삼덕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