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지 보트낚시로 거둔 월척 조과를 자랑하는 필자. 손에 들고 있는 붕어는 37, 38cm짜리다.

지난 2월 25일, 필자가 출연 중인 낚시방송 ‘낚시에 미치다’ 촬영을 위해 충남권으로 향했다. 원래 예정지는 한창 호황을 보이고 있던 대호. 그러나 며칠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와 동시에 배수가 시작돼 장소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출조날부터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고 동풍도 강하게 불어 ‘과연 낚시가 가능할까?’ 싶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방송 날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나섰고 그곳이 바로 이번에 찾아간 당진 삼봉지였다. 삼봉지는 원래 대호와 물줄기가 연결된 곳이지만 상류쪽에 제방을 쌓아 저수지가 된 곳이다. 삼봉지 하류에는 해창지라는 저수지가 또 있는데 이곳 역시 대호 물줄기와 제방으로 막혀있다. 즉 대호에서 올라가다 첫 번째 저수지가 해창지, 두 번째 저수지가 삼봉지인 셈이다. 엄연히 물줄기가 분리된 만큼 낚시인들도 대호와 해창지, 삼봉지는 별개의 낚시터로 인식하고 있다.

강풍에도 안전한 블랙몬스터 보트의 위력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경. 이때부터 동풍이 강하게 불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나는 바람을 옆으로 빗겨맞는 우안 상류 중 부들이 발달한 북쪽 연안에 보트를 붙였다. 이곳은 부들 군락이 워낙 넓어 연안낚시인들과 부딛치지 않는 구간이다. 그러나 이날은 워낙 날씨가 좋지 못해 연안 낚시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후 4시경 대편성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바람이 강해 도저히 낚시가 불가능한 상황. 그나마 내가 타고 낚시한 블랙몬스터 보트는 바람 영향을 덜 받아 견딜 수 있었다. 낚시인 중에는 “블랙몬스터 보트는 너무 커서 바람에 취약할 것 같다”고 예상하는 사람이 있는데 블랙몬스터 보트를 실제로 타보지 못해서 하는 소리다.

블랙몬스터 보트는 양쪽 끝에만 부력재가 있고 가운데 부분은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다. 그래서 바람이 그 아래 공간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트 전체가 영향을 받는 일반 고무보트보다 안정적이다. 여기에 연안낚시 때 쓸 수 있는 대형 대좌를 올린 구조여서 그 무게 만으로도 지지력이 강력하다. 이날도 동풍이 강하게 불고 너울도 심했지만 블랙몬스터 보트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새벽 1시부터 이어진 월척쇼

어둠이 깔리면서 본격적인 밤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비와 함께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했다. 초저녁에는 그런대로 버틸만했으나 밤 10시경이 되자 졸음이 밀려왔다. 그래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 밤 10시부터 새벽 1시 무렵까지 잠시 눈을 붙였다. 1시10분쯤 일어나보니 비바람은 잦아들었고 비도 멈췄다. 그때 밖을 내다보니 찌 두 개가 이동한 게 눈에 들어왔다. ‘그새 붕어가 다녀간 것일까?’ 다시 전열을 정비해 낚시에 몰입했다. 다시 떡밥을 달아 던진 뒤 낚시를 이어가는데 새벽 4시경 부들밭 옆으로 약간 빗겨 던진 4.8칸 대의 찌가 솟구쳤다. 몸통까지 찍는 걸 확인하고 챔질하자 강력한 저항이 전달됐고 33cm 붕어가 뜰채에 담겼다. 두번째 입질은 부들에 붙인 3.2칸 대에서 들어 왔는데 방금 올린 녀석보다 1cm 더 큰 34cm짜리였다.

입질은 날이 밝은 직후에도 계속됐다. 아침 7시경 첫 번째 붕어가 나온 자리에서 37cm짜리가 솟구치더니 1시간 뒤 다시 같은 대에서 38cm가 올라왔다. 38cm짜리는 4짜급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구여서 깜짝 놀랐다. 이때까지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날씨가 궂은 상황에도 붕어가 낚이다니….’ 붕어들의 알 수 없는 습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보름달 뜨고 물색 맑아졌는데도 월척 상봉

낮에는 입질이 없어 쉬다가 둘째 날 밤낚시에 돌입했다. 그러나 둘째 날 오후부터는 상황이 더욱 엉망이 됐다. 바람은 더 강해졌고 온도까지 급강하. 물색은 더 맑아지고 보름달까지 뜨면서 ‘과연 입질이 들어올까?’ 싶은 상황으로까지 변화한 것이다. 다행히 초저녁까지는 입질이 없다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입질이 들어와 총 4마리의 붕어를 올릴 수 있었다. 씨알은 최대어가 37cm, 나머지 3마리는 32~33cm였다.

낚시를 마친 후 전국으로 출조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하자 대다수가 꽝이거나 빈작을 면치 못했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비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포인트를 지켜본 블랙몬스터 보트 그리고 이번에 시험 테스트한 ‘신의한수 떡밥’의 위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동일레저의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붕어를 노리고 있는 필자. 부력제 위에 대좌대를 올리는 방식이라 공간이 넓고 바람 영향도 적게 탄다.

아침 7시경 올린 38cm 붕어를 계측하는 장면.

둘째 날 밤낚시로 올린 월척을 보여주는 필자.

논둑에 정박시켜 놓은 블랙몬스터 보트.

필자가 삼봉지에서 사용한 채비. 신의한수 찌에 에어봉돌 채비를 사용했다.

부들밭을 빗겨 배치한 대편성.

에어봉돌 외바늘 채비.

필자가 테스트 중인 가칭 신의한수 떡밥. 시험 출조에서 많은 월척을 뽑아낼 수 있었다.

필자가 삼봉지에서 올린 월척 조과를 한자리에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