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룩 가운데 몸집이 커서 생물학적 수질검사에 이용하는 다프니아 마그나.

큰 눈과 긴 촉수를 가지고 있다. <사진 Wikipedia>

호수의 동물플랑크톤은 크게 윤충류, 요각류, 지각류, 곤충의 유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윤충류 외에는 모두 단단한 껍질을 가지는 절지동물인데, 주로 물속에 사는 종류를 갑각류라고 분류한다. 요각류와 지각류가 대표적인 갑각류 동물플랑크톤인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새우와 게도 같은 갑각류 무리이니 갑각류 동물플랑크톤은 작은 새우가 떠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갑각류의 껍질을 만드는 키틴질은 포도당을 변형하여 길게 연결한 물질로서 식물의 셀룰로스와 성분이 유사하고 효율적으로 단단한 외골격을 만들어 몸을 보호하고, 다리를 만들어 움직일 수도 있어 갑각류는 종 수가 많은 번성하는 종류다. 갑각류 동물플랑크톤을 현미경으로 보면 그 작은 몸에 다리가 여러 개인데, 먹이를 잡아먹는 데 사용하는 다리가 있는가 하면 생식기관도 있고, 운동기관으로 사용하는 다리도 있다. 플랑크톤 전문가들은 갑각류의 다리 수를 세고, 모양을 보면서 종을 구별한다.

머리에 달린 긴 촉수로 점프하듯 유영

동물플랑크톤의 주요 무리 가운데 윤충류가 가장 크기가 작고, 그 다음이 요각류이고, 가장 몸집이 큰 왕중왕은 물벼룩이라고 불리는 지각류다. 큰 지각류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으며 큰 것은 길이가 1cm에 이르기도 한다. 지각류의 라틴어 학명은 ‘클라도세라’인데 나뭇가지라는 단어와 뿔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즉, 긴 더듬이를 가진 것이 나뭇가지 모양의 뿔을 가지고 있는 형상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한자로 번역하여 나뭇가지 지(枝)와 뿔 각(角)을 조합하여 지각류라고 작명한 것이다. 대표적인 지각류가 ‘다프니아’인데 이는 그리스어로 월계수나무라는 뜻이니 나뭇가지 모양의 뿔을 가진 특징을 살려 학명을 지은 것 같다.

지각류의 영어 이름이 물에 사는 벼룩이라는 뜻의 water flea이어서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물벼룩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공식 학술명은 아니다. 영어에서 물벼룩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지각류 중 대표종인 ‘다프니아’라는 종이 물속에서 톡톡 튀어 오르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마치 벼룩이 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벼룩이 튀는 동작은 머리에 있는 긴 나뭇가지 모양의 촉수를 급격히 아래로 접을 때 나타난다. 물벼룩은 계속 튀어 오르지 않으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대개 낮에는 깊은 어두운 곳이나 수초 그늘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표면으로 올라와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하루에 수십 미터를 오르내릴 수 있으니 유영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물벼룩이 밝은 곳을 피하는 이유는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적응이다. 물벼룩은 물고기의 눈에 잘 띄어 물고기의 포식에 매우 취약하다. 물벼룩의 몸은 투명하여 잘 보이지 않지만 유난히 큰 갈색 눈 때문에 물고기의 눈에 잘 띄어 잡아먹힌다. 눈이 큰 것이 어떤 생태학적 이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눈이 커서 잡아먹히는 동물이다. 물벼룩이 집단 발생할 때는 물가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눈의 색깔 때문에 물이 붉은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호수에서 물벼룩이 많이 출현하는 시기는 늦은 봄과 초여름이다. 봄에 식물플랑크톤이 증식하고 작은 윤충류 동물플랑크톤이 증식하고 나서 물벼룩은 뒤늦게 나타난다. 물벼룩은 배에 있는 작은 다리들을 움직여 물이 몸 앞으로 흐르게 하고, 다리에 있는 털을 이용하여 작은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여과 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물벼룩이 증식하면 수중의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어 물이 맑아지고 수질이 좋아지는 청수기 현상이 나타난다. 물벼룩의 전성기는 봄에 산란한 물고기의 알들이 부화하면 곧 종말을 맞는다. 치어들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독성물질 유입되면 활동 멈춰

물벼룩은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이므로 작은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물벼룩이 번성하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은 간헐적으로 물이 말라서 물고기나 다른 수생동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다. 물벼룩은 생식여건이 좋은 시기에는 재빠르게 증식하기 위해 다른 개체와 교배하지 않고 혼자서 알을 낳는 동정생식을 한다. 어미와 유전자가 동일한 암컷만 태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알이 체내에서 부화하여 유생기를 생략하고 작은 성체를 낳기 때문에 증식이 매우 빠르다. 그러다가 물이 마르거나 조건이 나빠지면 비로소 암수가 만들어지고 교배를 한 후 큼직한 단단한 껍질을 가진 휴면란을 낳고 죽는다. 이 알은 건조에 매우 강하여 몇 년간 마른 상태에서도 생존하고 있다가 다시 물을 만나면 부화한다. 그래서 사막의 임시 호수 같은 곳에 최적화되어 있다.

물벼룩 가운데 몸집이 헤비급이라고 볼 수 있는 종이 ‘다프니아 마그나’인데 마그나는 라틴어로 크다는 뜻이니 ‘큰 물벼룩’이라는 뜻이다. 크기가 최대 5mm에 이르니 현미경 없이 육안으로도 보인다. 둥글고 둔중해 보이는 몸이 툭툭 튀면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굼뜬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해 몇 마리를 유리병에 담아 강의실 앞 복도에 놓아두고 학생들을 위해 설명을 붙여 주었다. 이 종을 전시한 이유는 이 종이 환경학 분야에서는 매우 유용한 생물이기 때문이었다. 정수장에는 생물감시장치라는 것이 있는데 물벼룩이 있는 수조를 물이 통과하게 하고 물벼룩의 운동을 관측하여 독성물질의 유입을 감지하는 것이다. 물벼룩은 쉼 없이 튀어 오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독성물질이 유입하면 바닥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물벼룩의 움직임을 영상자동분석장치로 감지하여 튀는 동작이 멈추면 경보가 울리도록 되어 있다. 수돗물에 독성물질이 유입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공장 폐수도 처리후 방류하기 전에 독성 없는지 생물검사를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생물이 물벼룩이다. 다프니아 마그나는 실제로 우리나라 호수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물고기의 눈에 띄는 대로 잡아먹히기 때문에 물고기가 사는 곳에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것 같다.

물벼룩의 유형 형태. 가라앉으면 촉수를 접어

벼룩처럼 튀어 오르는 동작을 반복하며 유영한다.

크기 1cm를 넘는 대형 지각류 뿔물벼룩. <자료 Wikipedia>

물벼룩을 이용한 수질오염 경보장치. <사진 JME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