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낚시터]

아산 월랑낚시터

황톳물 연밭에서 밤새 월척쇼

김철규 객원기자 호봉레저, 탑레저, 태흥 필드스탭

드론으로 촬영한 월랑낚시터. 장맛비 영향으로 물색이 황토빛을 띠고 있다.

일행들이 자리를 잡은 부교 옆 좌대. 널찍하고 편해서 장박낚시에 좋았다.

퇴직 전 다니던 직장 후배들의 초청으로 아산 월랑낚시터를 찾았다. 아침 7시에 도착해 관리실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기에 바로 저수지로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낚시터 전체가 붉은 황톳물이었다. 장맛비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지붕이 있는 관리실 앞 잔교 좌대 끝부분에서 한 분이 낚시 중이었다. 잔교로 들어가 조황을 물으니 “밤새 천둥, 번개와 강풍을 동반해 내린 비 탓에 도저히 낚시할 여건이 못 됐다”며 동이트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잔교 부근과 중하류권으로는 마름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중상류권으로는 연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월랑낚시터는 충남 아산시 음봉면 월랑리에 자리 잡고 있다. 약 6만6천평의 수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1960년에 준공한 농업용 평지형 저수지이다. 도심은 아니지만 주변으로 대단위 아파트촌을 끼고 있으며 현재 작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2026년까지 둘레길 확장이 예정되어 있어 낚시터로서의 기능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고 있다.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하고 주 어종은 토종붕어다. 그 외에 메기, 향어, 잉어 등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토종붕어는 홍성호 어부들이 잡은 것들만 방류하고 있다.

연밭 주변으로 형성된 멋진 포인트들

월랑낚시터는 지붕이 있는 잔교 좌대가 관리실 앞으로 설치되어 있고 수상좌대는 5동뿐이다. 이 수상좌대들은 모두 연밭을 중심으로 놓여 있었다.

상류권으로 이동해 보니 특급 포인트로 쳐주는 ‘주차 후 3보’인 연안 연밭 포인트에 한 분이 막 도착해 대를 펴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니 커다란 나무 사이로 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심코 들어가 보니 연밭 중간을 가로지르는 부교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옆으로 약 3평 크기로 대형 텐트를 설치할 수 있을 널찍한 좌대가 단단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이 좌대는 지난 겨울에 설치하였다고 하며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크고 튼튼하며 연줄기 앞으로 어느 정도 수초제거 작업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끝지점까지 가니 8번좌대라고 적힌 좌대가 있었는데 3방향으로 앉아 낚시할 수 있는 곳이었다. 크기가 매우 커 2박 정도는 편하게 낚시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날은 원래 후배들과 1박은 수상좌대를 타고, 1박은 노지낚시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상류권 연밭 포인트가 너무 좋아 그냥 2박 내내 이곳에서 낚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비가 그치자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진 것. 따가운 햇살 속에 여러 차례 반복해 짐을 나르다 보니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힘들게 운반한 텐트를 설치하고 연밭 중간 중간 빈 공간에 찌를 세웠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연줄기 탓에 대편성이 쉽지는 않아 연잎의 일부를 제거해야 했다. 수심도 연밭치고는 상당히 깊은 2.3m 수준이었다. 이는 만수위를 넘기는 수심이라고. 간밤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무넘기로 넘는 물보다 유입되는 물이 많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수위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입질에 환호

연잎 사이 빈 공간을 찾아 2.8칸부터 3.8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 하였다. 미끼는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단단하게 반죽하여 사용하였다.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구름이 벗겨지며 햇빛이 쏟아졌다. 워낙 강렬해 목과 팔다리에 화상을 입을 듯 따가웠다. 34도까지 오르는 뜨거운 날씨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오후 3시가 지날 즈음 왼쪽에 세워져 있던 3.8칸 대의 찌가 잠시 흔들리더니 서서히 솟아올랐다. 정점까지 올라오는 찌를 보고 챔질하자 강하게 저항하며 연줄기를 감고 버텼다. 살짝 풀어주자 다시 풀려 나오면서 얌전하게 뜰채에 담겼다. 체구가 좋고 상처 하나 없는 멋진 31cm의 붕어가 대낮에, 그것도 황톳물에서 나왔기에 앞으로의 낚시가 기대되었다.

첫수가 나온 후 이렇다 할 입질이 없다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27cm의 준척급 붕어가 나와 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낮에도 입질이 있었기에 밤낚시가 기대되었다. 그사이 수위는 조금씩 내려가 10cm 가량 낮아졌다.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관리실에 있는 샤워장을 찾아가 낮에 흘린 땀을 씻어냈다. 더운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차가운 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는 듯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밤낚시에 들어갔다. 해가 지고 바람이 조금씩 불자 낚시하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케미를 밝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8cm의 준척급 붕어가 올라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활발한 입질은 없었고 밤 11시까지 자리를 지키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낚시인들은 둘레길 주변 가로등이 꺼지는 밤 11시부터가 입질 타임이라고는 했지만 너무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입질은 여전히 활발했다. 대물은 아니었지만 8치부터 월척급 붕어를 몇 수 낚고 나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주로 왼쪽의 연줄기가 뜸한 곳에서 입질이 잦았고 이때 강한 힘겨루기 끝에 원줄이 터지는 아쉬움도 있었다.

아침이 되었지만 구름이 가득해 해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 후에는 오전 11시30분에서야 입질을 받았는데 이때 나온 붕어가 35cm의 허리급으로 이때까지의 최대어가 되었다.

38, 39cm 속출, 가을에 더욱 기대돼

인터넷 정보를 통해 확인 해 보니 월랑낚시터는 터가 센 곳이라고 나와 있었다. 월척급은 한두 마리만 잡아도 잘 낚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날은 그 흙탕물 속에서도 12마리의 붕어를 잡아낸 것으로 보아 제법 마릿수 확률이 높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 온 뒤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째든 필자로서는 손맛을 톡톡히 본 출조였다. 오후에는 옆자리의 박광훈 후배가 38cm를 올렸는데 전날부터 몇 번의 헛챔질과 터짐만 반복되다 올린 터라 기쁨이 더했다.

둘째 날은 수위가 20cm가량 더 낮아졌고 초저녁까지도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 결국 밤 10시경 휴식을 취했고 새벽 3시경 입질을 받아 39cm짜리 붕어를 올릴 수 있었다. 첫날보다 수위가 더 내려간 탓인지 이후로는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다음날 오전 9시에 준척급만 몇 수 올라왔고 박광훈 후배가 월척 한 마리를 낚은 것으로 낚시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더위가 물러가는 8월 이후에 다시 찾아 연밭을 노려보기로 했다. 시간이 갈수록 연은 삭아 내릴 것이므로 가을로 갈수록 좋은 조과가 기대됐다.

낮 시간에 대물을 올리고 있는 박광훈 씨.

이인영(왼쪽), 박광훈 씨가 월랑낚시터에서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연밭 인근에 배치한 수상좌대와 부교.

상류에서 도보로 진입하교 부교.

필자 일행이 올린 조과를 모아봤다.

연안에서 진입하는 부교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