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제주 혹한기 에깅 필승 테크닉

추울수록 더 얕은 곳을 노려라

김진현 기자

겨울에 제주도로 에깅 원정을 다니는 낚시인 대다수는 ‘춥기 때문에 깊은 곳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현지 고수들은 겨울에도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얕은 곳에서 대물을 낚는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할까?

서귀포 칼호텔 아래 갯바위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박상규 씨. 주변 수심이 1m 이하로 아주 얕은 곳이지만 대물터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 1월 30일 오전 10시, 제주 마라도 긴꼬리벵에돔 취재를 마친 후 경기도 일산에서 제주도로 에깅 원정을 온 박상규 씨 일행을 만나 서귀포로 향했다. 제주도에서는 한동안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폭설이 내렸지만 박상규 씨 일행이 도착한 때는 모처럼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대형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취재를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찾아간 포인트는 서귀포에서도 수심이 깊기로 유명한 서귀포항. 발앞 수심이 15~20m로 깊고 조류 소통이 좋아 1년 내내 무늬오징어, 한치, 벵에돔낚시가 이뤄지는 곳이다. 그런데 막상 에깅을 시작하니 3.5호 노멀 타입 에기로도 바닥을 찍기 어려웠고 깊은 수심 탓에 에기가 바닥에 닿았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오후가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 춥고 낚시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포인트를 옮겨 탐색 구간이 짧은 규모가 작은 방파제로 진입했다. 처음 찾은 곳은 서귀포 보목포구. 포구 입구에 있는 방파제 콧부리 내항으로 수심이 4~5m 나와 낚시하기 적당했지만 무늬오징어 입질을 받을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 남원포구로 갔지만 역시 입질 무.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려 중문포구와 법환포구로 이동했지만 입질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얕은 곳이라도 간조 물때가 좋다

박상규 씨 일행은 제주 에깅 원정 경험이 풍부했으나 며칠 동안 이어진 한파로 인한 저수온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혼전을 치르는 듯 보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제주 현지에서 라팔라 필드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보성 씨에게 전화해 포인트를 물었다.

공_“제주 북쪽은 수온이 낮에 에깅이 전혀 안 되고 서귀포 일대가 좋습니다. 남원이나 보목, 구두미포구 일대를 노리면 한두 마리는

낚을 거예요.”

김_“그곳은 이미 모두 다녀왔습니다. 전혀 입질이 없던걸요?”

공_“물때가 안 맞아서 그렇습니다. 만조 전후로는 무늬오징어가 잘안 낚이고 간조 전후가 대물 찬스입니다.”

김_“서귀포 일대 갯바위 수심은 깊어야 5~6m인데, 간조가 되면 너무 얕지 않습니까?”

공_“대물은 얕은 곳으로 모입니다. 얕을수록 베이트피시를 사냥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밑걸림 같은 건 생각하지 마시고 최대한 천천히 가라앉는 에기를 사용해 바닥을 훑는다는 기분으로 공략하면 됩니다.”

물때가 맞지 않다고 하니 공보성 씨의 말을 믿고 썰물에 맞춰 다시 원래 포인트로 돌아가 에깅을 시작했다. 박상규 씨 일행과 간조 무렵 찾아간 곳은 서귀포 칼호텔 아래에 있는 갯바위. 유명한 검은여가 있는 포인트로 에깅은 검은여에서 조금 떨어진 흰동산(검은여머리)에서 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 에기를 던져보니 수심이 1m 이내로 아주 얕았다. 에깅 자체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공보성 씨의 말을 믿고 최대한 먼 곳을 노렸다. 그런데 멀리 노리니 먼 곳에도 여가 있었는데 여 주변이 더 얕았다. 밑걸림으로 에기를 잃어버리기를 수차례, 오후 7시가 지나 해가 지고 초들물이 시작되니 에기를 쫓아오는 겁 없는 무늬오징어 한 마리가 보였다. 박상규, 김은선 씨와 내가 함께 비슷한 곳을 노렸는데 김은선 씨가 입질을 받아 무늬오징어를 올렸다. 그런데 기대한 대물은 아니고 가을 시즌에나 볼 수 있는 감자급 씨알이 올라왔다. 박상규 씨는 “이 녀석들은 가을에 부화해서 자란 녀석들이군요. 이런 놈들이 더 자라면 봄에 대물이 되어서 물어 줄 테니 방생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마리를 살려준 후에 비슷한 씨알이 또 한 마리 입질했다. 의외로 무늬오징어의 활성이 좋았지만 씨알이 작았기에 대물은 없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큰 씨알을 노리기 위해 3.5호 슈퍼 섈로우 타입 에기로 교체해 멀리 떨어진 수중여 주변을 노렸다. 멀리 캐스팅했지만 여 주변은 수심이 50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원줄의 텐션을 유지하고 에기를 더 천천히 가라앉게 했다. 그랬더니 강력한 입질과 함께 드랙이 풀리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설마했는데 나에게 대물이 걸려든 것이다. 그러나 파이팅은 오래가지 못했고 얕은 수심에 목줄이 맥없이 쓸려 터지고 말았다. 그렇게 상황은 끝났고 고구마 씨알 한 마리로 취재를 마쳤다.

활성 낮은 무늬오징어가 사냥할 곳은 얕은 곳 뿐

취재 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 한 가지가 남았다. 공보성 씨는 어떻게 얕은 곳으로 대물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을까?

공보성 씨는 “겨울에는 수온이 떨어지며 무늬오징어의 활성도 떨어집니다. 그런 점은 잡어 역시 마찬가지죠. 활성이 떨어지면 활동 구간이 줄어들고 먹이활동에도 제약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암초나 해초에 몸을 숨기고 매복 사냥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베이트피시는 용존산소량과 플랑크톤이 풍부한 얕은 곳으로 모이고 무늬오징어 역시 사냥 확률이 높은 얕은 곳으로 올라와 베이트피시를 사냥합니다. 반대로 깊은 곳에서 종횡무진 베이트피시를 쫓는다면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사냥은 고사하고 무늬오징어가 지쳐서 먼저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추운 겨울에 무늬오징어가 어디서 어떻게 사냥할까 고민해보면 답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보성 씨는 명쾌한 답변과 함께 최근 무늬오징어 조황 소식도 보내왔다. 가파도, 마라도 등지에서도 현재 잔챙이 무늬오징어가 낚이고 있으며 서귀포권과 제주 동부권의 얕은 곳에서 새벽 간조 때 잠깐 대물이 비친다고 했다. 그리고 마릿수 조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한두 마리를 낚으면 상황이 종료되는 전형적인 영등철 시즌이라고 했다. 만약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노린다면 2월 말 이후를 추천하며 벚꽃이 피는 3월 초부터는 제주도 전역에서 큰 무늬오징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