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충남 보령 진죽지

양수형 저수지라

배수 걱정 No! 손맛 걱정 No!

장재혁 객원기자

보령 진죽지로 출조한 필자가 아침에 월척 붕어를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먼 길을 한달음에 갔는데 저수지에서 배수가 이뤄지고 있다면 아마도 황당무계할 것이다. 이처럼 배수가 이뤄지는 농번기는 낚시인들의 고민이 제일 깊은 시기가 아닐지 싶다.

나는 전국 저수지의 배수 정보를 얻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https://rawris.ekr.or.kr/)을 자주 활용한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전국의 저수지 수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요즘 같은 배수기 출조를 앞두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을 열람하던 중 대부분 저수지가 배수 상황인데 보령의 진죽지는 오히려 오름수위를 보이고 있었다.

이 시기에 오름수위를 보인다면 인근 담수호나 댐에서 용수를 공급받아 물을 채우는 양수형 저수지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5월 18일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에 있는 진죽지를 찾아갔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서 수위 확인 후 출조

진죽지는 만수면적 13만6천평의 평지형 저수지다. 상류 연안에는 연이 군락을 이루고 마름이 수면을 가득 메워 여름에는 낚시가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수초 여건이 좋아 어자원이 풍부하고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종 터였지만 최근에 외래어종인 배스가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유입보다는 인근 보령호의 물을 용수로 공급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제방 동쪽 끝 주변에 자리를 잡고 수초 여건을 확인한 후 연 줄기 사이로 새순이 올라오는 곳을 공략하기로 했다. 활성도가 좋은지 대편성 중에도 찌를 시원스레 올리는 입질에 6치급 붕어를 연신 낚아 낼 수 있었다. 채비가 연 줄기에 걸리기도 했지만 줄기가 약해 회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입질이 계속 이어졌지만 씨알이 잘아 밤낚시에 굵은 씨알을 기대하며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자정 넘어 올라온 32cm 월척

찌불을 밝힌 후 한동안 조용하더니 밤이 깊어지면서 정면 4.2칸 대의 찌가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챔질과 동시에 낚싯대에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하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연안으로 끌어냈지만 바늘이 입에 설 걸렸는지 발밑에서 그만 터져 버렸다.

안타까움을 느낄 틈도 없이 곧바로 우측 3.6칸 대의 찌도 솟아올라 챔질하니 8치급이 올라왔다. 낮보다 씨알이 조금 커졌기에 밤이 깊어 갈수록 더 큰 붕어가 입질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낚시에 집중했다. 낮에 낚은 붕어는 씨알이 작아 낚자마자 방생해서 몰랐는데 미처 살림망을 준비하지 못해 뜰채에 붕어를 보관해야 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심심치 않게 입질이 있었다. 새벽에 무엇인가 찌를 툭툭 건드리거나 끌고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찌를 끌고 갈 때 챔질 해도 걸려 나오지 않아 신경이 쓰여 찌를 올릴 때까지 챔질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날이 밝아 오자 잔입질도 사라지고 다시 낚시에 집중하니 우측 3.6칸 대의 찌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챔질하니 낚싯대 활처럼 휘어졌다.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월척 붕어. 계측하니 32cm 월척이었다.

밤사이 수위 5cm 더 상승

출조 당일에는 오전까지 낚시해 보았다. 입질은 계속 있었지만 뜨거운 햇살과 더불어 바람이 터지기 시작해 철수해야 했다. 철수할 때 연안을 살피니 밤사이 수위가 5cm 정도 올라온 것이 확인되었다. 철수 길에 사진 촬영을 위해 무넘기 쪽에 가보니 예상했던 대로 물이 공급되고 있었다. 꾸준한 입질에 비록 평균 씨알이 작지만 찌맛, 손맛을 보며 나름 즐거운 낚시를 했다.

미끼는 캔 옥수수, 지렁이를 사용했으며 효과는 대동소이했다. 과거에 새우가 많았던 곳이기에 씨알 선별을 위해 새우 미끼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다.

입질은 특정 시간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밤새도록 해주었고 아침에 대체로 씨알 굵은 붕어가 입질했다. 앞으로 마름과 연잎이 수면을 가득 메우면 수초 작업 후나 낚시가 가능할 것이

다. 그렇지 않으면 낚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마름이 삭아 내리는 가을에 기대해 볼만 하겠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농사 차량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내비 입력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 9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