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에 피셔리나형 다기능어항 개발사업을 마친 물건방파제. 올해 가을에 감성돔이 잘 낚였지만 겨울이 되자 입질이 줄어들었다.

지난 1월 18일, 경남 사천 낚시인 조진웅 씨와 물건방파제로 감성돔 취재에 나섰다. 가을과 초겨울이 본격 시즌인 물건방파제에서 1월 중순 이후에 감성돔을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기능어항 완공 후의 모습이 궁금했고 감성돔이 아니더라도 볼락 조과가 좋다는 소식에 찾게 되었다.

취재 당일 오전에는 바람이 강해 출조를 서두르지 않았고 오후 물때를 노린다는 생각으로 정오에 맞춰 느지막이 낚싯배에 올랐다. 방파제 공사도 끝났겠다 낚시인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흰등대방파제(물건항남방파제)에는 낚시인이 거의 없었고, 빨간등대방파제(물건항북방파제)에만 15명 정도 있었다. 아무래도 강풍으로 인한 추위 때문에 낚시인들의 발길이 준 듯했다.

물건항에서 낚싯배(2인 3만원, 인원에 따라 유동적)를 타니 선장이 볼멘소리로 말을 걸었다.

“1월 중순이 지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감생이 입질이 뚝 끊겼어요. 공사기간 내내 조황이 들쭉날쭉 하다가 작년에 공사를 마치고 가을에 감생이가 낚이는가 싶더니 1월부터는 감생이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드문드문 5짜도 나왔지만 옛날 생각을 하면 아쉬운 마음입니다. 예전에는 겨울에도 씨알 좋은 놈 한 마리를 낚겠다고 많은 낚시인들이 왔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다기능어항으로 개발하면서 내항에 물막이를 만들고 대형 계류장까지 들어서니 물길이 바뀌고 조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건방파제가 이렇게 썰렁한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복어 성화에 옥수수, 경단 미끼는 필수

우리는 물건방파제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히는 빨간등대방파제 내항에 자리를 잡았다. 조진웅 씨는 ‘내항이지만 바닥에 석축과 암반이 많고 수심이 13~14m로 깊기 때문에 영등철에도 감성돔이 잘 낚이는 자리’라고 했다. 발판이 7m 내외로 아주 높기 때문에 뜰채는 6m 이상으로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잡어에 대비해 경단과 옥수수 미끼를 준비했지만 복어 성화가 심했다. 미끼를 살려서 바닥을 찍기 힘들 정도로 복어는 뭐든 먹어치웠다. 여기에 만조를 한두 시간 앞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조류가 흘러줘야 함에도 불구, 조류가 흐르지 않았다. 외항을 둘러보니 서서히 조류가 흘렀지만 내항은 찌가 미동도 않을 정도로 조류 흐름이 약했다. 공사로 인해 물길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미심쩍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후 4시가 지나 물건방파제 내항으로 마주보이는 독일마을 너머로 해가 지면서 추위가 엄습해왔다. 낚시인들도 대부분 철수하고 방파제에는 몇 사람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낚시인이라곤 방파제 주변 공터에 움막을 짓고 숙식하는 낚시인뿐이었다. 물건방파제 공터에는 언젠가부터 움막이 하나 둘 들어섰고 지금은 7~8개의 움막에서 낚시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조진웅 씨의 말에 의하면 진주, 사천 등지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낚시인들이라고 했다.

흰등대방파제에서 40cm 감성돔 두 마리 확인

해가 산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니 너무 추웠다. 물건방파제에서 볼락을 노리려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운데다 방파제 주변에 해초가 전혀 없어 포인트를 옮기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흰등대방파제에서 철수하는 낚시인 한 명을 만났고 40cm 감성돔 두 마리를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흰등대방파제 내항에서 깊은 곳을 노렸고 오후 4시 이후 입질을 받았다. 1월 들어 마릿수는 떨어졌지만 한 곳만 집중적으로 노리면 큰 씨알이 한두 마리씩 낚이고 외항에서는 5짜도 종종 출현한다”고 말했다.

포인트를 옮긴 후에는 남해도 설천면에 있는 월곡방파제 일대에서 볼락을 낚았다. 물건방파제와 달리 해초가 많이 자라 있어 볼락을 노릴 곳이 많았고 1~2g 지그헤드 채비로 상층을 노리니 20cm 내외의 볼락이 곧잘 입질했다.

물건방파제 감성돔 조황은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직 장기간 공사의 여파가 남아 있는데다 마산해양항만청에서 어떠한 레저사업을 시작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물건방파제로 출조 계획을 세운다면 한파가 한풀 꺾이는 2월 말이 적기다. 동절기엔 오전 5시에 첫배가 출항하며 마지막 철수는 밤 10시.

빨간등대방파제와 이어진 갯바위. 올해 가을부터 감성돔이 꾸준한 조과를 보인 자리다.

빨간등대방파제 외항에서 감성돔을 노리고 선상낚시를 하고 있다.

빨간등대방파제 내항에서 감성돔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

빨간등대방파제 외항 테트라포드로 낚시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그물.

남해도 설천면 월곡방파제에서 낚은 18cm 볼락. 1~2g 지그헤드 채비에 입질했다.

월곡방파제와 이어진 해안도로. 해초가 자란 곳은 어디든 볼락이 입질한다.

흰등대방파제에서 촬영한 감성돔 두 마리.

조진웅 씨가 월곡방파제에서 낚은 볼락. 큰 씨알만 골라 담았다.

연안에 무성하게 자란 해초. 해초 주변을 1~2g 지그헤드 채비로 훑어주면 볼락이 입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