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견지협회 조성욱 회장이 지난 2월 3일 별세했다. 향년 71세로 근 1년에 걸친 혈액암 투병 끝에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장지는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영원한 쉼터다. 한국전통견지협회 조성욱 회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낚시인 견지낚시 보급과 발전에 힘쓴 낚시인이다. 지난 2006년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 한국전통견지협회를 설립, 견지낚시를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낚시기법과 장비 사용법, 자연보호 정신과 예절 등을 가르쳤다. 협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주소도 단양으로 옮겼고 협회 발전과 견지낚시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2006년 단양에 전통견지협회 설립

1954년 대전에서 태어난 조성욱 회장은 중앙대학교 국문과 졸업 후 부전공이었던 건축설계 경험을 살려 1982년부터 코엑스의 장치업자로 일했다. 1992년에 축산물 수입이 개방되자 수입육 유통에 뛰어들었다. 서울 마장동에서 (주)성지상사라는 수입육 유통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견지협회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사타계업을 가족에게 맡겼다. 주소지까지 서울에서 협회가 있는 단양으로 옮겼다. 조성욱 회장이 견지낚시에 심취한 계기는 어릴 적 한강에서 낚시를 배웠기 때문이다. 군인이었던 부친을 따라 청주와 부산 등지를 오가며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고등학교 때 서울시 강동구 강일동으로 이사 왔다. 그때 견지낚시를 처음 접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견지낚시가 가장 재미있었다는 조성욱 회장. 그는 ‘왜 한민족 고유의 전통낚시인 견지낚시가 다른 낚시보다 홍보가 덜 되고 푸대접을 받는가’를 안타깝게 여겨 본격적으로 견지낚시 홍보와 보급에 매진했다.

생전의 조성욱 회장은 “견지낚시를 단순히 물가에서 피라미나 낚아 어죽을 쒀먹는 식도락의 놀이로 머물게 해선 안된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춰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견지낚시를 국가적 유산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해 왔다. 그 일환으로 협회 설립과 더불어 경기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와 결연을 맺고 3학점짜리 전공 수업을 만들었다. 2009년부터는 상명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도 한국전통견지협회에서 견지낚시 수업을 받았다.

충북 단양 낚시박물관 설립에 가장 큰 기여

조성욱 회장은 충북 단양에 있는 다누리센터 내 낚시박물관에 가장 많은 유물을 기증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낚시박물관에는 견지낚시 외에도 붕어낚시, 루어낚시, 바다낚시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 이 중 조성욱 회장은 20년간 수집한 361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낚시박물관 개장 준비 때는 직접 현장에 나와 유물 배치와 물품에 대한 고증, 운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다. 한국 최초의 군립낚시박물관이 생겨난다는 기쁨에 보수도 받지 않고 무려 1년간이나 현장에서 일을 도왔다.

기왕이면 협회 내에 박물관을 만들면 협회가 더욱 빛나지 않겠느냐는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조성욱 회장은 “협회보다는 군에서 운영하는 낚시박물관에 유물을 전시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 효율적이다”라며 욕심을 내지 않았던 일화도 유명하다.

2014년 11월 13일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견지낚시 지도자 자격증 발급 기관 인증을 따내기도 했다. 낚시 지도자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는 기관이 지정된 것은 그때가 최초여서 그 의미가 크다. 정부 지정을 받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자격증 발급 기관이 되려면 우선 낚시 교육 장소가 마련돼 있어야 하고 이론과 실기를 실시할 수 있는 커리큘럼 또한 필수다. 조성욱 회장은 2006년에 민속전통견지협회를 창립 후 이런 준비를 틈틈이 해온 끝에 결과물을 얻었다.

전통 견지낚시 유물 발굴과 보전에 노력

조성욱 회장이 고문헌을 검색해 최초로 찾아낸 견지낚시 고증 자료도 많다. 2012년에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 김규진(金圭鎭 1868∼1933)의 조선국 평양성도(朝鮮國平壤城圖)에 그려져 있는 대동강 여울견지 광경,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소요정도에 묘사된 배견지낚시 등이 값진 고증자료들이다.

2013년에는 우리 선인들이 즐겼던 ‘쪽견지’라는 또 다른 낚시기법이 있었다는 사실도 발굴해냈다. 그가 몇 달간 밤을 지내며 인터넷 경매로 구입한 일제 강점기 때 사진엽서에 여울이 아닌, 저수지에서 견지채로 낚시를 즐기는 광경이 담겨있던 것이다. 고증 결과 이 낚시는 견지채의 줄을 풀어서 채비를 멀리 던져놓고 입질을 기다리는 일종의 던질낚시로 당시 이 낚시법을 ‘쪽견지’라 불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발행한 풍속엽서에서 삼봉낚과 사슬낚 장면을 다수 발견할 수 있으나 쪽견지 사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다. 조성욱 회장은 이 귀한 고증 자료들을 기록, 보존하기 위한 매체로 낚시춘추를 선택했고 그가 소개한 내용들이 낚시춘추 지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견지낚시는 조상의 얼과 지혜 담긴 국가적 유산 강조

조성욱 회장은 견지낚시를 우리나라에 밖에 없는 민족 고유의 전통낚시임을 강조하며 국가 유물로 지정되기를 간절히 원해왔다.

다음은 협회 설립 직후부터 조성욱 회장이 기자에게 늘 강조하던 말이다.

“견지낚시는 어떤 낚시 장르보다 심플하고 과학적인 낚시입니다. 가는 낚싯줄에 봉돌과 바늘을 달고 작은 구더기를 한 마리 꿰어 흘리면 강계에 사는 모든 어종을 낚아낼 수 있습니다. 견지낚시로는 칠십 센티미터가 넘는 누치와 잉어까지 끌어냅니다. 견지채는 의외로 강성이 뛰어나 큰 고기가 물어 휘어지면 저절로 낚싯줄이 풀리며 고기를 지치게 만듭니다. 외국에 릴이라는 줄 감는 기계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그보다 훨씬 간결하고 과학적인 견지채가 있었던 것이지요. 견지낚시에는 조상들의 얼과 지혜가 담겨 있어 국가적인 유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생전 조성욱 회장은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인생을 건 노력과 헌신은 후배 낚시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단양 다누리센터 내 낚시박물관 건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조성욱 회장.

지난 2006년에 문을 연 한국전통견지협회 본관. 통 견지낚시를 홍보하고 보급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이다.

지난 2022년 5월에 열린 시조회 고사를 마친 한국전통견지협회 회원들과 견지학교강사진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조성욱 회장이다.

2012년 어느 날, 인터넷 경매를 통해 구입한 고화에서 배견지 장면을 발견한 조성욱 회장이 협회 회원들과 고화의 제작 시기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