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낚시]

일본 대마도

아소만 벵에돔, 한겨울에도 펄펄 끓는구나!

이영규 기자

점차 영등철로 가까워지며 조황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대마도를 찾는 낚시인이 늘고 있다. 이 출조 사이클은 최근 몇 년간 유행하는 루틴이 되어 버렸다.

가을까지는 돌돔꾼 외엔 발길이 잦지 않았으나 초겨울로 접어들자 모처럼 붐볐다. 우리나라의 원도 초등감성돔 시즌처럼, 대마도 역시 초겨울 벵에돔 특수가 있기 때문이다. 수온이 내려가며 굵은 벵에돔이 낚일 시즌이라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원정꾼들이 늘어난다.

아소만낚시 둘째 날 이누가노구비 석축 포인트에 오른 울산 박상준 씨가 굵은 참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민숙에서 가져온 의자를 놓고 석축 포인트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 마치 유료낚시터에 온 느낌이다.

그러나 올 겨울 대마도낚시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26일에 찾아간 아소만 수온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그 결과 대마도 외해로 출조했던 낚시인들은 온갖 잡어 등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내만인 아소만이 잡어 성화가 덜했고 굵은 씨알의 감성돔과 벵에돔을 쉽게 올릴 수 있었다.

초겨울이었던 12월 조황은 외해권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에 접어들자 호황은 크게 꺾였다. 얼핏 ‘수온이 너무 떨어져서일까?’ 싶지만 떨어진 수온이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대마도 아소만을 찾았던 1월 말 수온이 평년보다 크게 높았으니 낚시인들이 몰린 북쪽, 동쪽, 남쪽 바깥 바다의 수온은 더 높았을 것이다. 아무튼 한국에서도 수온이 16도에 달한 12월 초에 감성돔낚시가 잘 됐듯 요즘은 낚시에 있어 ‘적정수온’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도 남쪽이나 동쪽의 외해가 아닌 아소만 안통을 찾았다. 지난 20여 년간 대마도 취재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어종 불문, 아소만 조황이 결코 외해권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아소만 벵에돔이 외해권보다 잘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최소한 최근 몇 년간은 큰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 남해안 벵에돔의 평균 씨알이 과거보다 굵어진 것처럼 아소만 벵에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확실히 굵어진 아소만 벵에돔

실제로 최근의 아소만에서 낚시해보면 과거에는 25cm 이하급 벵에돔이 자주 낚였지만 지금은 30cm급이 흔해졌다. 여기에 포인트만 잘 잡고 낚시하면 낮에도 35~40cm급을 마릿수로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자 나와 함께 아소만을 단골로 출조하던 낚시인들은 굳이 외해권 출조를 고집하지 않게 됐다. 서울에서 출조 중인 박승규 씨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겨울에 큰 벵에돔을 낚으려면 무조건 바깥 바다로 나가야만 되는 것으로 알았죠. 그래서 민박집에서 한 시간 이상 차로 이동한 후 다시 배를 타고 바깥 바다로 나갔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민박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돌아오는 과정도 피곤했지만, 그보다는 외해를 전문으로 뛰는 선장들은 해창 전에 철수시키기 때문에 해창 피크를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가까운 아소만에서도 충분히 굵은 벵에돔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소만 낚시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은 어종 분포 변화로도 느낄 수 있다. 일단 예년보다 벵에돔 씨알이 2~3cm 굵어진 것은 기본이며, 과거 감성돔이 주로 낚이던 포인트가 지금은 벵에돔이 더 잘 낚이는 곳으로 변한 곳이 부쩍 늘었다.

여기에 예년에 보기 힘들던 갈돔 새끼가 몇 년 전부터 부쩍 증가했고, 올해 겨울에는 25~30cm급 시마아지(줄무늬전갱이)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격 찌낚시 대상은 아니지만 아소만 원투낚시에 5짜와 6짜 돌돔이 속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아소만에도 돌돔 원투 포인트가 여럿 있지만 확실히 최근 들어 조황이 부쩍 좋아진 건 사실이다)

지난 1월 26일, 이즈하라 미카타에 있는 우끼조민숙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곧바로 갯바위로 나갔다. 벵에돔 제로조법 전파자로 유명한 민병진 씨가 운영하는 민숙이다. 민숙집이 바닷가와 붙어있어 바로 배를 탈 수 있고 아소만의 유명 갯바위 포인트로의 접근도 빨라 아소만낚시만 즐긴다면 최상의 입지 여건이다. 이곳에서 유명한 외해 포인트는 우시지마, 미츠제, 시오와카리 같은 곳이다. 모두 20분 안쪽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작년 초여름과 가을에 아소만을 찾아 큰 재미를 보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낚시 양상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민숙 도착 첫날은 동풍이 강해 민박집에서 10분 거리로 가까운 이누가노구비(개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일대에 내렸다.

나는 그중 한 포인트에 홀로 내렸고 울산에서 온 4명은 2명씩 조를 짜 따로 내렸다. 이 구간은 굵은 감성돔이 잘 낚이는 것으로 유명한 구간으로 특히 북동풍에 의지되는 장점이 있다.(철수날인 2월 28일에 다른 민박집 여조사가 이 구간에서 60cm급 감성돔을 낚기도 했다)

아소만에선 포인트별로 채비도 다르게 써야

첫날 오후낚시는 3시부터 6시까지, 약 3시간 정도의 낚시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벵에돔보다 감성돔을 노리기 위해 1호찌 채비를 세팅 했다. 낚시인 중에는 ‘대마도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가볍고 예민한 채비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즉 대마도에서도 특징이 확실한 벵에돔 포인트에서는 벵에돔 채비를 쓰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감성돔 포인트에서는 약간 고부력 채비를 쓰면 감성돔과 벵에돔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노릴 수 있다. 겨울철 한국 원도에서 감성돔낚시 도중 굵은 벵에돔이 곧잘 걸려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아소만의 감성돔 포인트에는 굵은 붙박이 벵에돔이 많기 때문에 띄울낚시 보다는 바닥을 노리는 감성돔 채비가 효과적인 것이다.

