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현장]

대야지 둘째 날 밤낚시에 올린 5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작년 이맘때면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할 시기지만 올해는 계절의 흐름이 조금 느리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대물 붕어들의 입질도 더디던 지난 3월 말, 작년 이맘대 출조해 51cm와 44cm 두 마리를 올렸던 대야지가 생각나 전라도 광주로 향했다.

재작년 낚시방송 촬영 때 필자의 대물낚시 장면이 방영된 후 대야지는 일약 전국 최고의 대물터로 떠올랐는데 그해 4월 중순께 5짜붕어만 10마리 이상을 배출해내며 전국 대물낚시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씨알뿐 아니라 우락부락한 생김새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많은 자원에도 불구, 공략 방법이 어려워 자원보호(?)가 잘 되는 곳이다. 전역에 걸쳐 말풀과 물수세미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웬만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덩어리들을 만나기 어렵다.

상류에 자리 없어 중하류 생자리 개척

지난 3월 27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매장에서 4시간을 달려 대야지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이미 발 빠른 낚시인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 중이었다. 명포인트로 꼽히는 좌우측 상류 연안 곳곳에 낚시텐트가 있었고 보트 포인트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부지런히 스피돔 수상좌대를 세팅했다. 세팅을 마치고 나니 어느듯 오후 4시. 상류에는 정말 비비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결국 나는 상류를 벗어나 중하류권으로 이동해 포인트를 살폈다. 그러나 침수수초가 밀생해 자연구멍이 뚫린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다행해 약간의 구멍이 열린 물수세미 군락이 보였고 그곳은 1시간 30분가량 작업해 포인트로 만들었다.

3.2~3.8칸 까지 총 8대를 폈으나 정작 채비가 안착되는 것은 두세 대 뿐이었다. 어차피 모든 구멍에 채비를 안착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나머지 채비들을 대충 던져 넣고 낚시에 돌입했다. 참고로 내가 포인트 한 곳은 물색이 매우 맑아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물이 맑으면 깊은 수심이 유리하고 밤낚시로 노리면 돼 큰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 즐겨 사용하는 해결사속공 채비를 세팅한 나는 목줄 길이를 25, 35cm로 묶은 쌍바늘 채비를 사용해 바늘 하나에는 마루큐사의 노리텐 떡밥, 다른 하나에는 옥수수를 달아 던져 넣었다.

새벽 5시경부터 시작된 4짜 행렬

밤새 찌를 응시하며 입지를 기대했지만 찌가 뿌리라도 내린 듯 초저녁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새벽 3시30분 까지 입질이 없어 1시간 정도 잠을 잤다가 4시30분 다시 눈을 떴다. 그러고

채비를 살펴보니 찌 하나는 한 뼘 정도 올라와 있었고 또 하나는 2m 쯤 이동해 다른 찌 옆에 가 있었다. 정신이 부쩍 들었다.

서둘러 전체 미끼를 갈아 던지고 기다리자 새벽 5시쯤 거짓말처럼 찌가 올라왔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42cm. 잠시 후 44cm가 1마리 더 올라왔다. 씨름 선수 같은 우람한 생김새가 대야지 붕어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잠시 후 40cm 1마리를 더 추가 하고 나니 날이 밝았다. 더 이상 입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오전 7시30경,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찌가 부드럽게 솟았다. 5짜에 육박하는 48.5cm짜리였다.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했다.

노리텐 먹고 나온 55cm는 빨래판 그 자체!

하루 더 낚시를 하기로 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낮에 장대비가 내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봄비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자 포인트를 이동해보기로 했다. 한 포인트에서 대물을 4마리나 뽑아냈으니 그 자리는 더 이상 큰 붕어가 들어올 확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포인트 이동 후 간단한 수초작업을 마친 뒤 밤낚시를 시작했다. 6시경부터 케미를 달아 채비를 던지는데 네 대째 캐스팅 때 첫 번째로 던진 찌가 솟았다. 그때부터 대박 조황의 시작이었다. 대편성이 모두 끝났을 때까지 벌써 4마리의 4짜를 올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끼는 마루큐사의 노리텐만 사용했다. 어제 낚시할 때부터 옥수수와 노리텐 떡밥 두 가지를 함께 사용했는데 이번 조행에서는 노리텐 떡밥에만 입질이 왔기 때문이다. 노리텐으로 여섯 번째 올린 붕어는 무려 49cm였다. 이 정도면 올해도 성공적인 대물낚시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1시30분 무렵. 침수수초가 밀생해 잘 안 들어가던 구멍에 세운 찌가 아주 천천히 솟기 시작했다. 챔질과 동시에 엄청난 중량감이 느껴졌다. 두 손으로 낚싯대를 쥔 뒤 벌서듯 파이팅을 벌인 끝에 녀석을 뜰채에 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랜턴을 켜고 뜰채를 살피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빨래판 만 한 붕어였기 때문이다. 5짜는 확실한데 거의 5짜 허리급은 족히 되는 느낌이랄까? 손으로 들자 5kg은 족히 돼보였다.

서둘러 계측을 해보니 정확히 55cm가 나왔다. 이 녀석을 낚고 나니 더 이상 낚시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2시간 정도 쉬다가 몇 마리의 4짜를 올리고 나니 날이 밝았다.

낚싯대를 접는 순간 ‘오늘 진짜 인생낚시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과를 종합해 보니 최대어 55cm를 비롯 49, 48.5, 46, 45, 44cm 포함 4짜 이상 붕어만 총 15마리였다. 사진 촬영을 마친 붕어들을 다시 대야지로 돌려보낸 후 안산으로 올라왔다.

비바붕어 스피돔 수상좌대. 설치가 쉽고 공간이 넓어 장박낚시에 특히 편리하다.

매년 이맘때 대야지를 찾는 광주 낚시인 정태봉 씨도 49, 48.5cm 붕어를 낚았다.

대야지 상류에 몰린 보트들. 혼잡을 피해 중하류로 이동한 것이 주효했다.

보트에서 바라본 대야지 야경. 공원 안쪽에 벚꽃이 핀 공원로가 있다.

이번 원정에서 필자가 올린 55cm 붕어 계측 사진.

필자가 대야지에서 올린 붕어들. 맨 앞이 55cm이며 그 뒤로 4짜급들을 늘어놓았다.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다양한 수초가 밀생한 대야지 연안. 열린 구멍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필자가 55cm 붕어와 4짜를 타작할 때 사용한 마루큐사의 노리텐 떡밥. 단품으로 써도 효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