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주말을 맞이해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면에 엤는 월현천을 찾았다. 월현천은 남강의 지류로, 상류 월현천교부터 하류 호미교 구간까지 수로 폭이 넓고 수심이 적당해 낚시 여건이 좋은 편이다. 정곡면에 있어 낚시인들은 흔히 정곡수로라고 부르는데 붕어, 잉어, 배스, 블루길, 강준치, 누치, 살치 등의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2008년에는 정곡수로 하류 호미교 근처에서 49cm 붕어가 낚였을 정도로 대물 개체 수가 많은 곳이다.(낚시춘추 2009년 1월호 보도)
드론으로 촬영한 의령 정곡수로.
현지꾼 조언에 맹탕 바닥을 포인트로 선정
정곡수로에 도착해 동쪽 제방길을 따라 상류에서 하류로 이동하며 포인트 상황을 살펴보았다. 제방길은 차량을 한 대 주차하고도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폭이 넓었고 제방을 따라 약 1km 정도 낚시가 가능한 구간이 이어졌다.
수로 규모에 비해 낚시인은 적었는데 상류에 두 명, 하류에 네 명의 낚시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특히 하류 죽전배수장 앞 줄풀 수초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밤낚시한 분께 조황을 여쭤보니 단 한 번의 입질도 받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옆의 다른 낚시인은 9치와 월척 두 마리 손맛을 보았는데 수심 1m 내외의 수초가 없는 맹탕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 대답에 힌트를 얻고 곧장 상류 월현2배수장 쪽으로 향했다. 아직 붕어들이 수초로 붙지 않았다면 맹탕에서 긴 대로 낚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월현2배수장 앞에 위치한 곶부리 포인트에 짐을 풀었다. 배수장 앞으로 정곡천과 월현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그곳에 긴 곶부리 지형이 형성되어 있어 최대한 먼 곳을 공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7칸 대에 걸려든 대물의 정체
짐을 풀고 먼저 수심을 측정해 보았다. 먼 곳은 수심이 1m 내외였고 4.0칸 대 이내의 가까운 곳은 수심이 1.8m 정도로 거리와 반비례하는 수심을 나타내었다. 앉은 곳 좌측으로 양수장이 있는데 그곳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한 물길이 발 앞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나는 동일레저의 접이식 전투좌대를 설치하고 긴 대와 짧은 대를 고루 편성해 다양한 수심대를 공략했다. 대편성을 마치고 한숨 돌리자 글루텐 미끼에 첫 입질이 들어왔다. 9치 붕어였다. 이어서 비슷한 크기의 붕어를 두 차례 더 걸었고 모두 5.2칸 이상의 긴 대에 서만 입질이 들어왔다. 수심이 얕은 곳은 바닥이 지저분했는데 가끔 마른 여뀌와 어리연 새순이 걸려 나왔다. 나는 긴 대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 가운데 짧은 대를 모두 접고 6.5칸과 7.0칸 대를 추가로 편성했다. 낮 기온이 좋았기에 ‘초저녁장’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별다른 입질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고요함이 이어지다 좌측 7.0칸 대의 찌가 갑자기 사라지기에 급히 챔질을 했더니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졌다. ‘대물 붕어인가? 아니면 잉어?’ 그러나 별다른 몸부림 없이 발 앞까지 끌려온 녀석은 바로 뉴트리아였다. 뉴트리아는 하천이나 연못 인근에서 생활하는 야행성 동물로 늪너구리 또는 괴물쥐라고 불린다. 포유류임에도 물갈퀴가 있어 헤엄을 굉장히 잘 치는 편이다. 경남 지역에 특히 뉴트리아가 많은데 아마도 미끼를 먹은 건 아니고 먹이활동을 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낚시바늘에 걸린 모양이다. 처음에는 순순히 끌려나오나 싶더니 라이트를 비추는 순간 옆으로 헤엄치며 힘을 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옆 낚싯대 채비 4개를 감았고 아무리 힘을 써도 제압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원줄을 끊어 녀석을 풀어주었다. 탈출에 성공한 녀석은 잠시 연안에 서 휴식을 취하더니 내가 뜰채로 잡으려는 순간 다시 헤엄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최대 36cm 포함 밤새 20여 마리 낚아
밤 10시,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채비를 다시 하고 있는데 뉴트리아를 걸었던 7.0칸대에서 밤낚시 첫 입질이 들어왔다. 32cm 월척이었다. 이후 자정이 넘은 시각, 3.3cm짜리가 글루텐을 먹고 나왔다. 예상대로 긴 대에서 반응이 좋았으며 월척은 모두 7.0칸 대에서 올라왔다.
새벽으로 갈수록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더 이상 입질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잠깐 휴식을 취했다. 동이 틀 때쯤 자리로 돌아와 다시 낚시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며 입질이 시작되었다. 오전 10시에 36cm, 오후 1시 무렵 31cm가 얼굴을 보여주었다. 정곡수로 붕어들은 체고가 높고 꼬리지느러미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월척 붕어들 모두 덩치가 상당히 좋았지만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손맛을 충분히 봤기에 살림망을 꺼내 잡은 붕어를 확인해 보았다. 6치부터 36cm까지 총 20여 마리의 붕어가 담겨있었다. 멀리서 나를 놀리는 듯 수차례 점프를 하던 대물 붕어를 낚지 못해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하리라 다짐하며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입력 경남 의령군 정곡면 성황리 1492
월현천과 정곡천이 합류하는 곶부리 포인트에 자리를 잡은 필자.
이번 출조의 일등공신인 제우스레져의 초강 그랜드 7.0칸 대.
7칸 대 채비에 걸려나오고 있는 뉴트리아. 5짜 붕어인 줄 알았다가 깜짝 놀랐다.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자 입질이 이어졌다.
필자가 오후 1시에 올린 33cm 월척 붕어.
방금 올린 36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간식으로 준비한 의령 특산품 망개떡.
필자의 대편성 6.0~7.0칸의 장대에 입질이 집중되었다.
필자가 사용한 원봉돌 채비, 동일레저 한지 오짜찌에 초강 세미플로트 2호 라인으로 예민함을 더했다.
월현2양수장 앞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준비해 낚시 도중 발생한 쓰레기를 모았다.
필자가 정곡수로에서 올린 붕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