나의 예상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이날 나는 1호찌 채비로 최대 46cm 벵에돔 1마리, 32, 38cm 벵에돔 2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낚시 도중 30cm에 못 미치는 녀석들은 모두 방류했고 걸었다가 맥도 못 추고 터트린 놈도 2마리나 됐다.(얼굴을 못 봤으니 터트린 녀석들이 감성돔인지 벵에돔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쁜 날씨와 3시간여의 짧은 시간을 감안하면 결코 나쁜 조과는 아니었으며 47cm에 달하는 벵에돔은 대마도 외해권에서도 보기 힘든 씨알인 건 분명했다. 이날 나와 같은 라인의 갯바위에서 낚시한 울산의 신대성 씨도 43cm에 달하는 벵에돔을 낚았다.

둘째 날은 날씨가 약간 호전됐으나 역시나 바깥 바다는 너울이 셌다. 우키조민숙 앞바다에 잔 물결이 인다는 것은 외해권에 파도가 높게 인다는 반증. 이에 따라 우리는 이누가노구비 인근의 일명 석축 포인트로 이동했다. 내가 작년에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서 석축 위에 의자를 놓고 편안히 낚시하는 모습을 본 울산팀이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나는 여러 번 내려 본 곳이었지만 겨울에는 또 어떤 양상일까 궁금해 함께 내려 보기로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확실히 가을에는 잡어처럼 낚이던 25~30cm급 벵에돔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5명이 함께 내려 올린 건 48cm 감성돔과 65cm 참돔이 전부였다. 석축 포인트는 일종의 큰 홈통 포인트인데 겨울을 맞은 이런 안통에는 회유성 강한 벵에돔은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바로 이런 곳이 벵에돔 채비가 아닌, 바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감성돔 채비가 어울리는 포인트 유형이다.

투제로 채비로 벵에돔 감성돔 동시 공략

오전 석축 조황이 부진해 우리는 도시락을 갖고 온 배를 타고 포인트를 이동했다. 4명의 울산 낚시인은 석축 인근의 일명 ‘잠수함’으로 불리는 간출여에, 나는 석축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일명 ‘오씨형제 포인트’라는 간출암에 내렸다. 약 10년 전, 울산의 오씨형제가 이곳에 내려 4짜가 넘는 벵에돔을 타작하면서 알려진 아소만의 특급 벵에돔 포인트다.

이곳은 섬과 이어져 있지만 중썰물이 돼야 드러나는 곳으로, 주변이 얕은 여밭이라 소형 낚싯배가 아니면 접안이 힘들다.

이처럼 아소만에도 4짜 이상급이 낚이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이런 곳을 제대로만 찾아가면 오히려 외해권보다 좋은 조황을 거둘 수 있다.

수심이 얕아 배 댈 곳을 찾지 못해 10분 이상 지체하다가 간신히 내렸고 본격적인 낚시는 오후 3시부터나 시작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이 포인트에서는 B 정도 봉돌을 분납한 전유동낚시 또는 잠길낚시가 잘 먹혔다. 그리고 이날 또한 투제로찌 잠길찌낚시에 36cm급이 올라오더니 두번 째 입질에 46cm짜리가 올라왔다. 확실히 이 포인트는 벵에돔 채비가 갑이다.

그래서 나는 ‘혹시나 감성돔 채비를 쓰면 굵은 녀석을 솎아낼 수 있을까?’ 싶어 테스트 겸 석축에서 쓰던 1호찌 채비를 다시 세팅해보았다. 그러나 1호찌 채비에는 용치놀래기만 올라올 뿐 별다른 입질은 받지 못했다. 결국 나는 다시 투제로 잠길찌 채비로 바꾸었고 이 채비로 36cm 벵에돔 1마리, 해질녘에 48cm급 감성돔 1마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 감성돔은 해창을 노린 발밑 낚시에 걸려들었다.

2박3일의 마지막 날은 낚시 시간이 짧아 출조를 포기하고 민숙에서 푹 쉬다가 부산으로 철수했다.

갯바위낚시만 한다면 우끼조민숙 강추

한편 위에 설명한 출조 패턴은 우끼조민숙에 묵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인 점도 있다. 일단 우끼조민숙은 패키지 출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패키지 출조는 낚시를 나가지 않고 쉬어도, 배를 타지 않아도 2박3일 또는 3박4일 요금을 모두 내야하지만 우끼조민숙은 모든 게 ‘이용한 만큼만 내는 시스템’이라 경제적이다.

아울러 민병진 대표는 아소만낚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나카무라(전 우끼조민숙 주인) 씨로부터 민박집을 인수 때 아소만 포인트에 대한 많은 데이터도 물려받았다. 아소만 포인트에 정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기 배를 갖고 있고, 포인트가 민숙에서 가깝다보니 해창 찬스까지 충분히 보고 철수한다는 점 또한 우끼조민숙의 강점이다.

문의 010-5249-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