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가거도 겨울 감성돔

한발 늦게 갔더니 오히려 더 호황이네!

김강호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원, 아티누스 프로슈머

매년 12월 중순~1월 초 사이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가거도를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1월 초가 지났음에도 겨울답지 않은 15도 내외의 높은 수온으로 인해 여름 어종이 아직도 낚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던 터라 예년보다 조금 늦게 가거도를 찾았다. 한 주 정도 더 일정을 미룰까 했지만 주의보 뒤 사리 물때라 수온이 조금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지난 1월 13일 KPFA 옥기웅 프로와 출조에 나섰다.

가거도1구 고래 물 뿜는 자리에서 55cm 감성돔을 낚은 필자.

오며가며 폐그물로 생고생

진도항에서 낚싯배를 타고 4시간 정도 이동, 운항 중 스크루에 폐그물이 걸리는 바람에 가거도에 도착할 때까지 6시간이 넘게 걸렸다. 요즘 어선에서 폐그물을 바다에 폐기하는 일이 많아 그물에 인한 사고가 많다고 선장이 이야기를 했다. 오전 5시30분에 가거도항에 도착해야 하지만 사고로 인해 오전 7시가 넘어 가거도 1구 항에 도착한 상황. 우리가 타기로 한 종선배는 이미 1항차 출항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종선배마저 스크루에 그물이 걸려서 제거작업을 하느라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가거도 서쪽은 좋지 않던 날씨의 여파로 인해 높은 너울파도로 하선이 불가하여 동쪽으로 모든 낚시인이 몰린 상황이었다. 주변을 살피던 선장이 빈자리를 찾아 포인트에 접안하려는데 발판 옆으로 파도가 부서져 분무기처럼 물이 뿌려졌다. 선장님에게 “물 뿜는 자리네요?”라고 말했는데 철수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포인트 이름을 물어보니 고래 물 뿜는 자리라고 했다.

4짜 감성돔 소나기 입질

준비를 마치고 낚시를 해야 하는데 사리 물때라 발앞까지 본류가 흘러들고 와류가 돌고 있어 구멍찌 선택에 고심했다. 나는 3호 구멍찌로 반유동 채비를 꾸렸고 2.5호 목줄 2m에 바늘에서 10cm 정도 위에 B봉돌 하나를 물렸다. 발앞은 수심이 7~9m며 멀리 노리면 13m까지 나오는 자리라 유속을 감안해 수심 9m 지점에서 채비 수심을 11m에 맞추고 바닥을 노렸다.

조류를 타던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살며시 낚싯대를 들어 채비를 띄웠다가 다시 흘려주기를 반복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본류가 차츰 멀어지고 발앞이 잠잠해질 때 채비 수심을 13m에 맞춰 더 멀리 흐르는 지류에 캐스팅을 했다. 먼 지류로 캐스팅한 채비가 내려가면 서서히 본류로 채비가 들어오게 했는데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곳에 채비가 흘러들어갈 무렵 찌가 천천히 잠기는 것이 보였다.

원줄이 팽팽하게 펴지는 걸로 보아 입질임을 직감하고 강하게 챔질했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묵직한 무게에 본능적으로 사이즈가 좋은 감성돔임을 알 수 있었다. 낚시자리에서 본류가 멀었기에 한참 당겨서 녀석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고 뜰채에 담긴 놈은 언뜻 보기에도 50cm가 훌쩍 넘어 보였다.

기세를 몰아 옆에 지인과 연타로 입질을 받기 시작했다. 감성돔이 조류를 타고 들어온 듯했다. 4짜 감성돔이 소나기 입질을 했고 잠시 후 조류가 멈추자 입질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제 입질이 들어오는 것은 30cm급 감성돔과 간간히 들어오는 참돔의 입질이었다. 포인트에 늦게 들어왔지만 옥기웅 프로와 나는 충분한 입질을 보고 첫날 낚시를 마감할 수 있었다.

처음 내린 큰취에서 10마리 넘게 타작

다음 날에는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밑밥을 준비했다. 1구에서 출발한 낚싯배는 한두 명씩 포인트에 낚시인을 내렸고 성건여 근처까지 하선 후 다시 1구로 방향을 돌렸다.

필자와 옥기웅 프로가 내린 곳은 큰취. 성건여 아래쪽에 있는 갯바위로 가거도와서 처음 내리는 자리였다. 포인트에 내리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들물 조류가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좌측 멀리 큰 간출여가 보이고 좌측으로 반듯하게 흐르는 횡조류라 조류가 살짝 죽을 때쯤 간출여 근방을 노려볼 심산으로 채비를 했다. 2호 반유동 채비를 꾸리고 목줄에 B봉돌 하나를 물리고 멀리 캐스팅해서 간출여 뒤로 몇 번 흘렸지만 채비를 멀리 흘리면 간출여에 걸려 회수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감성돔을 걸어도 문제가 될 것 같아 공략 거리를 줄여서 낚시했다.

1시간 정도 낚시를 해보니 서 있는 곳과 간출여 사이에 숨은 여가 몇 개 있는데 수심은 7~9m를 오갔다. 채비가 횡조류를 타고 좌측으로 가다가 간출여에서 생기는 반탄류에 여를 타고 돌면서 수심이 얕아지는데 그곳에 밑밥이 쌓일 것이란 상상을 하면서 꾸준히 그곳을 공략했다.

이윽고 채비가 그곳을 지날 때쯤 찌가 살짝 잠기기 시작했다. 밑걸림이 계속 생기던 곳이라 낚싯대를 살짝 들었는데 감성돔이 물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마도 바닥에 끌려 다니는 미끼를 물고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다. 챔질하니 꽤나 힘을 쓰는 것이 사이즈가 좋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한 곳에 감성돔이 들어왔는지 채비가 흘러 들어가면 어김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옥기웅 프로와 로테이션으로 입질을 받아내 1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낚았고 날물로 바뀌니 조류가 꼼짝하지 않았다. 조류가 흐르지 않자 감성돔의 입질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원래 일정은 2박3일이었으나 3일차 기상이 좋지 않아 1박2일 일정으로 철수해야 했다. 가거도는 큰마음을 먹고 출조하는 곳이기에 이번 출조는 아쉬움이 남지만 생각과 조과가 잘 맞아 떨어진 낚시를 경험했기에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겨울철 대물 감성돔으로 낚시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가거도, 조만간 다시 찾고 싶다.

출조문의 가거도 1구 전진호 010-5304-9198