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해빙기 영암 F1수로

이맘때 최고의 명당, 잦은 수위변동이 옥의 티

김현 아피스 필드스탭

2월 설 명절을 전후, 많은 낚시인들이 호조황을 기대하며 연휴기간 동안 고향 마을 인근 붕어터를 찾았다. 그러나 강풍과 해빙기 물색의 잦은 변화, 냉수대 등으로 인해 굵은 씨알보다는 잔 씨알 위주 손맛들을 보며 아쉬움의 연휴를 보내야 했다. 그만큼 다가오는 산란철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영암 F1수로 1번수로의 최상류. 최상류에만 수초가 발달해 있었다.

설 명절 연휴 이후 약 열흘간은 많은 비가 내린 통에 배수와 흙탕물 등 낚시 여건은 더욱 나빠졌다. 그 결과 반짝조황 소식만 들려왔다. 수로권 중에서는 영암의 학산천, 해남의 금자천과 화원수로, 고흥의 해창만수로, 무안의 남창천에서 준척과 월척급 조황 소식이 들려왔다. 해남에서는 호동지, 영암의 동방지 등에서 낱마리이지만 굵은 붕어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도 서서히 출조를 준비하며 출조지를 알아보던 중 수년간 등한시 했던 수로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월척급 이상 대물 붕어와 잉어 등 낚싯대 손상과 채비 손실을 보면서도 손맛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던 수로! 주변 개발과 부분적 통제로 발길이 끊겼던 영암군 삼호읍 소재 난전리와 삼포리 일대 즉 영암호 하류권의 가지수로들이 그곳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F1수로

낚시가 어려운 해빙기 즈음이라 탐색 차 편한 맘으로 길을 나서기로 했다. 1~2년 전 이곳 일대를 소개한 조행기를 몇 차례 접한 적있어 이를 토대로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2월 마지막 화요일 오전에 출조길에 나섰다. 강한 바람을 안고 광주에서 약 1시간 20분을 달려 영암으로 내려갔다. 대불교차로에서 난전리 방향으로 좌회전, 약 700m 지점에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직진하면 황도수로와 난전수로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인데, 비포장도로를 잘 닦아 놓았으나 진입할 수 없도록 펜스 문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다시 마을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끝까지 들어가 봤으나 수로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모든 길은 굴착기 등으로 땅을 깊게 파 길을 차단해 놓았다. 결국 이곳을 포기하고 인근에 위치한 삼포리 F1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영암교차로에서 F1경기장으로 진입하자 첫 가지수로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길이 약 600m, 폭 약 50m의 짧은 수로로 상류 연안에는 부들과 뗏장수초, 중류 연안에는 주로 갈대가 약간 형성돼 있었다. 물색은 괜찮아 보였고 연안 곳곳에서 꾼들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포장길을 따라 약 1km 더 들어가 보니 길이 약 400m, 폭 약 60m의 수로가 형성돼 있었다. 연안에는 뗏장수초와 갈대, 부들이 잘 발달해 있었다. 이 두 곳이 꾼들이 흔히 말하는 F1경기장수로이다. 필자는 혼선을 없애기 위해 편의상 첫 입구에 있는 수로를 1번수로, 그 다음 수로를 2번수로로 정했다.

동행출조한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의논한 결과 수초 여건과 물색이 더 좋은 2번수로에서 낚시하기로 결정하고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수심은 약 1m~1m 20cm이고 좌우 연안에 많은 자리들이 형성돼 있었다. 동풍 계열 바람이 강해 바람을 등지고 필자는 하류권, 정성훈 고문은 중상류권에 자리를 잡았다. 필자의 자리는 뗏장수초 폭이 약 4m 정도이고 연안을 따라 길게

형성돼 있었다. 뗏장수초 근거리권 공략을 위해 좌우로는 긴 대, 중앙에는 짧은 대를 펼쳐 강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어종의 입질에 대비해 경질대를 편성했다. 먼저 동절기 미끼인 지렁이를 꿰어 탐색 차 찌를 세웠다.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찌에 집중했으나 입질은 없었다.

