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23년 2월호에 최초의 스피닝릴을 소개한 바 있었다. 그 내용에 이어 1년여 만에 릴의 역사 이야기로 돌아와 보았다.

최초의 스피닝릴은 영국에서 특허 출원한 ‘일링워스-1(Illingworth-1)’이 그 주인공으로 1905년의 일이었다. 그 릴은 현대의 스피닝릴과 기본적 구조는 같을지언정 생김새는 그리 비슷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5년 후인 1910년에 만들어진 신모델 ‘일링워스-2(Illingworth-2)’가 우리가 아는 현대적 스피닝릴의 원조격 모습이었다. 당시의 낚시인들과 기계 기술자들은 일링워스 씨가 발명한 이 스피닝릴의 장래성에 주목하였고 영국에서 유사품이 물밀 듯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릴에 대한 특허권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현대적인 스피닝릴의 형태를 정착시킨 하디의 ‘알텍스 마크1~마크5(Altex Mk1~Mk5)’.

1932년부터 1954년 특허권이 소멸할 때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풀베일암이 장치된 최고급 스피닝릴로 군림하였다

일링워스(Alfred Holden Illingworth) 씨가 자신의 이름을 모델명으로 하여 몇 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발표한 1, 2, 3 각 모델의 성공은 처음으로 ‘스피닝릴’이라는 도구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동시에 수많은 경쟁 업체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과열된 업체 간의 경쟁은 특허권 분쟁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일링워스가 승리, 스피닝릴의 주요기능을 1930년대까지 20년간 일링워스가 독점하였다. 결과적으로 1930년대 초반까지 ‘고정된 스풀에 로터가 돌아가면서 낚싯줄을 감는 형태’의 스피닝릴은 일링워스만이 만들어 판매할 수 있었다.

현대의 낚시인이 생각하는 스피닝릴의 모습은 위에 설명한 기본적인 구조 이외에도 낚싯줄을 감아주는 ‘라인롤러(line roller)’와 거기에 부착된 철사로 만들어진 ‘베일암(bail arm)’이 있다. 현대의 낚시인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베일을 열고 닫고, 캐스팅이 가능하며, 라인 픽업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부품들이다.

그런데 스피닝릴이 처음 등장한 당시에는 열고 닫는 베일 암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형태로, 덩그러니 라인롤러 역할을 하는 부품만 로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피닝릴의 형태는 일

링워스의 특허 독점이 끝나는 1930년대 초반까지 이런 모습이었다.

1932년 일링워스의 특허가 소멸되자 영국 자국 내에서는 물론,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스피닝릴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일링워스 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가진 스

피닝릴이 속속 등장하는 와중에 영국의 명문 낚시도구 회사인 하디(Hardy)도 스피닝릴을 제작 발표했다. 이때, 하디는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특허등록을 하였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베일암을 부착한 릴이었다.

그 획기적인 스피닝릴의 이름은 ‘알텍스(Altex)’. 이 릴이야말로 스피닝릴의 모든 것을 갖춘 그런 릴로서 현대 스피닝릴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릴이었다. 이전의 ‘일링워스’와

비교할 수 없는 원투 성능, 강한 조력, 내구성, 안전성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더욱이 베벨기어 대신에 최신 웜기어를 사용해 매끄러운 릴링 감촉을 가능하게 했고, 몸체를 두랄루민으로 감싸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내었다.

초기 모델은 외형이 마치 오리발 같다고 해서 ‘덕스풋(Ducks foot)’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으나 곧바로 출시한 ‘알텍스 마크1’ 모델에선 더욱 개량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모델에는 획기적인 ‘풀베일암(full bail arm)’이 장치되어 있었다. 현대의 스피닝릴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 결정된 모델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스피닝릴의 탄생은 당연하게도 업체 간 경쟁을 또다시 불렀고 경쟁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스피닝릴이 등장했다. 그러나 하디의 알텍스가 등장과 함께 특허등록 하는 바람에 다른 업체의 스피닝릴에는 같은 구조의 베일암을 장치할 수 없었다. 하디의 알텍스를 제외한 다른 업체의 스피닝릴은 반 토막짜리인 ‘하프베일암(half-bail arm)’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릴에서 낚싯줄을 픽업하고 캐스팅하는 데 있어 풀베일암의 효용성은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풀베일암이 없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낚싯줄을 집어서 라인롤러에 걸어주어야 하는데 이를 베일을 열고 닫는 간단한 동작으로 해결하는 기능이니 얼마나 편리하고 기능적인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기능으로 인해 하디의 알텍스는 일류 기술이 적용된 최고급 스피닝릴로 등극하였다. 갈퀴 모양의 반쪽 하프베일암이 장치된 기타 업체의 스피닝릴은 그저 그런 중저가 제품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또다시 영국 업체가 독점하게 된 스피닝릴에 대한 특허 덕분에 최고급 스피닝릴의 대명사가 될 것으로 여겨지던 하디의 ‘알텍스’에게도 뜻하지 않은 큰 불운이 찾아오고 말았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은 기나긴 전시체제에 돌입하게 되고 만 것이다. 하디의 공장은 조구 제작이 아닌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마저 독일의 로켓공습으로 초토화되어 전후 복구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말았다. 하디가 다시 조구업체로 공장을 가동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디의 알텍스에 대한 특허의 독점사용권이 만료된 1954년부터 하디의 경쟁사인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의 업체들이 곧바로 풀베일암이 장치된 스피닝릴 모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회사를 일으킨 하디도 고성능의 최고급 스피닝릴을 제작해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경쟁사들에 빼앗긴 시장을 회복하기는 힘들었었던 것 같았다. 하디는 결국 스피닝릴 제조를 그만두었고 플라이피싱 도구제작에 전념하는 회사로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하디의 퇴장으로 스피닝릴의 생산과 판매는 미국 시장을 석권한 프랑스의 미첼(MITCHELL)이나 스웨덴의 ABU가 주도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그 뒤를 이어서 우리 낚시인이 잘 알고 있듯 일본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순서로 역사는 흘러갔다.

최초로 현대적인 스피닝릴의 모습을 갖추고 나타난 영국의 ‘일링워스-2(Illingworth-2)’. 1910년에 스피닝릴의 주요 구조와 기능을 특허등록하고 20년간 독점했다.

하디(Hardy)의 알텍스 초기 모델(Altex ducks foot). 곧바로 형태를 바꾼 마크1 모델이 나왔다. 1932년에 최초로 ‘풀베일암(full bail arm)’이 장치된 스피닝릴을 특허 등록하였다.

하디의 알텍스가 독점하고 있던 풀베일암이 장치된 스피닝릴의 특허로 인해, 1954년까지 생산된 다른 업체의 스피닝릴에는 반쪽짜리 ‘하프베일암(half bail arm)’이

장치되어 있었다.(순서대로, 영국Felton Crosswinder, 스위스Record, 프랑스Centaure Pacific, 프랑스Mitchell)

하디 알텍스의 풀베일암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도 유독 미국의 스피닝릴에는 풀베일암을 설치하지 않은 릴이 많았다.

현재까지도 미국에서는 베일암 자체가 없는 매뉴얼픽업 형태의 스피닝릴이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