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충주호는 오름수위 최고 낚시터로 불렸다. 가뭄 때 바닥을 드러낸 육초밭에 새물이 차오르면 깊은 곳에 은신하던 붕어들이 대거 육초대로 올라붙어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과거의 오름수위 특수는 점차 신기루가 되어가고 있다.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는 전국의 저수지와 댐 모두 상시 70% 수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소에 70% 수위를 유지했던 곳들도 큰 비가 온다는 예보만 내리면 미리 물을 뺀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수위를 70% 이하로 유지할 수 있고, 수위 오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에 찾았던 제천시 수산면 원대리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단양보에서 하류로 6km 내려온 옥순대교 인근에서 남쪽으로 쑥 들어간 원대리눈 갈수 때 종종 바닥을 보이는 낚시터다. 축구장처럼 넓고 완만한 육초밭 사이로 수산천 개울물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곳으로, 매년 장마철이면 오름수위 특수를 노리는 연안낚시인과 보트낚시인이 앞다퉈 출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장마철의 폭발력 또한 예년 명성에 크게 못 미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 예보만 내리면 어김없이 수위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내가 마그마 수상좌대 필드스탭들과 취재에 나선 7월 13일 밤에도 하룻밤에 5cm 이상 수위가 줄어들었다. 이날 나는 양평의 장홍익 씨가 론칭한 초대형 마그마 수상좌대를 타고 함께 낚시했는데 밤새 급격히 줄어든 수위 탓에 자칫 보트가 바닥에 얹힐 뻔도 했다. 며칠간 낚시하며 이런 변화를 감지한 낚시인들은 전날 밤에 미리 깊은 곳으로 보트를 옮겼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원대리로 출조한 모든 낚시인이 불황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이날 밤 함께 보트 밤낚시에 나섰던 청풍대물낚시 전제익 사장은 초저녁인 8시경 허리급 월척을 올린 것을 비롯 밤새 3마리의 월척을 뽑아냈다. 전날인 12일에는 계란리 배터 인근 홈통에서 낚시한 경산 대자연낚시 이도헌 사장도 연안낚시로 최대 38cm 포함 총 3마리의 월척을 뽑아냈다.

이처럼 수위가 내려가는 ‘내림수위’에는 낚시터를 불문하고 붕어 입질이 뚝 끊기는 게 상례이지만 유독 충주호만큼은 예외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날 뿐 아니라 열흘 뒤인 7월 29일에 보트를 타고 밤낚시한 장홍익 씨는 하룻밤에 허리급만 7마리를 낚는 대박을 만났다. 이날도 5cm나 물이 빠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마그마 필드스탭 박군영 씨는 “이제 더 이상 내림수위가 두려워 충주호 출조를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드시 장마철이 아니더라도 최근의 충주호는 발전 방류를 지속해와 붕어들이 이 패턴에 익숙해져 가는 느낌입니다. 정상적인 오름수위 때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포인트만 잘 잡고 진득하게 낚시에 집중하면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일 원대리와 계란리 수면에는 마그마레저의 H멀티대가 여럿 떠 있어 눈길을 끌었다. H멀티좌대란 양쪽에 길쭉한 부력재를 달고 그 위에 넓은 부력재 또는 노지형 좌대(상판)를 올린 형태의 보트이다. 종래의 일반적 붕어보트는 바닥 전체가 수면에 닿아있지만 H멀티좌대는 수면에서 30cm 이상 떠 있다. 마치 수상좌대 위에서 낚시하듯 찌 보기가 쉽고 바닥도 울렁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연안낚시에 설치했던 대좌대의 양 옆에 부력재를 달아 보트로 변신한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H멀티좌대 형태의 보트를 만들고 있는 업체는 3곳 정도 된다. 그중 마그마레저는 가장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마그마레저 제품의 최대 장점은 평소 쓰고 있던 노지용 좌대의 메이커, 규격에 관계없이 커스텀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규격이 1500X2000이던 2000X2400이던 상관없고 메이커도 구애받지 않는다. 즉 고객이 갖고 있는 어떤 좌대도 얹어 쓸 수 있어 구입비용을 크게 줄일수 있다.

이번 취재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보트는 양평의 장홍익 씨가 주문한 초대형 H멀티좌대였다. 잠을 잘 수 있는 거실 공간의 바닥에는 2000X2400짜리 부력제, 앞쪽 낚시 공간에는 1000X2000 짜리 알루미늄 상판을 올렸다. 앞쪽 상판이 길고 넓어 받침틀을 두 개 연결했더니 2명이 낚시해도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이렇게 구성하고도 제작비용은 35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이 가격이면 300 사이즈의 일반 보트 풀옵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마그마레저에서는 양쪽에 부착하는 긴 부력재 그리고 프레임, 폴대, 노 등을 포함한 기본 패키지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가장 작은 H3000은 튜브 넓이가 70cm, 높이가 30cm, 길이는 3m이다. H3600은 튜브 넓이와 높이는 H3300과 동일하며 튜브 길이만 3.6m로 길다. H3600+(2중 격실 구조)는 튜브 넓이와 길이는 H3600과 동일하며 튜브 높이만 40cm인 제품이다. 최근 새로 투입된 H4000은 넓이와 높이는 H3000과 동일하며 길이가 4m인 제품이다. 가격은 H3000이 150만원, H3600이 170만원, H3600+가 220만원, H4000은 200만원이다. 여기에 본인이 갖고 있는 좌대 상판과 텐트만 올리면 된다.

왼쪽부터 박군영, 곽영갑(마그마레저 대표), 이창민, 윤기호 스탭이다.

양평 장홍익 씨가 주문제작한 H멀티좌대. 널찍한 주거 공간은 물론 낚시용 상판까지 갖춰

원대리 연안에 정박 중인 붕어 보트들. H멀티좌대 형태의 보트들이 주류였다.

계란리 배터 우측골. 연안에서도 밤에 월척이 마릿수로 낚였다.

지난 7월 중순경 오름수위 때 연안에서 월척을 올린 낚시인들.(사진제공 청풍 대물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