자정까진 조용하다가 동 트면서 월척 솟구쳐

늦은 오후시간 상류권으로 들어오는 출조 차량이 눈에 띄었다. 이곳 주변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상류권으로 향했다. 삼호조선소 하청업체에 근무하면서 평일 퇴근 후 짬낚을 즐기는 단골꾼이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낚시인은 카페 예향대물낚시에서 영암삼호팀 ‘영암붕어’로 활동 중이었다. 그는 이곳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1번수로는 주로 떡밥을 미끼로

즐기는 꾼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잔 씨알 위주로 낚인다. 주요 포인트는 상류권 부들과 뗏장수초대로 조과가 가장 좋은 곳이다. 2번수로는 모든 미끼에 붕어 입질을 받을 수 있으나 동절기에는 잡어의 입질이 거의 없어 지렁이와 옥수수가 유리하다. 붕어 씨알도 굵고 수초 형성이 잘 돼 있으며 접근성도 좋아 대물꾼들이 자주 찾는다. 수위 변화가 심하지만 수위가 오를 때

잠시 오름수위 특수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수위가 낮아지면 2, 3일은 안정권이 유지되어야 정상적인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아침과 해질녘, 밤 시간에 주로 조과가 형성된다. 2번수로에서 약 900m 더 진입하면 황도수로 하류권에 도달하는데 이곳은 경기장 측에서 낚시금지를 계도 중이라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자리로 돌아와 잠시 미끼를 살펴봤으나 입질의 흔적은

없었다.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찌불을 밝혀 초저녁 시간 입질을 기대하며 낚시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수초 언저리를 노린 짧은 대로 첫 입질을 받아 21cm짜리 붕어를 낚았다.

이후 침묵을 지키던 다른 찌불이 솟더니 두 번째 입질에 동자개가 올라왔다. 연달아 동자개 입질을 받고 잠시 미끼의 변화를 생각하면서 중류권의 정성훈 고문에게 입질을 상황을 알아본

결과 정성훈 고문 역시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간헐적인 붕어 입질 외에 잡어의 입질도 없자 미끼 변화 없이 자정을 넘겼다. 기온은 낮아졌지만 바람은 지속적으로 불면서 이슬이나 서리는 내리지 않았다. 그때, 동이 터 오르려는 시간, 정성훈 고문이 첫 월척 소식을 전해왔다. 밤새 피곤함과 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 소식에 새로이 미끼를 꿰어 찌불을 세웠다. 나에게도 준척급 입질이 이어지더니 날이 밝은 후 첫 월척붕어가 입질했다. 두 번째 월척 붕어를 낚은 후인 아침 8시경부터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낮아졌고 입질도 전혀 받지 못하는 바람에 철수 준비를 했다. 아침 6시30분경부터 시작된 영암호 수문개방의 영향이었다.

많은 악재 극복해야 하는 낚시터

위 사례에서 보듯 이곳의 단점은 대형호 배수관문 개방에 따른 잦은 수위변화, 수로 연안의 농로 폭이 좁아 교행 및 주차가 어려운 점, 경기장 경주차량의 굉음, 배수로 인한 붕어의 예민한 입질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대로 장점도 있는데 바닥상태는 밑걸림 없이 아주 깨끗했고, 상류에서 하류권까지 수심차가 크게 나지 않을 정도로 완만했다는 점이다. 수로 양안을 따라 수초 형성이 잘 되어 있어 포인트 선정의 폭이 넓고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점 또한 장점이다. 이처럼 접근성이 용이하고 수초 여건이 좋아 붕어 산란철에 많은 꾼들의 발길이 앞다퉈 이어질 걸로 예상되는 곳이다. 부디 이처럼 좋은 낚시터에서 즐거운 낚시를 즐기되 항상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한편, 최근에 발생한 해남권 낚시터에서의 가스 질식사, 고흥권 실족사 소식 등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포인트 알박기, 릴레이 포인트 선점 등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는 쓰레기 투기, 주차문제 못지않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자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앞으로 이곳 수로에도 산란철을 맞아 많은 낚시인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가 공유하면서 즐겁게 산란철 특수의 손맛을 볼 수 있도록 서로 예와 도를 준수하는 모습을 바라며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입력 :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 1910(삼포고가차도를 넘어 영암교차로에서 f1 경기장 이정표를 보고 진입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