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서산 팔봉수로

비수기 초여름 월척 재미 쏠쏠하네요

이영규 기자

서산 팔봉수로가 ‘여름에는 비수기’라던 종전 인식을 깨트리고 있다. 그동안 팔봉수로는 ‘산란기 때가 유일한 대물 시즌이며 더워지면 잔챙이 소굴로 변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초여름부터는 적잖은 월척이 솟구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팔봉수로 우안 중하류권에 자리를 잡은 성제현 씨.

전방의 갈대와 우측의 마름 구간을 동시에 공략했다.

지금껏 팔봉수로는 여름낚시터로는 인기가 없었다. 대물이 속출하는 산란기가 지나면 붕어 씨알이 급격히 잘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5~7치급이 너무 많아 떡밥낚시는 아예 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옥수수, 새우 같은 미끼로 씨알을 선별해보기도 하지만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바닷가 간척호이다보니 밤만 되면 날벌레가 극성을 부렸다. 밤중에 렌턴을 켜면 밥 먹기도 어려운 곳이 팔봉수로였다.

그러나 올해 여름은 날벌레 성화는 여전하지만 붕어 조황은 예년과 약간 달라진 느낌이다. 잔챙이가 득세 중인 것은 맞지만 그 와중에도 월척이 적잖이 섞여 낚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와 함께 찾아간 날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날 먼저 들어가 낚시한 네이버 장대촌 촌장 조영근 씨가 “전날 밤새 총 10마리를 낚았고 그 중 절반이 월척이다”라는 소식을 전해온 것인데 실제로 이날 팔봉수로를 찾은 낚시인 대다수가 월척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밤새 올린 10마리 중 절반이 월척이라고?

현장에 도착하니 조영근 씨는 우안 상류 갈대밭에 보트를 띄워놓고 있었다. 첫날부터 바람이 강해 중앙으로는 못 들어가고 연안에 보트를 붙여놓은 상태였다. 그가 타고 있던 보트는 동일레저의 블랙몬스터. 양 옆에 튜브를 달고 가운데에 좌대를 얹은 형태의 보트다. 길이만 3m가 훌쩍 넘고, 발판이 높아 보트에 올라탄 것만으로 먼거리 수초 공략이 유리했다.

조영근 씨는 굳이 중앙부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조황이 좋아 둘째 날도 연안낚시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전날 밤 그가 올린 붕어 중 가장 큰 놈은 36cm였으나 월척들은 31~33cm가 주류였다. 6치 이하는 낚는 즉시 방류했다는 그의 살림망에는 8~9치급들이 월척과 함께 담겨 있었다.

성제현 대표와 나는 우안 중하류에 있는 갈대밭에 자리를 잡았다. 성 대표 포인트의 우측에는 마름, 전방에는 부들과 갈대가 있는 형태였다. 입질은 초저녁부터 왕성하게 들어왔다. 첫 입질에 성 대표가 8치급을 올렸고 이후 6~8치급이 번갈아 찌를 올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월척 입질은 밤 9시가 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은 바람이 강했던 전날보다 낚시 여건은 좋았지만 갑자기 날씨가 좋아지자 오히려 씨알은 잘아졌다. 같은 시간에 상류에서 낚시하던 조영근 씨에게 연락을 취하자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다며 의아해했다.

이런 경우를 흔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 하는데 바람이 강하던, 비가 오던, 수온이 낮던 간에 그 상황에서 낚시가 잘 됐다면 그 여건이 붕어들에게는 가장 좋은 여건이었을 확률이 높다. 결국 우리는 가장 좋았던 여건 소식을 듣고 팔봉수로를 찾아왔고 운 없게도 막차를 탄 느낌이었다.

건탄 떡밥으로 잔챙이 속에서 월척 솎아내

계속해서 6~7치급 붕어가 올라오자 성제현 대표가 묘안을 냈다. 대물낚시가 한창 유행할 때 사용하던 일명 ‘건탄’ 미끼를 꺼내든 것이다. 건탄이란 물을 적게 넣어 푸석하게 만든 떡밥을 크고 단단하게 뭉쳐 바늘에 다는 것으로, 배스가 없던 시절에는 신장떡밥을 활용한 건탄 미끼가 인기를 끌었다. 요즘처럼 부드러운 글루텐 떡밥이 일반화된 시기에는 건탄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지만 성제현 대표는 “지금도 크고 단단한 미끼를 사용한 씨알 선별은 분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떡밥 가방에서 신장떡밥, 어분, 보리가루를 꺼낸 뒤 글루텐 1봉을 함께 섞어 건탄 미끼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장 입질이 활발한 낚싯대 세 대에 달아 던진 후 찌올림을 기다렸다. 글루텐 떡밥을 작게 달아 던졌을 때는 한두 번의 찌놀림 후 이내 움직임이 멈췄지만 건탄 미끼에는 5분 이상 긴 찌놀림이 이어졌다. 떡밥이 크고 단단하다 보니 잔챙이 붕어는 쉽게 입에 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패턴이 30분 정도 이어지던 밤 10시30분경. 10분 이상 들썩 대던 3.6칸 대의 찌가 몸통까지 시원하게 솟았다. 챔질과 동시에 물보라가 일며 올라온 녀석은 32cm 정도 되는 월척이었다. 물속에 월척이 없어서 못 낚는 게 아니라 있어도 잔챙이 성화 때문에 선별이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성제현 때표는 8~9치급을 몇 수 더 올렸지만 아쉽게도 월척은 추가하지 못했다.

무주공산 여름 팔봉수로의 난적은 날벌레

날이 밝은 후 팔봉수로를 돌아다니며 조황을 확인하려했으나 오전 7시에 이미 낚시터가 텅 비었다. 배수를 한 것도 아닌데 전날 밤 조황은 최악이었다. 우안 하류 제방권에서 만난 서산의 김기옥 씨는 “바람이 강했던 이틀 전은 씨알과 마릿수 모두 좋았으나 어젯밤은 너무 조용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낮에 따뜻하고 밤에 너무 추웠던 일교차도 적잖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가 끝난 뒤 일주일이 흘러 현지에 전화를 하자 그새 조황이 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전히 잔챙이가 득세 중이지만 밤새 월척급 두세 마리는 꾸준히 섞여 낚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한편 올해 초여름의 팔봉수로 씨알 업그레이드는 예년보다 풍부한 수량 덕분이라는 예상도 있다. 봄에 많은 양의 비가 와 수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경계심 강한 큰 붕어들의 활성이 유지 되었다는 전망이다. 날벌레들이 문제지만, 무더운 이 시기에 씨알과 마릿수 양수겸장을 노리고 싶다면, 초여름 현재 포인트가 텅텅 비어있는 팔봉수로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10-6505-5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